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닉(Allnic Audio)의 ZL-5000 MK2는 ‘Zero-Loss’라는 이름이 지향하는 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최신 세대 파워 케이블이다. 전류 전달, 접촉 안정성, 차폐 성능, 구조적 강성을 모두 아우르는 핵심 요소들이 세밀하게 다듬어졌고, 케이블의 기본 뼈대를 이루는 단자·도체·실드·진동 억제 구조까지 전반적으로 정교하게 재설계되었다. 그 결과 전원 케이블이 시스템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MK2는 이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분명하게 보여 준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부분은 올 블랙(All-Black) 테마다. 외피는 매트한 질감의 블랙으로 감싸고, 단자부와 핸들까지 블랙 톤으로 통일해 케이블 자체가 하나의 하이엔드 오브제처럼 보인다. 보기 좋은 디자인을 넘어 시스템 뒤편을 정돈해 주는 효과가 있어, 설치만으로도 전체 세팅이 깔끔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케이블을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대신, 오히려 존재감을 절제된 형태로 드러낸 셈이다.

MK2의 IEC 단자는 베릴륨 구리(Beryllium Copper)를 기반으로 한 4면 접촉(4-Surface Contact) 구조를 채택했다. 접점이 네 방향에서 안정적으로 맞물리는 형태로, 전류 전달의 신뢰성과 물리적 밀착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설계다. 여기에 두 개의 스틸 플레이트 스프링이 더해져 접촉 압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장시간 사용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접점 구조를 만들어 낸다. 전원이 통과하는 지점 자체가 견고하게 마련된 셈이다.

슈코(Schuko) 단자 또한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핀 부분은 베릴륨 구리를 가공했으며, 여섯 지점으로 분할된 구조 안쪽에는 고탄성 고무(High-Elastic Rubber)가 삽입되어 있다. 이 구조는 콘센트와의 밀착력과 진동 억제 능력을 강화해 전원 공급의 일관성을 높인다. 도체 사이에는 실리콘 고무 절연체가 사용되어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며, 장기 사용에 따른 경화나 마모도 최소화했다.

선재는 굵은 게이지의 OFC(무산소 동)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표면에는 니켈 도금(Nickel Plating)이 적용되어 내식성·강성을 높였다. 전기적 안정성과 장기 내구성을 모두 고려한 설계다. 차폐 구조는 알루미늄 실드와 니켈 구리 메시가 결합된 이중 차폐(Double Shielding) 방식으로, 외부의 고주파·저주파 간섭을 넓은 대역에서 차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전원 케이블에서 자주 발생하는 미세 자장 간섭과 디지털 노이즈의 영향을 현저히 줄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원 케이블의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단자-도체 결합 방식도 큰 특징이다. 올닉은 납땜을 배제하고 1000°C 이상의 열간 용접(Hot Welding) 기술로 도체와 단자를 융합하듯 결합했다. 이 방식은 접점 저항을 극적으로 줄이고, 단자 전체가 도체의 연장처럼 동작하도록 만들어 전류 흐름의 안정성을 극대화한다.

청취에서는 이러한 물리적·기계적 변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ZL-5000 MK2를 시스템에 투입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배경의 안정감이다. 노이즈 플로어가 얕게 가라앉으면서 음의 중심이 또렷하게 서고, 보컬의 윤곽과 악기의 잔향이 흐트러짐 없이 또렷하게 그려진다. 저역은 깊고 단단하며, 음의 뼈대가 한층 정돈된 느낌을 준다. 중역대는 부드럽지만 밀도 있게 형성되며, 고역은 과장이나 자극 없이 투명하게 뻗어 나간다. 음악이 전체적으로 정제된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공간을 채우는 느낌이 더 단단해진다.

결론적으로 ZL-5000 MK2는 단순한 후속 모델이 아니다. 전원 케이블의 핵심을 이루는 단자 구조, 도체 구성, 차폐, 연결 방식, 진동 억제까지 전 범위가 정교하게 다듬어진 진정한 의미의 MK2다. Zero-Loss라는 이름처럼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음악의 흐름 자체를 자연스럽고 균형 있게 만들어 주는 케이블이다. 시스템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이려는 사용자에게 ZL-5000 MK2는 확실히 체감되는 변화를 제공하는, 믿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