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gers LS5/9 SE & Master Sound Duetre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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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ers LS5/9 SE & Master Sound Duetrenta
  • 성연진(audioplaza.co.kr)
  • 승인 2024.03.11 15:17
  • 2024년 03월호 (62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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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모니터의 전설, 마스터 사운드와 만나다

BBC 모니터가 등장한 것은 60년대 중반의 일로, 1970년대를 거치면서 홈 오디오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과 성공을 거두고 90년대까지 긴 세월 동안 가장 안정적인 스피커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90년대부터 모니터 스피커들의 기술들이 굉장히 높아지면서, BBC 모니터의 존재 가치는 점차 퇴색되고, 하이파이 시장에서 자리가 좁아지게 되었다. BBC 모니터의 레퍼런스라 불리던 로저스(Rogers)는 회사마저 해외 자본에 넘어가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시기를 겪기도 했는데, 지난 2013년부터 다시 부활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BBC 모니터들이 복고풍의 유행 덕분인지 하나 둘 씩 새롭게 시장에 등장하자 LS3/5A를 애니버서리 모델로 시험적인 한정판 생산을 시도한 것이다. 이때 상당한 반응과 함께 완판의 성공을 거두면서 로저스는 다시 본격적인 BBC 모니터 재생산의 계획을 갖게 되었다. 

시작은 2000년대 초반, 로저스가 영국의 공장을 폐쇄하며 모든 것을 정리하던 때까지 남아서 사업의 마무리를 책임졌던 앤디 휘틀(Andy Whittle)을 찾아 다시 BBC 모니터 사업의 재개를 맡겼다. 로저스의 BBC 모니터 사업을 책임지게 된 앤디 휘틀은 영국 런던 인근에 새로운 로저스 스피커 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진행함과 동시에, 로저스가 사용했던 오리지널 스피커 유닛들을 다시 제작하기 시작했다. LS3/5A는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유닛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다시 생산을 하게 되었고, LS5/9의 경우, 오리지널 유닛을 책임졌던 오닥스에 의뢰하여 다시 트위터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흰색 폴리프로필렌에 바이닐 서라운드로 구성된 미드·베이스 유닛도 새로 제작하여 LS3/5A와 LS5/9의 재생산이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부터 로저스 스피커의 부활을 시작하여 현재는 완전한 ‘Made in Britain’ 스티커가 붙은 로저스의 BBC 모니터 스피커들이 생산되고 있다.

앤디 휘틀은 오리지널을 완벽하게 재현하여 복원해 BBC의 공식 라이선스를 받으며 새로 생산되는 모델들에는 클래식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들 모니터의 기술적 면면들을 개선하여 크로스오버와 캐비닛을 개선한 업그레이드 버전까지 개발하게 되었다. BBC의 규격과 공식 사양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크로스오버의 부품들을 고급 오디오 전용 부품들로 교체하거나 직접 개발했고, 캐비닛 또한 팬저홀츠라는 나무와 레진 소재를 혼합하여 만든 하이브리드 사양의 고강도 나무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등장한 SE(Special Edition) 버전은 BBC 모니터의 틀과 사양을 BBC 오리지널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차원 높은 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완전히 재탄생한 로저스의 역량은 국내에서도 LS3/5A SE 15 Ohms와 LS5/9 SE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이번 베스트 매칭의 메인 스피커는 LS5/9 SE.

LS5/9 SE는 전면에 팬저홀츠 배플을 더하고, 새로운 인덕터와 저항의 크로스오버를 갖추었다. 일반 버전보다 한층 투명하고 선명도 높은 음을 들려줄 뿐만 아니라, 저음에서도 댐핑과 치밀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임팩트 강한 음을 보여준다. 덕분에 다이내믹스가 더 현대적으로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BBC 모니터 특유의 보컬 능력과 중역대의 밀도 및 선명도 높은 사운드뿐만 아니라 저음의 개선으로 한층 넓어진 무대와 이미징, 그리고 현대적 톤을 지닌 LS5/9 SE로 탄생한 것이다. 물론 임피던스나 감도 같은 스펙 사양을 놓고 본다면 오리지널 그대로이다. 게다가 LS3/5A와 달리 이 LS5/9는 한층 큰 공간에서 전 대역을 커버하는 중급 풀레인지 모니터 사양이라서 단순 보컬이나 소편성 악기뿐만 아니라, 대편성이나 상당한 주파수 대역을 지닌 다채로운 음악들을 제대로 소화해낸다. 물론 그 역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앰프를 짝지어 주어야 할 것이다.

BBC 역사를 레퍼런스로 삼는다면 오래전 쿼드의 앰프들도 생각날 것이고, 가격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즐거운 매치를 고른다면 최근 재생산된 뮤지컬 피델리티의 A1을 꼽을 수 있다. 클래스A의 소출력 앰프로 여전히 발열이 있지만, LS5/9 SE를 매우 기분 좋은 온도감과 중역의 순도 높은 사운드로 보답하여, 서로의 장점을 좋은 시너지로 융합시킬 수 있는 조합이다. 특히 가격 면에서 본다면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제대로 된 LS5/9 SE의 특별한 업그레이드 퍼포먼스를 모두 즐겨보려면, 클래스A의 장점을 지닌 또 다른 앰프를 고려해볼 수 있다.

진공관 클래스A 앰프로 완성된 마스터 사운드(Master Sound)의 듀에트렌타(Duetrenta)가 좋은 선택지 중 하나이다. 3극관 모드에서는 싱글엔드로 KT120 2개를 병렬로 동작시켜 채널당 15W 출력을 내는데, 음이 상당히 깨끗하고 매끄러우며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음을 들려준다. 음에 억압감이나 정적인 느낌 없이 매우 이탈감이 좋은 음으로 적절한 스케일과 입체적인 무대로 LS5/9 SE의 풀레인지 모니터의 장점과 능력을 아낌없이 모두 끄집어낸다. 보컬의 미려함뿐만 아니라 금관·목관 같은 관악기의 울림에도 광채가 살아 있으면서도 메탈릭하거나 건조한 톤이 하나도 없어서, 음이 자연스러우면서 시원하다. 저음도 매우 탄탄하고 타격감이 정확하게 살아날 뿐만 아니라,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같은 곡에서 그란 카사의 깊이감도 멋지게 소화해준다.

세월이 흘렀지만, 세월과 달리 한층 성숙하게 진화한 LS5/9 SE는 스페셜 에디션답게 업그레이드된 사운드로 여전히 BBC 사운드의 강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음악 감상 모니터이다. 특히 마스터 사운드의 듀에트렌타와 짝을 이루면 투자한 가격 이상으로 이 스피커가 지닌 장점에 미려한 진공관 사운드가 더해져 정말 음악 듣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Rogers LS5/9 SE
가격 1,00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1cm 폴리프로필렌 콘, 트위터 3.4cm 오닥스   크로스오버 주파수 3kHz   출력음압레벨 87dB/W/m   임피던스 8Ω   파워핸들링 100W   크기(WHD) 27.5×46×28.5cm   무게 12kg

Master Sound Duetrenta
가격 850만원   구성 패러럴 싱글 엔디드 클래스A   사용 진공관 KT120×4, ECC802×2   실효 출력 30W(Pentode), 15W(Triode)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MM)×1   아날로그 출력 RCA×2   주파수 대역 15Hz-30kHz(0dB)   출력 트랜스포머 MastersounD   출력 임피던스 4, 8Ω   네거티브 피드백 0dB   크기(WHD) 49×23×33cm   무게 2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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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3월호 - 6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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