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ndor D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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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or D7.2
  • 김남
  • 승인 2024.01.10 10:40
  • 2024년 01월호 (61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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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압도적인 음장감

스펜더 제품은 다소 성향이 강하다. 같은 영국의 탄노이, 하베스, B&W 계열과도 약간 컬러가 다르고, 굉장히 섬세하고 깨끗한 개성이 주특기였는데, 초기의 명기 BC1부터 섬세하며 번득이는 해상력을 주력으로 기반을 잡았다. 그래서 조금 앰프를 잘못 쓰면 저역이 부족한 것으로 들리기 쉽다. 탄노이가 자연스러움을 너무 강조해 피아노나 재즈 등에는 좋지 않다 라는 세평을 얻은 적도 있고, B&W 801 첫 모델도 클래식에 한정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모두 달라졌는데, 스펜더 역시 그러한 평판을 다소 의식한 듯 굳이 클래식과 재즈 등으로 소리를 구분하지 않는 올라운드 성향의 폭 넓은 소리로 지금까지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고, 근래의 스펜더는 홈 오디오의 명가로 전통의 클래식 라인과 함께 A 라인, D 라인을 주 종목으로 내세우면서 그동안 갈고 닦아 왔던 해상력과 신선하기 짝이 없는 음색을 고결하게 한 단계 더 높인 듯하다.

이 제작사는 그동안에도 결코 초고가의 대형기로 위압을 주지 않고 보통의 홈 스피커 수준으로 중견기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왔다. 시청기 D7.2는 보기 드물게 발표 즉시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는 기종인데, 심플한 스타일은 어느 곳에 거치해도 실내 인테리어와 쉽게 어우러지며, 소리 역시 독보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개성이 강하다. 점잖고 수수한 겉모습과 달리 이 심플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깨끗하고 매끈한 사운드가 압도적으로 전개된다. 보편적인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으로 이런 고급스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는 스펜더가 아니면 쉽게 찾아볼 수 없겠다 생각이 들었고, 이 가격대 제품으로는 가히 세계 1급 기종이라는 데 주저 없이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보석 같은 제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새삼 오늘 날 영국적 양식의 메이커라고 평가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소형기에 장점이 많이 있어도 시각적 거치 만족도를 위해 톨보이나 중형기를 찾는 경우도 많은데, 소리 차이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는 것 같아도 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저역이 많은 대편성이나 라이브 재즈 공연 음반에서 그 차이가 쉽게 드러나는 편인데, 시청기는 톨보이에 가까운 소형 체적인데도 마치 호수의 맑은 물을 쏟아 내듯 거대한 판유리 같은 소리가 주저 없이 밀려 나오는데, 그 압도적인 음장감에 놀라고 그 맑고 스피디한 해상력에 거듭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게다가 스피커에 연결된 앰프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인 제품이다.

제품 번호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D7.2는 명성이 자자한 D7의 버전 업 기종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2.5웨이 구성, 크로스오버가 900Hz/3.2kHz, 주파수 응답 특성은 29Hz-25kHz, 감도 90dB, 임피던스 8Ω 등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 스펙만 보면 미세하게 인클로저의 폭이 확장되었고 무게도 살짝 늘어난 것뿐이라서 전작에 비해 소리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는 할 수 없기도 한데, D7.2가 개선한 점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변화가 인클로저 내부에 담겨 있기에 그렇다. 약점을 보완한 새로운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의 적용이 가장 다른 점이며, 또한 내부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열로 방출하기 위한 저질량 폴리머 댐퍼와 비대칭 브레이싱을 바탕으로 하는 고유의 스펜더 다이내믹 댐핑(Spendor Dynamic Damping)이라는 기술을 보완·적용해 더욱 인클로저 구조가 견고해졌다는 것. 그 외에는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이 있고, 플린스의 디자인이 살짝 변경되었고 바닥에 강철을 가공해 만든 스태빌라이저 디스크를 더해 안정성을 높였으며, 브랜드 로고의 위치 변경, 그릴이 핀 방식에서 자석 방식으로 변경되어 구멍이 사라졌다는 정도.

시청기 D7.2의 특징은 이미 D 라인 스피커에 적용되어 유명해진 LPZ 트위터라고 할 수 있다. LPZ(Linear Pressure Zone)라는 혁신적인 트위터는 22mm 폴리아미드 돔 앞에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된 그물망을 설치해 두었는데, 이는 단순히 트위터를 보호하는 용도가 아니라 돔 트위터에서 나오는 소리가 망을 통과하면서 음파의 길이와 경로를 보정하고 균일하고 정확한 소리 전달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니 대단한 설계로 보인다. 또한 이 기종의 번득이는 해상력과 해맑음이 이 LPZ 트위터로 결정되는데, 그러면서도 정확하고 그 또한 자연스럽게 전달되어 듣는 사람에게 절대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깨끗함만 강조되면 얼마 가지 않아 다소의 피로도가 생기게 된다. 무조건 냉수로 샤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여름에도 체온을 적절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의 물 온도와 같은 것이다.

미드레인지인 EP77 폴리머 콘 드라이버는 이 제작사의 모든 라인에 들어가는 유닛으로 상급기에도 그대로 채용되고 있다. 이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우수한 선형성과 함께 뛰어난 다이내믹 능력을 제공하며, 미드레인지 범위에서 빠른 반응과 넓은 공간을 커버해 내며, 스펜더 사운드의 대명사와도 같은 핵심이 되는 유닛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퍼는 18cm 크기의 케블라 합성 콘 드라이버를 채용했다.

또 하나의 특징을 꼽으라면 후면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라고 할 수 있다. 위치와 형태가 기존 스피커에서 본 적이 없는 구조인데, 동사에서는 트윈 벤투리 리니어 플로우 포트(Twin-Venturi Linear-Flow Port)라고 부르며, 이러한 구조는 저음을 아주 깔끔하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스피커는 앰프 대응력이 뛰어난데, 시청 평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절대적 해상력과 투명도, 저역의 자연스러움과 질감의 우아함, 화살이 날아오는 듯한 쾌감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런 스피커 쉽게 만나기 어렵겠다. 


가격 900만원   
구성 2.5웨이   
사용유닛 우퍼 18cm 케블라 컴포지트 콘, 미드·우퍼 18cm EP77 폴리머 콘, 트위터 2.2cm LPZ 폴리아미드 돔
재생주파수대역 29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900Hz, 3.2kHz   
출력음압레벨 90dB/W/m  
임피던스 8Ω   
권장앰프출력 25-200W   
크기(WHD) 19.2×98×33.3cm   
무게 21.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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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1월호 - 6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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