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리의 색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외전

실수나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 없이 완벽하고 또랑또랑하게 연주되는 그의 피아노 음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 덕에 절판 한 번 없이 꾸준하게 팔려 나가는 스테디셀링 아이템. 덕분에 누군지도 모르는 내 수중에도 이미 몇 장이 들어와 있을 정도였다. 재판, 염가 박스판도 많이 나와 있지만, 알투스에서 나온 이번 음반은 매우 희귀하고 나도 처음 들어 보는 음반이다.
1975년 그랑쥬 드 메레 실황은 75년 녹음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실망스러운 녹음 상태를 들려주고 있지만,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켈란젤리가 무슨 일인지 백스타인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했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미켈란젤리의 미묘한 음색이 아닌, 조금은 긴장감 있는 조금 거친 듯한 연주가 의외이다. 가감 없는 알투스 특유의 음색이 마치 릴테입이나 LP 판을 꺼내 듣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미켈란젤리가 그동안 숨겨온 이탈리아인의 열정을 백스타인을 통해 표현해 내는 듯하다.
일본에서 유독 인기가 있는 첼리비다케의 비극적 서곡으로 시작한 파리 실황 음반은 베토벤의 황제를 듣는 동안 줄리니와의 깔끔함과 대비되는 파릇하고 생동감에 넘치는 연주로 비교를 하게 된다. 줄리니와의 연주와 도이치 그라모폰의 잘 다듬어진 소리와는 대조되는 생생한 음색이 특이하다. 항상 모든 연주가 완벽한 주변 환경에서 행해져야 되고, 그만큼 녹음도 빈틈없이 깔끔한 것들만 들려주던 미켈란젤리로는 이례적인 이 녹음이 꾸밈없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알투스 특유의 음색과 만나면서 전에 듣지 못한 미켈란젤리를 들려준다.
실황 음반들에서도 너무 조용하고 경건하게 들려주던 미켈란젤리, 이 음반들 참 재미있다. 아마 말하자면 미켈란젤리 외전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미켈란젤리의 팬으로 당연히 가져야 할 음반이다.

<그랑쥬 드 메레에서 열린 12회 투렌 음악 축제 피아노 리사이틀>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피아노)
ALT272/3
연주 ★★★★☆
녹음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브람스 <비극적 서곡>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피아노)
세르주 첼리비다케(지휘)
프랑스 국립 방송 관현악단
ALT285
연주 ★★★★☆
녹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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