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H-7000V ST
상태바
Allnic H-7000V ST
  • 김편
  • 승인 2023.03.10 21:54
  • 2023년 03월호 (608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의 다음 포노 앰프로 미리 점찍어두다

올닉(Allnic)의 새 포노 앰프 H-7000V ST는 LP 애호가한테는 감동적인 종합선물세트다. MM, MC 신호를 2개씩 받는 데다 MC 승압비와 부하 임피던스 조절이 가능하고, RIAA를 포함한 멀티 포노 EQ에도 대응한다. 더욱이 새 ST 버전이 되면서 승압트랜스 코일을 은선으로 바꿨다. 며칠 소리를 들어보면서 몇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필자가 현재 애정하며 사용중인 전원부 일체형 H-5500의 확실한 상급기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H-7000V ST는 MM 2조, MC 2조 입력과 함께 XLR, RCA 출력을 갖춘 진공관 포노 앰프다. 전원은 정류관 5U4G를 내장한 별도 전원부에서 공급받는다. MM 카트리지 신호는 채널당 2개씩 투입된 5극관 E810F를 각각 3결 접속해 증폭되며, MC 카트리지 신호는 이에 앞서 승압트랜스를 통해 증폭된다. 본체에 7233과 5654, 두 진공관으로 이뤄진 정전압 회로가 채널당 1세트씩 투입된 점도 음질 향상을 위한 조치다.

H-7000V ST가 5년 전에 나왔던 구 버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승압트랜스의 코일을 동선에서 은선으로 바꿨다는 점. 모델명에 ST(Silver step-up Transformer)가 들어간 이유다. 올닉의 포노 앰프나 승압트랜스가 유명했던 것은 트랜스 코어로 초투자율이 좋은 니켈 계열 합금 퍼멀로이를 썼기 때문인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도율이 높은 은을 씀으로써 코일 저항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H-7000V ST는 승압트랜스의 증폭률(권선비)과 입력 임피던스(MC 카트리지 입장에서는 부하 임피던스)를 4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상판 뒤쪽에 채널당 1개씩 마련된 승압트랜스의 노브로 22dB(×13), 26dB(×20), 28dB(×26), 32dB(×40)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H-7000V ST의 MM 게인이 40dB, MC 게인이 62dB, 66dB, 68dB, 72dB인 배경이다.

권선비가 정해지면 MC 입력 임피던스는 ‘MM 입력 임피던스/권선비 제곱’ 공식에 의해 자동으로 정해진다. MM 입력 임피던스가 47㏀인 경우, 22dB는 278Ω, 26dB는 117Ω, 28dB는 69Ω, 32dB는 29Ω이다. 이를 더욱 낮추거나 높일 수도 있는데 이는 MM 입력 임피던스를 4가지(20㏀, 30㏀, 47㏀, 75㏀) 중에서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H-7000V ST의 최대 MC 입력 임피던스는 444Ω, 최저 임피던스는 12Ω이 된다.

H-7000V ST는 RIAA 커브뿐만 아니라 데카, 콜롬비아 등 다른 포노 커브에도 대응할 수 있다. 채널당 1개씩 마련된 ‘멀티커브 LCR 유닛’을 통해서다. RIAA 커브는 이퀄라이징 단계에서 6dB를 부스트시키는 저역 턴오버 주파수를 500Hz, 10kHz 고역 재생 시 감쇄량을 -13.7dB로 선택하면 된다. 이 밖에 턴오버 주파수는 250Hz, 400Hz, 700Hz, 고역 감쇄량은 -5dB, -11dB, -16dB가 더 마련됐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각 음반사의 연도별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을 참조하면 된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이뤄진 H-7000V ST 시청에는 쿠즈마의 Stabi S 턴테이블과 4Point9 톤암, 올닉의 로즈(Rose) MC 카트리지를 동원했다. 로즈 MC 카트리지는 내부 임피던스 9Ω, 출력 0.4mV를 보인다. 포노 앰프 승압트랜스 세팅은 26dB, MM 입력 임피던스 세팅은 47㏀. 따라서 로즈 MC 카트리지의 부하 임피던스는 117Ω이 된다.

야사 하이페츠가 시카고 심포니와 협연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RCA)을 들어보면, 바이올린의 한 음 한 음이 실감나게 들리고 무대는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오케스트라의 낮게 깔리는 음들을 한 톨도 남김없이 가져온다는 인상. H-5500보다 훨씬 말쑥하고 개운한 음이며 입자 역시 더욱 곱다. 전원부 분리 및 진공관 정전압 회로, LCR 이퀄라이징 회로, 여기에 새로 투입된 은선 승압트랜스가 제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쳇 베이커의 <Chet> 앨범의 A면 1번 트랙 ‘Alone Together’에서는 딥 블랙으로 펼쳐진 무대 위로 트럼펫, 드럼, 베이스, 피아노가 저마다 또렷하게 자리를 잡는다. 평소보다 트럼펫을 부는 쳇 베이커의 입김이 세진 느낌. 바리톤 색소폰이 낮은 저음을 너무나 쉽게 내고, 플루트가 고음을 산뜻하게 내는 것을 보면 역시 포노 앰프 앞단에 박힌 은선 승압트랜스가 열일을 하는 것 같다.

<Female Audiophile> 앨범에 실린 카리 브렘네스의 ‘A Lover In Berlin’에서 처음부터 묵직한 LP 사운드를 만끽했다. 보컬과 악기의 컨디션과 폼이 이날따라 좋다. 키스 자렛의 신작 <Bordeaux Concert> LP A면 전체를 들어보면 무대 앞이 정말 투명하다. 건반 음 하나하나가 야무진 점도 눈에 띈다. 필자가 포노 앰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곡이 바로 이 곡이다. 맞다. 필자의 다음 포노 앰프는 H-7000V ST다. 


가격 1,900만원(실버 승압 트랜스 옵션), 1,700만원(H-7000V)   
사용 진공관 E810F/7788×4, 7233×2, 5654×2, 5U4G
아날로그 입력 MC×2, MM×2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RIAA) 20Hz-20kHz(±0.5dB), 30Hz-15kHz(±0.3dB)   
볼티지 게인(MM) +40dB(1kHz)   
볼티지 게인(MC1) +60dB(1kHz)   
볼티지 게인(MC2) +62, +66, +68, +72dB(1kHz)   
THD 0.3% 이하   
출력 임피던스 200Ω   
S/N비 -85dB   
크기(WHD) 43×17.3×35cm, 17×11.8×27.5cm(전원부)   
무게 15.7kg, 8.1kg(전원부)

608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3년 03월호 - 608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