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케이블이 예측하지 못한 국가에서 출시되었다. 오디오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폴란드 제품이다. 이 케이블은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단결정 은선이 특징이다. 모든 선재는 아무리 불순물을 제거하고 99.999%로 이어지는 무산소 동선이라 해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구조가 엉망진창이다. 보통 선재를 들여다보면 금속은 온통 크고 작고 각종 형태로 무질서한 알갱이의 연속 배열로 되어 있다. 전류는 이런 거친 틈 사이를 흐르게 되는데, 당연히 저항이 제각각이라 일반 전류라면 별 상관없지만 민감하게 다가오는 음성 신호나 정밀 수치가 생명인 실험 기구 등에서는 신호의 속도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만들 때 아스콘이라는 작은 자갈로 기초로 다지게 된다. 이 아스콘은 전문 공장에서 만드는데, 크고 작은 바위를 분쇄해서 비교적 크기가 고른 알갱이로 만들게 되고 크기 편차가 없을수록 A급이다. 만약에 주먹 만한 돌멩이와 메추리알 크기의 돌멩이를 마구 섞어서 기초를 다져 놓으면 그 아스팔트는 얼마 못 가 균열이 생기고 만다. 압력이 불규칙하게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래서 단결정 선이 발명되었고 획기적인 발명에 각종 상도 수여되었다. 단결정 선을 보면 마치 구조가 벌집처럼 동일하고 규칙적인 배열로 금속 알갱이가 늘어서 있기 때문에 전류 저항도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소음도 대폭 줄어든다. 모든 선재를 단결정 선으로 만든다면 전국적으로 전력 소모도 상당히 줄어든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선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계 장치가 비싼 데다가 선재를 마치 떡가래처럼 한 가닥 한 가닥 천천히 뽑아야 되는데 속도가 느려서 종일 만들어 봐야 몇 십 미터밖에 나오지 않아서 극히 일부의 특수 산업 기기나 의학 기기에 소량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 그래서 오디오용 케이블로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고, 당연히 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보급이 극히 더딘 참인데, 그 성능은 획기적이다. 단결정 선재로 음을 들으면 거친 면이 확 줄어들어 마치 처음 듣는 듯한 특이한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복으로 비단 두루마기를 입은 듯한 맛이 그런 것일지….
시청기는 그런 단결정 선재의 케이블이다. 이 제작사는 순수 은괴를 녹여 단결정 선재를 뽑는데 천연 다이아몬드 헤드를 사용해 표면을 연마한다고 한다. 그리고 수십 개의 개별적으로 절연된 얇은 단결정 은 단선을 기반으로 이 케이블이 만들어졌다. 또한 절연체는 유기 테플론을 사용해 진동 감소 효과가 뛰어난데 여기에 아라미드 섬유를 적용해 추가적인 감쇄 효과를 더했다. 여기에 실리콘으로 만든 정전기 방지 절연체로 마무리했다. 단자는 후루텍의 최고급 제품을 사용했다.
최고급 하이엔드 오디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도록 제작되어 뛰어난 해상도와 홀로그래피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제작사 쪽의 설명. 직접 들어 보니 소리는 그야말로 획기적이라 할 수 있겠다. 현 독주곡에서 마치 막 쪄 낸 햅쌀 떡 같은 찰기와 순수함, 윤기가 느껴지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퍼덕이는 생선 같은 감촉도 느껴진다. 보컬은 정확하고 윤기 넘치면서도 절묘하다. 누가 들어도 최고의 케이블이라고 엄지 척을 할 것이다. 이미 단결정 케이블을 많이 들어 봤지만 그중에서도 최고 등급이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