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두 인기 브랜드의 만남이다. 한 곳은 오랜 역사의 전통 영국 스피커 브랜드의 원류를 보여주는 업체이고, 다른 한 곳은 가장 대중적인 하이파이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가성비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곳이다. 바로 스펜더(Spendor)와 오디오랩(Audiolab)인데, 스펜더의 엔트리 제품과 오디오랩의 플래그십 라인업이 베스트 매칭에 선정되었다. 가격대 역시 비슷하여, 이 전통적인 밀폐형 스피커를 최신 기술로 무장된 오디오랩이 어떻게 요리할지 기대되는 바이다.
우선 스펜더 A1에 대한 이야기. 스펜더는 잘 알려져 있듯이 스피커의 역사라 설명될 만큼, 창업자 스펜서 휴즈라든가, BBC 모니터 스피커 등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전설적인 클래식 시리즈, 새로운 세대의 스펜더를 경험하게 해주는 D 시리즈, 탄탄한 가성비로 무장된 A 시리즈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A1은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A 시리즈의 막내 제품으로, 그 옛날 LS3/5a를 연상케 하는 그 디자인으로 완성된 제품이다.
사이즈는 굉장히 작다. 가로 16.5cm에 높이 30.8cm 정도이니, LS3/5a의 표준 사이즈보다도 좀더 작은 느낌이다. 물론 추후에 언급하겠지만, 이 작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사운드는 굉장히 퀄러티가 높은데, 스피커는 단순히 용적만으로 계산하지 말아야 할 것을 또 한 번 깨우치게 된다.
구성은 2웨이 2스피커, LS3/5a처럼 밀폐형 구조를 따르고 있다. 우퍼는 15cm 사양으로 스펜더가 자랑하는 EP77 폴리머 콘을 사용했고, 트위터는 2.2cm 폴리아미드 돔을 장착했다. 이를 통한 주파수 응답은 대략 55Hz-25kHz인데, 일반적인 LS3/5a 스펙보다 훨씬 더 고역과 저음 특성이 좋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4.2kHz로 마무리되어 있다. 임피던스는 일반적인 8Ω이지만, 감도는 84dB로 제법 낮은 편이다. 물론 A 시리즈가 매칭에 좀더 여유롭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리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실제 권장 앰프 출력도 25-100W 수준. 다만 밀폐형 특유의 질감과 성능을 극한까지 느끼고 싶다면, 80W 정도 이상이면 당연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이 작은 밀폐형 스피커를 멋지게 울려줄 제품은 오디오랩의 신작 9000A이다. 아마 올인원 제품 옴니아의 엄청난 히트가 영향을 미쳤을 듯한데, 대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좀더 많은 기능들을 통합하며, 성능까지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야말로 요즘 트렌드에 맞는 플래그십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9000 시리즈는 9000A 인티앰프, 9000CDT 트랜스포트, 그리고 추후 출시될 네트워크 플레이어 9000N까지 3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9000A는 클래스AB로 채널당 100W(8Ω)을 내는 인티앰프인데, 플래그십 DAC와 결합하여 한층 더 높은 활용도까지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고급기에서 필수적으로 볼 수 있는 ESS ES9038Pro 32비트 DAC 칩이 탑재되었고, HyperStream Ⅱ 아키텍처와 타임 도메인 지터 엘리미네이터까지 결합되어 더욱 고성능 및 최적화를 자랑한다. 이를 통해 최대 PCM 768kHz, DSD 512까지 지원하며, MQA 풀 디코딩까지 즐길 수 있다. 만약 CD 소스를 즐겨 듣는다면, 이 강력한 DAC는 9000CDT와 매칭되어 완벽한 시너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네트워크 기능은 빠져 있지만, 블루투스는 5.1 버전을 탑재하여 aptX HD 및 AAC, LDAC 등 고음질 코덱으로 즐길 수 있다.
디지털 입력은 풍부하다. 코액셜과 옵티컬을 각각 2개씩 탑재하여 활용도를 높였고, USB B단자로 PC 파이를 멋지게 구현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 입력 역시 RCA를 3개 지원하고, XLR까지 1개 마련하여 그레이드를 높였다. 그 외에도 MM 포노 앰프, 헤드폰 앰프 등 품질 좋게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내부를 보면 역시 좋은 음질의 기본이 될 320VA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15,000㎌×4 커패시터가 마련되어 있다. 오디오랩 특유의 질감 좋은 음색과 다이내믹이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롭게 적용된 4.3인치 디스플레이는 그야말로 오디오랩의 페이스 자체를 바꿔준다. 그동안 조금은 무던했던 디자인이었다면, 이 대형 디스플레이 하나가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의 오디오랩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특히 2가지의 VU 미터가 새롭게 적용되어, 시각적으로도 큰 즐거움을 준다.
스펜더 A1과 오디오랩의 9000A, 그리고 마침 리뷰용으로 들어온 9000CDT까지 매칭하여 음악을 들어본다. 첫 음이 등장하자마자 스펜더 특유의 고급스럽고 유려한 음색이 윤기를 가지고 퍼져 나간다. 밝고 가벼운 느낌보다는 확실히 중후하고 세련된 그 맛이 잘 살아 있다. 밀폐형 제품들이 앰프를 잘못 만나면 정말 텁텁하고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는데, 이들의 조합은 정말 밸런스 좋은 음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스펜더 제품들이 따뜻하고 온화하여 진공관 제품들과 잘 맞는다는 인상이었는데, 오디오랩과의 연결에서도 그 분위기가 잘 살아 있다. 오히려 적절한 힘을 더 받으니, 좀더 올라운드적인 느낌의 스피커로 변화하는데, 그 감각이 굉장히 밸런스 있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작은 스피커가 내는 스케일이 제법 크다. 훨씬 더 큰 북셀프와 비교했을 때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깊고 넓은 음장감을 만들어 낸다. 스펜더는 각 스피커마다 특별한 맛이 있는데, A1 역시 그 특별함을 잘 가지고 있다. A1과 9000A의 만남, 서로의 특별함을 굉장히 잘 살려주는 모범적인 매칭이다.
Spendor A1
가격 30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5cm EP77 폴리머 콘, 트위터 2.2cm 폴리아미드 돔 재생주파수대역 55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4.2kHz 출력음압레벨 84dB/W/m 임피던스 8Ω 권장앰프출력 25-100W 파워핸들링 100W 크기(WHD) 16.5×30.8×18.6cm 무게 4.8kg
Audiolab 9000A
가격 295만원 실효 출력 100W(8Ω), 160W(4Ω) 디스플레이 4.3인치 DAC ES9038Pro 32비트 디지털 입력 Optical×2, Coaxial×2, USB B×1 USB 지원 PCM 768kHz, DSD 64/128/256/512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MM)×1, Power×1, XLR×1 프리 아웃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20-600Ω) 블루투스 지원(Ver5.1, aptX HD, LDAC) 크기(WHD) 44.4×8.9×34.2cm 무게 9.4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