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상태바
그래…
  • 신우진
  • 승인 2015.02.01 00:00
  • 2015년 2월호 (511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소한 피아노 연주자인 이사우의 ‘그래...’라는 음반을 받아 들었다. 음악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독교 예배 반주 등에서는 매우 높은 지명도를 가지는 듯하다. 종교적 색채는 별로 없이 습작과 같은 느낌의 가볍고 감상적인 곡들로 채워져 있는 소녀적 취향의 피아노곡이다. 가끔 서점에서 책을 집어 들면 한 페이지에 일러스트가 있고, 다음 페이지에 서너 줄 적혀 있는 글귀가 있고, 몇 장을 넘겨보면 공책처럼 텅 빈 여백이 이어진다. 때로는 이거 너무 쉽게 책을 만드는 건 아닌가 하고, 페이지에 꽉 차게 원고를 맞추어야 하는 평론을 쓰는 입장에서 그런 생각도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읽는 데 30분이 안 걸리는 이런 책이 꾸준히 나오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나조차도 읽으면서 힐링이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우리에게 공감을 주고 그만큼 허한 마음을 채워 주는 것은 책 속의 꽉 찬 활자가 아니라, 마치 읽는 사람의 가슴처럼 텅 빈 책의 여백에 스스로 채워나가는 위안과 사색인 것은 아닐까도 싶다. 이사우의 피아노 소품 ‘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이런 책 한 권을 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
이사우(피아노)
GOOD3161
연주 ★★★★
녹음 ★★★★

51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2월호 - 511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