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gers LS5/9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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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ers LS5/9 SE
  • 성연진(audioplaza.co.kr)
  • 승인 2022.12.07 17:03
  • 2022년 12월호 (60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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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 BBC 오리지널의 새로운 역사를 만나다

요즘은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모니터 스피커들이 즐비하지만 50여 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의 스튜디오나 방송국들은 직접 오디오 장비를 설계하고 수제로 제작해서 사용했는데 BBC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BBC는 방송 제작에 필요한 스피커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BBC에는 당대 가장 혁신적인 R&D 팀과 기기 설계 및 제작을 책임지는 기기 설비팀이 있었고, 이 두 부서는 영상과 음향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들어냈는데 상당수가 그 수준이 월드클래스로 벤치마크가 될 만한 것들이었다. 라우드 스피커를 뜻한 LS 이니셜의 스피커는 BBC가 50년대부터 시작, 세대를 거듭하며 기술적 진화를 이루어냈는데, 그 정점은 70년대말에 등장한 LS5/8이었다.

LS5/8은 1970년대 후반에 개발된 것으로 대형 컨트롤 룸에서의 모니터링 레벨을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모니터 스피커였다. BBC의 모니터 스피커 네이밍 방식은 대형 컨트롤 룸에서 사용하는 풀레인지급 모니터 스피커는 등급 1로 규정짓고, 숫자 5로 제품군을 설정했다. 반면에 중계차나 현장에서 사용하는 소형 모니터는 등급 2로 규정하고 숫자 3으로 제품군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모델이 LS3/5로 이는 등급 2 스피커의 5번째 모델이라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LS5/8은 스튜디오 모니터의 8번째 모델이라는 의미인데, LS5/8은 훌륭한 모니터 스피커이긴 했지만 물리적인 크기가 원체 큰 편이라(용적이 약 110리터) 다소 콤팩트한 컨트롤 룸에서 쓰기에는 너무 큰 스피커라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LS5/8이 나온 지 몇 년 만에 BBC의 엔지니어들은 LS5/8과 LS3/5A 사이의 갭을 메워줄 수 있는, 실용적인 크기의 등급 1의 모니터 스피커 개발을 단행했고 BBC 모니터의 네이밍 규칙에 따라 이 스피커의 이름은 LS5의 9번째 스피커인 LS5/9가 되었다.

LS5/9의 설계 목표는 정확한 음색, 중역의 투명도, 그리고 LS5/8과 동일한 음향 재생을 추구하면서 110리터에서 대폭 줄어든 28리터 용적의 콤팩트한 캐비닛에 맞춰 줄어든 저역의 최저점과 최대 음압 소화 능력만 일부 타협하는 것이었다. LS5/9의 프로토타입이 등장한 것은 1983년의 일이며, 초기에는 BBC의 라이선스 하에 로저스에서만 생산되었는데 나중에는 다른 업체들도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하게 되었다. BBC의 모니터들이 주력이었던 로저스는 90년대 초에 홍콩 업체에 소유권이 넘어갔고, 스피커 생산도 최종적으로 아시아로 옮겼다. 2000년대 초에 사업 확장 시도가 있었지만 특별함 없는 제품과 중국 기반의 생산 시스템으로 흐지부지 사라졌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LS3/5의 부활에 고무된 로저스의 오너는 예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영국으로 되돌아가 BBC의 라이선스 아래서 LS3/5A와 LS5/9 생산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하게 되었다. 과거 영국 로저스의 마지막을 담당했던 앤디 휘틀을 영입하여 LS5/9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그 결과, 스피커 캐비닛과 패시브 크로스오버 회로 기판 모두 영국 생산을 현실화시키며 오리지널 BBC 스펙 그대로의 스피커가 탄생되었다.

앤디 휘틀은 오리지널 BBC 드라이버에 대해 리버스-엔지니어링으로 오리지널과 똑같은 퍼포먼스를 갖는, 오리지널을 완벽히 대체하는 드라이버를 개발해냈다. 로저스의 엔지니어링으로 개선된 이 특별한 베이스 드라이버는 주요 부위는 중국에 있는 로저스 공장에서 제작되지만 최종적으로 영국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조립되어 완성된다. 트위터는 프랑스의 드라이버 업체인 오닥스가 최근 생산을 재개하면서 문제는 해결되는 듯했지만, 주파수 응답 특성이 오리지널의 트위터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LS5/9의 성능 파라미터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 로저스는 추가적으로 댐핑 레이어를 더했을 뿐만 아니라, 전면에 구멍이 뚫린 음의 확산 플레이트를 장착했다. 로저스는 BBC 설계의 LS5/9의 부활을 위해 9mm 두께의 러시아제 자작나무 합판을 캐비닛 벽체들로 사용하고, 너도밤나무 하드우드 판재로 조인트들을 단단하게 보강하고, 외부 마감은 월넛, 로즈우드 또는 올리브를 기본 마감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탄생된 로저스의 새 LS5/9는 LS5/9 클래식이라는 모델명으로 등장했는데, 로저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특별한 스페셜 에디션까지 더했다.

전례가 없던 스페셜 에디션 LS5/9 클래식 SE는 크로스오버 부품의 소자값은 같지만 훨씬 뛰어난 성능의 고품질 오디오 부품들로 교체하고, 특히 인덕터 코일은 완전히 새로 설계한 전용 부품을 만들어 넣었다. 이를 통해 스펙은 BBC 오리지널 그대로지만 사운드 퀄러티를 대폭 끌어올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9mm의 자작나무 합판의 일반 버전과 달리 스페셜 에디션은 두께는 9mm로 같지만, 팬저홀츠라는 고강도 압축 합판 소재를 전면 배플로 쓴다. 팬저홀츠는 페놀 레진을 더한 압축 합판으로 같은 두께의 합판에 비해 10배 높은 강도와 적절한 댐핑 특성을 갖추어 전면 배플 소재로는 이상적인 특성을 갖는다. 팬저홀츠 배플은 BBC의 사양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면서 LS5/9의 저음 응답 특성을 개선·향상시켜 주었다. 이런 기술적 차별점과 개선을 더한 LS5/9 클래식 SE는 LS5/9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려 현 시대에 걸맞은 하이 퍼포먼스 모니터 스피커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가격 99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1cm 폴리프로필렌 콘, 트위터 3.4cm 오닥스 
크로스오버 주파수 3kHz   
출력음압레벨 87dB/W/m   
임피던스 8Ω   
파워핸들링 100W   
크기(WHD) 27.5×46×28.5cm   
무게 1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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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12월호 - 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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