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웠다. 이웃나라의 큰북이 그려진 CD를 열어 올렸을 때 시원한 스케일과 타격감이 좋은 음질로 녹음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아 우리나라의 국악은 이보다 더 다이내믹하고 리듬감이 넘치는데, 딱히 내놓을 만한 음반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 고석진의 <고고> 음반을 듣고 이러한 부러움은 사라졌다. 마이너 레이블답지 않게 오디오 마니아적인 다이내믹하고 깨끗하며 팽팽한 탄력이 살아 있는 녹음이다. 좌우 분리, 음장의 깊이가 나무랄 데 없이 잘되어 있다. 다양한 타악기를 통해 다채로운 음색으로 살아 있는 국악의 생동감 넘치는 리듬을 전달한다. 첫 곡의 항아리 속 물장구 소리부터 예사롭지 않으며, 녹음도 녹음이지만, 한국인이기에 느끼는 절묘한 리듬의 익숙함이 좋다. 처음 듣는 곡이지만 따라서 박자를 맞출 수 있는 감성적인 공감대는 형언하기 힘든 쾌감을 준다. 마치 내가 함께 연주하는 듯한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듣기 힘든 다듬이질 소리와 일치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다듬잇돌 꺼내기만 기다리다 마치 공연을 보듯 앞에 앉아 있던 그때 그 리듬과 일치한다. 유난히 타악을 좋아하는 오디오 마니아들, 본지 독자의 취향을 완벽히 저격하는 멋진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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