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psilon Phaet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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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psilon Phaethon
  • 김남
  • 승인 2023.12.07 18:29
  • 2023년 12월호 (61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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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를 대표하는 명품 하이브리드 인티앰프 등장

그동안 유럽 오디오 중에서도 그리스 제품은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 변방 국가라는 인상이 고착화되어 버린 것 같은데, 몇 해 전부터 돌연 그리스 제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한 크기와 무게가 인상적이었던 그리스산 프리앰프 한 기종을 처음 들어 봤을 때의 감탄이 지금도 역력히 기억된다. 로마보다도 더 먼저 선진 문명이 시작되었고 세계 철학의 본산지였던 그리스가 결코 음악이나 오디오의 변방은 아니었던 것이며, 오디오 제품에서도 막강한 실력의 국가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활발한 영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긴 하다. 그렇긴 해도 이제 그리스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성능이 세계 일급이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한 입실론(Ypsilon)은 핸드 메이드로 고급 기기를 제작하는 소규모 제조사로만 알려져 왔지만, 근래 들어 본격화되면서 품목을 다양화하고 해외 진출의 시동을 걸자 단연코 이 제작사의 이름은 유명해졌다. 현재는 분리형 앰프와 인티앰프, 포노 앰프, 디지털 소스 기종까지 생산을 다양화하고 있다. 그중 본 시청기는 상급기 프리·파워 앰프가 세계 도처에서 각종 상을 받고 유명해지자 그 기술력을 응축한 동사의 유일한 하이브리드 인티앰프이다. 동사의 고가 분리형 제품과 비교해 보면 가격도 크게 높지 않으면서도 그 우수한 성능으로 인해 단숨에 고급 인티앰프계의 선두 주자로 성큼 올라선 것 같다.

제대로 자료 검토 없이 소리만 울려 보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역시 만듦새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무게가 35kg이나 되는 인티앰프를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또한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섀시는 전면 패널이 20mm 두께, 나머지 부분 10mm 두께의 알루미늄 플레이트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면 패널에는 LCD 디스플레이와 5개의 작은 은색 버튼만이 있을 정도로 단순미를 강조하고 있어서 무게감을 더 하기도 한다. 후면 패널에는 3쌍의 언밸런스 RCA 입력 단자와 1쌍의 밸런스 XLR 입력 단자만 포함되어 있어 전형적인 아날로그 입력만 있는 정통 음악 전용기라고 할 수 있으며, 바인딩 포스트는 독일 WBT의 최고급 넥스트젠 제품이고, AC 전원 인렛은 후루텍 제품. 여기에 묵직한 금속으로 만든 리모컨이 제공된다. 이상의 외관만으로도 이 제품의 됨됨이와 지향점이 드러나는 것 같다.

막대한 무게감과 달리 출력은 110W(8Ω)인 시청기의 몇 가지 특성을 간추려 보면, 3개의 액티브 게인 스테이지로 된 심플한 구성인데, 입력단과 드라이브단은 저잡음 쌍3극 진공관 6H30을 채널당 1개 채용한 싱글 엔디드 클래스A 방식으로 되어 있으며, 동일한 특성으로 매치한 3쌍의 MOSFET를 사용하는 출력단은 브리지드, 싱글 엔디드 구조로 되어 있어 푸시풀의 힘과 순수한 싱글 엔디드의 특징을 함께 갖추고 있고, 음악 신호의 대부분을 커버하는 처음 10W 정도를 클래스A로 동작하도록 바이어스를 높게 걸고 있다.

또한 프리앰프부에서 음향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볼륨으로 일반적인 전위차계나 저항을 사용하는 어테뉴에이터 대신 자체 제작한 트랜스포머 방식의 어테뉴에이터를 사용했는데, 일반적인 볼륨은 아무리 좋은 소자를 사용해도 원칙적으로 신호 에너지의 손실을 피할 수 없지만 이 트랜스포머 방식은 에너지 손실 없이 볼륨 제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드라이브단에는 광대역의 인터-스테이지 트랜스포머를 적용해 임피던스를 이상적으로 매칭시키고 있다. 이 트랜스포머 기술이 섬세하고 투명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입실론 사운드의 원천이라는 것도 동사의 강조점.

마지막으로 진공관 및 출력단 각각에 별도로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부에는 맞춤형 트랜스포머가 사용되었으며, 저잡음 필터링을 위해 인덕터를 5개나 사용하고 있고 자체 제작한 초크코일과 문도르프의 전해 커패시터도 동원했다.

시청기를 하베스 콤팩트 7ES-3 XD와 매칭해 보니 놀랄 만큼 상쾌하며, 자연스러우면서도 정밀한 음으로 모든 곡이 통일되어 있다. 피아노의 타격감과 리얼함에 놀라고, 적절한 두께감으로 인해 어떤 곡이든 자연스럽고 미려하다. 고가이긴 하지만 그 가격대를 뛰어넘는 우리 시대의 또 하나 인상적인 인티앰프가 등장했다. 욕심이 난다. 


가격 3,500만원   
실효 출력 110W(8Ω), 180W(4Ω)   
아날로그 입력 RCA×3, XLR×1   
주파수 대역 11Hz-75kHz(-3dB)
게인 ×60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0×18.5×42.5cm   
무게 3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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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12월호 - 6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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