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 ROSE RA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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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Fi ROSE RA280
  • 코난
  • 승인 2024.01.10 11:27
  • 2024년 01월호 (6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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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의 레시피, 음악의 맛을 증폭하다

로즈의 주방엔 없는 것이 없다. 원하는 요리를 선택만 하면 그때그때 필요한 신선한 재료가 냉장고에서 선택되고 솜씨 좋은 요리사의 손에 의해 요리에 투입된다. 고기나 생선 등 주재료는 세심하게 손질된 후 독자적인 방식으로 조리된다. 각종 양념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만들려고 하는 요리의 레시피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요리는 단순히 재료만 좋다고 해서 맛이 보장되지 않는다. 재료를 익히거나 볶는 시간, 간을 하는 시점이나 양념을 하는 방식 및 타이밍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의 맛이 태어난다. 맛뿐만 아니라 향이 그 음식의 완성도를 좌우하기도 한다.

약 4년 전 즈음이었을까? 하이파이 로즈(HiFi ROSE)를 알게 되었다. 이 브랜드는 그들만의 주방을 구축하고 이런저런 디지털 관련 재료를 모아 그들만의 레시피를 완성해냈다. 아직 그들만의 방식이 가장 옳다고 할 수도 없었고, 완벽하다곤 할 수 없는 단계였다. 하지만 패기가 넘쳤고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이파이 로즈의 주방엔 과연 없는 게 없었다. 타이달, 코부즈 등 해외 유명 온라인 서비스는 물론이며, 벅스, 멜론, 그리고 나중엔 애플뮤직까지 맛있게 버무려냈다. 게다가 음원을 내부 스토리지에 내장시킬 수 있었고 팟캐스트, 라디오 등 넘치는 재료와 양념이 로즈의 향기에 뒤엉키면서 화학 작용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로즈의 주방에서 개발해낸 레시피로 만들어낸 것들은 하나 같이 시각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저 맛만 좋다고 해서 반응하던 시대는 지났고 오감이 함께 반응할 때 즐거움과 감동은 배가되는 시대다. 유튜브라는 재료는 로즈의 감각을 일깨웠고 커다란 디스플레이 창 또는 TV를 지배하며 음악과 영상을 멋지게 엮어냈다.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생각났지만 이내 ‘Video Saved The Radio Star’라는 단어로 치환되는 듯했다. 로즈의 주방에선 이후 다양한 추가 레시피가 개발되었고, 메뉴는 점점 늘어났다. RS201, RS250, RS150, RA180, RS520 등이 그렇게 새로운 메뉴판에 올랐다. 이젠 로즈의 레시피를 비슷하게 카피하는 브랜드까지 속속 생겨났지만 로즈 고유의 레시피는 따라잡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진화해나갔다.

그리고 하이파이 로즈는 레시피를 다른 요리로 전이했다. 기존의 기기들은 모두 디지털 소스 머신으로 작동했고 이미 RS201에서 앰프를 내장하면서 앰프 설계에 욕심을 보여준 바 있었다. 이어 RA180 같은 플래그십 앰프를 개발했고, 이는 RS520이라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앰프 같은 복합 올인원 기기의 탄생에 기초를 제공했다. 그리고 다시 앰프다. RA280이라는 모델은 다시 RA180을 복기하면서 좀더 합리적인 가격대에 오디오파일들을 운집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하이파이 앰프 증폭의 미래로 조금 색다른 증폭 방식을 어젠다로 정했다. 하이파이 로즈의 의하면 클래스AD 방식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하이파이 로즈의 증폭에 대한 접근이다. 이미 하이파이 앰프 증폭엔 새로운 기술이 없다고들 했지만 하이파이 로즈는 GaN FET를 채용한 클래스D 증폭을 시도했다. 이 GaN이라는 것은 옵토일렉트로닉스, 그러니까 광전자공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의 일종이다. 특히 GaN의 밴드 갭은 3.4eV로 실리콘이 1.1eV, 게르마늄이 0.67eV의 밴드 갭을 갖는 것에 비해 굉장히 넓은 편. 이는 방출되는 광자 에너지가 높고 파장은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최근 GaN FET를 만들어 앰프 증폭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팹리스 반도체 제작사 GaN 시스템즈는 자동차 및 가전제품용 GaN 공급 업체 중 하나로 이들이 만든 클래스D 증폭 앰프 보드나 전원 장치가 하이파이 오디오 부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하이파이 로즈의 경우 RA180에서 이미 이 GaN FET를 사용한 클래스D 증폭 모듈을 투입한 바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클래스D 증폭 소자에 사용하는 실리콘 FET에 비해 GaN FET는 스위칭 증폭 시 스위칭 속도가 빨라 데드 타임이 짧고 이 때문에 선형성이 대폭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래 클래스D 증폭이 가진 효율성 및 크기 대비 높은 출력 등 다양한 이점에 더해 음질적인 부분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 이번 신제품 RA280에도 하이파이 로즈는 바로 GaN FET를 사용한 클래스D 증폭을 적용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RA280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GaN FET를 사용한 클래스D 증폭이다. 이 증폭 모듈을 RA280엔 총 두 개 사용해 듀얼 모노 형태로 설계했다. 채널당 250W 출력으로 웬만한 하이파이 스피커 제어엔 적어도 출력으로 인한 문제는 없을 만큼 대출력이다. 한편 클래스D 증폭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필터는 LC 회로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만든 로우패스 필터는 65kHz까지 주파수 대역에서 -1dB, 그리고 더 높은 85kHz 구간까지는 -3dB 감쇠를 통해 스위칭 증폭 시 발생하는 고주파 노이즈를 말끔하게 제거하고 있다.

