안.치.환. Anthology Complet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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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 Anthology Complete Myself
  • 신우진
  • 승인 2016.05.02 00:00
  • 2016년 5월호 (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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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50살에게 추천하고 싶은 LP 음반

오랜만에 LP를 꺼내 든다. 처음에 주력기였던 턴테이블이 CD 플레이어로, 이젠 PC의 파일로 주로 듣게 되며 점점 뒷전으로 밀려 있지만, 잊을 만하면 꺼내 돌리는 버릴 수 없는 추억 같은 그런 존재이다. 한 달 넘게 방치해서인가? 건전지를 갈 때가 되었을까? 불안한 동작을 하던 서덜랜드 포노 앰프가 안정되어 가면서 특유의 말끔하면서도 진한 소리가 나오면서 신보 음반 한 번 듣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몇 번을 듣고 이전 노래도 꺼내 듣게 한다.
오늘 소개하는 신보는 LP라는 미디어에 딱 어울리는 민중가요, 바로 안치환의 노래이다. 그의 대표곡을 직접 선정해 2장의 LP로 만들어 내놓았다. 이전 녹음을 따온 편집 앨범은 아니고, 다시 모두 새롭게 불러 녹음했다. 그래서 이전의 그 애절한 갈망과 타는 목마름으로 부르던 젊은 안치환의 목소리는 아니다. 음반도 종잇장처럼 얇은 LP가 아닌 180그램의 두툼한 음반으로 체코에서 찍어 내었다. 재킷도 이전 앨범보다 훨씬 세련되고, 같이 하는 세션 역시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들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구하기는 당장은 쉽지만 500장 한정 생산이니 이전의 안치환의 LP처럼 또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 유통되고 있는 안치환의 LP 가격을 생각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빨리 500명 안에 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성의 없는 표지에서 꺼내 듣는 안치환의 이전 음반의 그 절규가 그립기는 하다. 386이라 외치는 그 역시 지금은 50대, 이른바 586 세대가 되었다. 학창 시절 늘어진 테이프에서 확성기로 최루탄 향기 가득한 교정에 울려 퍼지던 누군지 모르던 투사의 피를 토해 내던 목소리가 아니며, 뭔가 한 듯하지만 얻은 것도 없던 그 시절에 솔로로 제도권 가수로 데뷔하며 욕을 먹으면서 사랑 노래를 부르던 포크 가수도 아닌, 이 음반에는 모든 것을 겪은 50대의 노래가 있다.
그래서 그럴까. 처음 이전과 같지 않다고 여겼던 생각들에서 이내 가지는 묘한 공감이 만들어진다. 정부 여당이 철석 같이 지지층으로 믿고 있는 50대의 나이에 부르는 민중가요, 별 정열 없어진 나이에 부르는 사랑 노래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애잔하다. 시기적으로 이 음반 아마 암 투병을 막 끝내고 복귀해서 얼마지 않아 부른 듯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나처럼 먹먹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리메이크되어 다른 가수의 신선한 곡이 더 좋은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뭐 상관없다. 누군가에게는 뭉클해지는 노래가 될 것이다. 나의 이 조악한 리뷰를 보고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음반 좋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그 대부분 나나 안치환 같은 또래가 아닐까 싶다. 정말 쉽지 않은 시절을 지내 온 것 같다. 늘어난 수명 탓에 인생의 절반에서 언제나처럼 쓸쓸한 50살에게 이 음반을 추천한다.   글 | 신우진

안치환 <Anthology : Complete Myself>
안치환(보컬, 기타, 하모니카)
박달준(드럼)
정용민(기타)
서민석(베이스)
자신엽(키보드)
심상원(바이올린)
김동하(트럼펫)
CSMLP1001(180g LP)
연주 ★★★★★
녹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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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 - 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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