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노 앰프는 진공관 제품이 많다. 역대 명기로 거론되는 제품도 대부분 진공관이다. 국내도 마찬가지. 반도체의 분리형 포노 앰프는 그 숫자가 많지 않은데, 프라이메어의 이 반도체 포노 앰프 제품은 그중 유독 관심을 끈다. 보편적인 가격대에 MM과 MC를 함께 내장하고, 만듦새며 들려주는 소리, 내구성 면에서도 안정적이라는 것이 이제 검증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제품은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다.

프라이메어는 앰프 및 소스기기로 크게 알려져 있어 포노 앰프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 분들이 많겠지만, 유럽의 오디오 제작사 중 프라이메어만큼 전용 포노 앰프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곳은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 시청기 R35는 이번에 새로 수입이 되었지만 첫 선을 보인 지는 오래된다. 1985년에 설립된 프라이메어의 첫 번째 포노 앰프는 2002년에 출시된 R20인데, 하프 사이즈 크기에 MM/MC 모두 지원하는 포노 앰프였다. 그 후 2011년에 풀 사이즈의 본격 제품인 R32가 나왔고, 그다음 2020년에 버전 업한 R35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격대를 낮추고 설계를 다소 간결하게 만든 R15도 동시에 나왔다. R35는 풀 사이즈(가로 폭 430mm)의 플래그십 포노 앰프이고, R15는 기존 15 시리즈 인티앰프와 세트로 출시한 3/4 사이즈(가로 폭 350mm) 기종. R15의 경우 덩치는 R35에 비해 작지만 임피던스는 물론 커패시턴스, 심지어 MC 게인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XLR 단자가 없는 단출함 때문에 가격대가 더 낮다. 실속기를 찾는다면 이 기종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시청기 R35는 이렇게 동사의 3세대 포노 앰프로 꾸준히 내부를 개선해 진화된 제품인 만큼 내구성은 물론 완성도가 일급에 속한다.

오디오 제품 중 포노 앰프는 만들기가 가장 어려운 종목에 속한다. 이유는 아주 미세한 아날로그 신호를 크게 증폭하려면 그에 따라 노이즈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순수한 음악 신호의 증폭은 하되, 노이즈는 최대한 줄이는 것은 어려운 기술과 노하우이며, 지금부터 반세기 이전에 개발되었던 마란츠 회로가 지금까지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노 앰프의 최우선 덕목은 아주 여린 신호를 증폭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S/N비가 좋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MM 카트리지가 5mV, MC 카트리지가 0.5mV 출력에 불과한데, CD 신호인 2V 수준으로 올리려면 MM 포노 앰프는 40dB, MC 포노 앰프 60dB로 높게 증폭해야 하는데, 실로 개미 기어가는 소리를 들리도록 하기 위해 40dB면 100배, 60dB면 1000배 증폭해야 한다. 이러니 노이즈가 한 방울이라도 유입되면 앰프 입장에서는 끝. 전원부를 분리하는 포노 앰프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노이즈부터 격리시키자는 취지다. 전원부를 내장하는 경우에도 전원 트랜스만큼은 실딩하는 경우가 많다. 포노 앰프가 대부분 그라운드 단자를 마련하는 것 역시 접지 노이즈 때문.

시청기 R35는 아날로그적 분위기 대신 날렵하고 강인한 프라이메어의 분위기에 충실한 외모를 갖췄다. 오랫동안 함께해도 질리지 않을 심플하고 모던한 외관이다. 내부에는 대용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채용한 여유 있고 강력한 전원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사운드 역시 밀도감 있고 음장감이 넓다. 그리고 기본 RCA 외에 XLR 출력단도 있어서 프리앰프와의 연결도 자유스러우며 그 소리의 변화를 즐겨 보는 맛도 각별할 것 같다.

본 기는 RIAA 전용 포노 앰프이면서 무엇보다 MC 입력 신호에 대한 1차 증폭을 그 흔한 승압 트랜스가 아닌, 헤드 앰프(Head Amp)가 담당하는 점이 최고 장점 중 하나. 노이즈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헤드 앰프가 승압 트랜스에 비해 음의 찌그러짐 현상, 즉 왜율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구조상의 특징은 MM과 MC로 나뉘어져 있고 다양한 게인, 임피던스, 커패시턴스 값을 지니고 있는 카트리지들에 대응하는 스위치를 설치, 확실한 대응을 할 수 있는데, 모두 좌, 우 채널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대표적. 사용하는 카트리지가 다소 까다로운 것이라 하더라도 일단 확실하게 스펙을 파악하고 매뉴얼에 적힌 대로 후면의 토글, 딥 스위치를 조정하면 간단히 적정치를 설정할 수 있다.

후면의 토글 스위치로 게인을 조정할 수 있다. MM은 RCA 36, 40, 44dB/XLR 42, 46, 50dB로 MC는 RCA 62, 66, 70dB/XLR 68, 72, 76dB로 선택 가능하다. 그리고 토글 스위치로 서브소닉 필터를 온·오프할 수 있으며, MM과 MC 역시 토글 스위치로 선택할 수 있다. 임피던스와 커패시턴스는 후면 딥 스위치로 조정할 수 있다. MM 임피던스는 2.5㏀, 47㏀을, MC 임피던스는 10Ω-47㏀으로 무려 21스텝을 설정할 수 있다. MM 커패시턴스는 100㎊, 200㎊, 300㎊, 400㎊를, MC 커패시턴스는 100㎊, 1㎋를 선택할 수 있다.

재즈에 적합하지만 다소 거친 맛이 있는 오토폰 레드 카트리지로 들어 보니 거친 맛이 산듯하게 바뀌면서 열정의 생기가 우아하게 상승하는 것이 감동적. 음이 산뜻, 명쾌해지며 밀도가 깨끗하게 달라지는 등 다른 포노 앰프들과 비교해 보면 변화 폭이 상당하다. 그리고 어떤 카트리지와도 잘 어울리며 거치감, 편의성, 내구성 등 포노 앰프로는 충분히 합격점인 모범적 제품.

가격 290만원
지원 MM/MC
아날로그 입력 RCA×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최대 출력 레벨 11V
출력 임피던스 100Ω(RCA), 200Ω(XLR)
S/N비 85dB(MM), 76dB(MC)
THD+N 0.02% 이하(MM), 0.03% 이하(MC)
크기(WHD) 43×9.2×38.4cm
무게 9.5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