한편 전기를 공급받아 작동하는 모든 컴포넌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원부는 하이파이 로즈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역시 스위칭 방식을 채택한 모습이다. 실리콘 FET 대신 실리콘 카바이드 FET를 사용해 고전압, 고내열성 등의 강점을 활용했다. 고출력을 유지하면서 발열에 대한 내열성을 갖춘 전원부 설계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2.5kW급 PFC 및 대용량 커패시터 등 전원부에도 정성을 들인 모습이 역력하다.

RA280을 처음 마주하면 역시 전작 RA180과 마찬가지로 올드스쿨, 빈티지 스타일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RA180에 비하면 좀더 심플해져 눈이 피로하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느낌이다. 좌측으로는 입력단 선택 노브가 마치 반으로 쪼갠 시계탑의 시침을 보고 있는 듯하다. 한편 그 옆으론 좌·우 채널의 출력 레벨을 보여주는 레벨 미터가 자리하고 있다. 마치 비행기나 잠수함의 컨트롤 패널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젠 하이파이 로즈의 시그니처 디자인이 되어가고 있다.

옆으로 시선을 옮기면 두 개의 작은 노브가 보인다. 이는 고역과 저역 레벨을 각각 취향에 따라 조정해 토널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한다. 기준 주파수는 저역의 경우 100Hz, 고역은 10kHz로 각각 +/-15dB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하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을 경우 바이패스를 선택해 완전히 꺼버림과 동시에 신호 경로에 영향을 주지 않게 세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측으로는 커다란 볼륨 노브가 제법 묵직한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참고로 RA280엔 잘 만들어진 MM 포노 앰프가 내장되어 있어 별도의 포노 앰프 없이도 LP를 즐길 수 있다.

RA280을 세팅하기 위해 후면을 살펴보면 처음 앰프를 접한 사람이라도 무척 쉽게 소스기기와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일목요연한 단자 배치를 엿볼 수 있다. 좌측으로 전원 인렛이 설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 리셋이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퓨즈로 인한 음질 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서킷 브레이커를 채용한 것. 그 옆으로 좌·우 스피커 하나씩 연결할 수 있는 바인딩포스트가 배치되어 있고 말굽, 바나나 단자 모두 사용 가능하다. 우측으로는 RCA 라인 입력 3조에 XLR 라인 입력 1조를 마련해놓고 있는 모습이며, RCA 포노 입력단도 마련해놓았다. 이 외에 서브우퍼 출력, 같은 하이파이 로즈 기기들을 함께 켜고 끌 수 있는 트리거 입·출력단 등도 눈에 띈다. 바이패스 입력단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일반적인 하이파이 시스템 운용 시 꼭 필요한 입·출력단만 간결하게 구성해놓은 모습이다. 

이번 테스트에선 스피커의 경우 윌슨 오디오 사샤,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에이트리아 등을 스피커로 사용했고, 소스기기의 경우 웨이버사 Wcore, Wstreamer를 사용해 룬으로 재생했고 DAC는 MSB 아날로그를 활용했음을 밝힌다.

