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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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부 기자
  • 승인 2014.05.01 00:00
  • 2014년 5월호 (50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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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엽 이사

본지에 아큐브의 한지 정전형 스피커가 소개되면서, 어떤 브랜드인지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브랜드가 탄생되었는지, 간단한 히스토리를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 같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일본 잡지에서, 하나의 제품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엄청난 호평이었는데, 말 그대로 소리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모양도 특이하여, 이런 구조에서 어떤 사운드가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정전형 스피커의 대표작, 쿼드의 제품에 대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제품에 대한 나름의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충무로의 한 오디오숍에서 이 제품을 직접 듣게 되었고, 그때 그 기사의 평이 결코 거짓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 정전형 스피커가 가지는 그 특유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죠. 당시 가격이 부담되어, 바로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그 뒤 시간이 흘러, 그 쿼드의 제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오디오 애호가들처럼 집에서 듣는 사운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고, 그 매력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정전형 스피커에만 몰두하여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련이 닥칩니다. 세월의 흐름을 못 이겨 유닛의 한 부분이 찢어졌고, 수리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수리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교체 후 사운드의 미묘한 변화와 밸런스가 신경 쓰였습니다.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직접 수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부터 저의 첫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해외에서 수리 키트를 팔기도 했지만, 설명대로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접착부터 코팅까지 수많은 난관과 변수들이 존재했고, 최종적인 결과도 오리지널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소리였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들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사소한 변화에도 사운드가 변화했고, 이것저것 소재를 바꾸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필름 자체를 바꿔보자는 나름의 파격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부직포가 떠오르더군요. 곧바로 실행하여, 바꾸어보니, 모양새는 그럴 듯했지만, 소리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생각난 것이 창호지였습니다. 어릴 적 창문에 창호지를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팽팽하게 펴졌던 기억 때문입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팽팽해진 창호지는 영락없는 스피커 유닛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메틸셀룰로오스 이용에 용이하다는 것도, 주요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물론 이 한지에 대한 첫 도전에서는 그렇다 할 성과를 얻어냈다고 할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들이 보였다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이런 한지의 잠재력과 성능을 바탕으로 그때부터 정말 엄청난 노력과 연구를 거듭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최종적으로 제 자신이 만든 한지 유닛을 장착하고, 지인들에게 들려주었는데, 모두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어떤 스피커보다 자연스러운 소리가 났다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어떤 지인은 자신의 것도 한지로 바꿔달라고까지 했습니다. 이때부터 좀더 많은 이들에게 한지 유닛의 성과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중 신기술 지원 사업이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아큐브의 전신인 자연이 그려내는 소리라는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가 2006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이 그려내는 소리가 첫 시작이었군요. 특별히 작명을 이렇게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까.
말 그대로, 자연이 그려내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추구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을 완성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지만, 이러한 목표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정전형으로 시작했고, 또 한지를 이용했고, 풀레인지로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아큐브는 그 이후에 본격적인 상업적인 제품을 출시하며 탄생한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자연이 그려내는 소리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연구와 노력을 거듭했고, 아큐브에서는 최종적인 완성을 얻어내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는 트랜스포머과 관련하여 엄청난 곤란을 겪었습니다. 유닛과의 매칭에서, 조금의 변화에서도 엄청나게 소리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창고에는 트랜스포머가 산처럼 쌓여 있을 만큼, 정말 수천, 수백 번의 실험으로도 부족할 만큼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유닛 개발에 대략 6년이 걸렸다면, 트랜스포머는 2년이 소요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정전형 스피커에서 진동체, 전극, 트랜스포머, EHT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사운드를 완성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예민한 것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아큐브 3였습니다. 오디오쇼에 출품하고, 방송에서도 소개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큐브로 이름을 바꾸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단순히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자연이 그려내는 소리는 해외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정확한 재생’의 ‘Accurate Wave’를 합성하여 아큐브(Accuve)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알리자는 생각에, 지금의 아큐브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브랜드의 메인 타이틀은 달라졌지만, 추구하는 소리는 사실 같습니다. 왜곡되지 않은 실제의 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목표인 것이지요.

정전형 스피커는 역시 내구성 같은 단점으로, 그 사운드에 비해 평가 절하된 면모가 있습니다. 아큐브의 제품은 어떻게 이런 점을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일반 정전형 스피커는 필름을 쓰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내구성에서 단점을 안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얇다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전극과 진동체 사이의 미세한 방전들은, 수천 볼트까지 올라가서, 시간이 지날수록 전도성 코팅 자체의 수명을 깎아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발화되거나 찢어지는 상처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습기 때문에 산화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관리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지를 사용했을 때는 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완전히 배제하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지는 기본적으로 통기성이 있기 때문에, 전극의 영향에서 최대한 벗어날 수 있고, 찢어지는 상처를 얻는다고 해도 섬유 한 올이 끊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운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 창고에 3년 이상 묵혀두었던 한지 스피커도, 사운드의 변화가 전혀 없었을 만큼, 습기에서도 완벽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한지의 특유의 인장력은 저역에서 많은 힘을 불어넣어주며, 그동안 정전형 스피커에서 약했던 저역 부분에 대한 아쉬움들을 해소시켜줄 수 있었습니다.

아큐브에 쓰이는 한지는 어떻게 선별되는지 궁금합니다.
유닛으로 쓸 수 있는 한지를 찾기 위해 전국의 모든 한지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장점들과 단점들을 비교했습니다. 지역 마다 모두 특색이 있었고, 만드는 방식도 모두 달랐습니다. 대부분 쌍발식으로 효율을 중시하는 데가 많았는데, 이 경우 섬유가 한쪽 방향으로만 배향되기 때문에, 인장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외발식으로 제작하는 업체를 수소문하여, 이곳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외발식의 장점이라면, 역시 우리의 전통 방식으로 섬유가 고르게 배향된다는 것입니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만, 그럴수록 더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아큐브 7을 예로 들면 한지 100장 중 대략 3장 정도가 재료로 결정됩니다. 10월과 11월에 수확된 닥나무로 제작되어, 본격적인 한지 생산은 12월과 1월에 이루어집니다. 섬유도 과일과 마찬가지로, 제철에 생산되어 작업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월간 오디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큐브를 통해 원음을 재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멀티웨이에서 원음을 만드는 것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서로 나눠진 유닛들이 하나의 무대를 만들면서, 그 안에서 생기는 오차들은 사운드를 왜곡시키고, 음을 혼탁하게 하는 것입니다. 풀레인지는 이런 요소를 시작부터 배제하기 때문에 한층 더 자연스러운 소리에 다가갈 수 있는 것입니다. 아큐브는 한국의 스피커를 전 세계에 알릴 것이며, 그를 위해 한국의 오디오 애호가들도 저희 스피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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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5월호 -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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