최근 많이 들었던 곡인 구스타브 레온하르트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보았다.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에이트리아 및 윌슨 오디오 사샤에 앰프, 소스기기 비교 테스트 시 고역대 해상도, 투명도 등을 알아보는 데 제격이었다. 원래 메인으로 쓰던 클라세, 패스 조합에선 고역이 귀가 시릴 정도였던 곡이다. 하지만 RA280은 해상도는 높으면서도 피로하지 않은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된 소리다. 확실히 저가 클래스D와 차원이 다른 소리며 누군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클래스AB 증폭으로 착각할 듯한 사운드다.

다양한 곡들 중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Time’ 재생음도 눈에 띄었다. 이 곡은 프로듀서 알란 파슨스가 앤티크 숍에서 괘종시계를 직접 녹음해 샘플링했는데 괘종시계 소리는 시스템에 따라 얼마나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실제처럼 들리는지 들어보면 일단 그 개수가 다르게 들린다. RA280 같은 경우 그 소리를 무척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너무 산만하지 않다. 이어 드럼 등에서도 차분하고 젠틀한 음색과 함께 제법 묵직한 힘이 실려 있다. 전체 대역 밸런스가 피라미드형으로 치우침 없이 모범적인 편이다. 따라서 어떤 스피커를 매칭해도 크게 낯을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Limit To Your Love’ 같은 곡은 초반 저역이 상당히 깊고 강해서 일반적인 공간에서 광대역 스피커로 들으면 벽이나 공간이 떨리기도 하는 강력한 저역을 가진 곡. 윌슨 오디오 사샤를 풀 바디로 울리면 저역이 몸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RA280 같은 경우 일단 초저역까지 부밍 없이 재생해주며, 그 양은 아주 많지 않아 타이트하고 단단한 재생음을 선보인다. 끈질기게 물고 추진해나가는 능력에서 지속적이고 충분한 전원 공급 및 임피던스 대응 능력은 준수하다고 판단된다. 분리형이나 상위 RA180에 비하면 약간 축소된 깊이의 저역이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 적당한 볼륨으로 듣기엔 전혀 부족하지 않다.

모름지기 잘 만든 앰프라면 음량에 따른 해상도, 다이내믹스, 사운드 스테이지 차이가 적어야 옳다. 그런 의미에서 안드리스 넬슨스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쇼스타코비치 10번 2악장의 재생음은 좋은 예가 된다. 볼륨 9시에서도 상당한 음량으로 게인 자체가 높아 시원시원하게 공간을 채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면으로 공격적으로 튀어나오지 않아 무대를 심도 깊게 조망할 수 있다. 클래스D 기반임에도 소리가 얇거나 차갑지 않은 편이며 중역대도 비지 않아 되레 진한 느낌이 충만하다.

하이파이 로즈의 시작은 최신 디지털 소스를 음향과 영상의 결합으로 ‘음악을 보는’ 아이디어로 시너지를 얻었다. 최신 디지털 포맷과 국내·외 온라인 스트리밍 등 트렌드를 모두 꾹꾹 눌러 담아 미래의 하이파이 오디오라는 담론을 형성하며 희망의 닻을 올렸다. 한편 앰프 라인업은 정반대로 과거로 향하는 빈티지 디자인으로 얼굴을 내밀며 자사의 소스기기와 대척점에 놓인 듯한 모습이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클래스D 증폭 모듈을 활용해 효율과 음질을 양립하는 등 결과적으로 소스기기에서 기치로 내세웠던 진보적 기술과 편의성에 더해 빈티지의 멋을 융합해내고 있다. 노브 디자인, 인디케이터, 레벨 미터 하나에도 제작자의 오디오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묻어났다. 결론적으로 하이파이 로즈의 이 새로운 레시피는 맛있다. 그리고 재미있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몇 배고 증폭시킬 것이다. 


가격 330만원   
실효 출력 250W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MM)×1, XLR×1
서브우퍼 출력 지원  
주파수 응답 10Hz-85kHz(+0, -3dB)   
S/N비 109dB, 85dB(MM)   
THD 0.007%   
입력 감도 600mV, 5mV(MM)  
입력 임피던스 47㏀   
출력 임피던스 30㏁   
댐핑 팩터 250 이상   
톤 컨트롤 ±15dB(베이스/트레블)  
바디 솔리드 알루미늄, 러스트-프루프 스틸 
크기(WHD) 43×10.3×35.5cm 
무게 9.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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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1월호 - 6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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