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L-10000 OTL/O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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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L-10000 OTL/OCL
  • 김편
  • 승인 2022.11.08 16:10
  • 2022년 11월호 (60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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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L/OCL 프리앰프가 선사한 기분 좋은 역설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대한민국 제작사 올닉(Allnic)의 요즘 최대 화두는 OTL/OCL(Output Transformer-Less/Output Capacitor-Less)이다. OTL/OCL은 말 그대로 진공관 앰프 출력단의 커플링 트랜스포머와 신호 경로상의 커패시터를 생략, 왜곡과 착색,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설계다. 올닉 OTL/OCL 앰프의 물꼬를 튼 주인공이자 좌장이 바로 이번 시청기인 L-10000 OTL/OCL 프리앰프다. 프리 아웃 출력관으로 300B를 채널당 2개씩 쓴 L-10000이 성공적으로 스타트를 끊은 덕에 동생 모델 L-9000 OTL/OCL, L-8500 OTL/OCL이 나올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를 DAC에도 접목한 D-10000 OTL/OCL이 나왔다.

외관부터 본다. 전면 패널 가운데에는 61단 정임피던스 은접점 어테뉴에이터 노브가 있고, 양옆에 출력관 미터, 가운데에 입력 선택 스위치가 달렸다. 후면의 입·출력 단자(입력 RCA×2, XLR×3/출력 RCA×2, XLR×1)와 전원 트랜스까지 좌우 채널이 정확히 대칭 형태를 이룬다. 각 진공관에는 어느새 올닉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폴리카보네이트 침니가 씌어 있다.

채널당 진공관 구성을 보면, 초단은 6AN8 1개, 드라이브단은 쌍3극관 12AU7 1개, 출력단은 직열 3극관 300B 2개가 책임진다. 300B가 채널당 2개씩 투입된 것은 싱글엔디드 푸시풀(SEPP) 구동을 위해서. OTL/OCL 구성을 하려면 출력관에 플러스(+)와 마이너스(-) 두 전원이 흘러야 DC가 뒷단으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진공관에 플러스 전원만이 흐르는 싱글 혹은 파라 싱글은 OTL/OCL에서는 쓸 수 없다.

OTL/OCL 프리앰프는 또한 출력관의 내부 저항과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야 채색이나 왜곡 없이 파워 앰프를 강력히 드라이빙할 수 있는데, 300B는 내부 저항이 700Ω으로 낮다는 점에서 최적의 출력관이다. L-9000의 출력관 6080(250Ω), L-8500의 출력관 12B4(1㏀), D-10000의 출력관 6C19P(400Ω) 모두 내부 저항이 낮다.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볼륨 1단에서 61단까지 항상 일정한 임피던스를 전달하는 어테뉴에이터다. 음량이 크든 작든, 소리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실제 음악 감상 시 너무나 중요한 조건. 무엇보다 입력과 출력 신호의 임피던스가 스텝마다 달라진다는 것 자체가 오디오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감점 요인이다.

입력 임피던스는 10㏀, 출력 임피던스는 200Ω, 전압 게인은 +18dB, 주파수 응답 특성은 5Hz-100kHz, S/N비는 -100dB를 보인다. 출력 전압이 최대 20V에 달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크기는 가로폭이 43cm, 높이가 28cm, 안길이가 45cm이며 무게는 23kg이 나간다. 입력 선택과 볼륨 조절, 뮤트 등의 기능을 갖춘 리모컨도 마련됐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이뤄진 L-10000 OTL/OCL 시청에는 솔리드 파워 앰프(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와 3웨이 12인치 우퍼 스피커(리바이벌 오디오 아탈란테 5)를 동원,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파워 앰프와 연결은 올닉의 XLR 인터 케이블(Mu-8Rs)로 했다.

민디 존스가 피처링한 모비의 ‘Heroes’는 왜 웰메이드 진공관 프리앰프가 오디오 시스템에 필요한지 음과 무대로 역설했다. 평소보다 음이 깨끗하고 말쑥하며 귀에 와 닿는 촉감이 산뜻했다. 확실히 출력 트랜스로 커플링한 프리앰프에 비해 뒷맛이 개운하다. 전체적으로 무대 배경이 조용하고 S/N비가 높아진 점도 OTL/OCL 진공관 프리앰프의 큰 변화 중 하나다.

펜타토닉스의 ‘Hallelujah’는 배음이 가득하고 화음이 절묘한 혼성 합창곡의 장점이 생생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저마다 또렷하게 들린 적이 있었나 싶다. 평소보다 음이 활기찬 것은 필자의 솔리드 프리앰프에 비해 높은 전압 게인 덕분. 무대 앞이 더 투명해진 점도 OTL/OCL 설계의 수확이다.

쳇 베이커의 ‘Alone Together’는 트럼펫과 피아노, 바리톤 색소폰, 드럼, 베이스로 무대가 꽉 찼고 그 앞이 역시 무척이나 투명했다. 마치 여러 나무가 심어진 작은 정원을 보는 것처럼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청감상으로는 앞단의 디지털 스트리밍 소스기기를 업그레이드한 것 같다. 이들의 연주가 갑자기 끝났을 때 찾아든 적막에 귀가 먹먹해졌다.

제임스 레바인이 베를린필을 지휘한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 2악장 후반부는 풍윤한 파이프 오르간과 가지런하고 선명한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잔치. 단언컨대 OTL/OCL 진공관 프리앰프의 최고 덕목은 해상력과 공간감이다. 선명하고 맑으며 탁 트였다. 어떻게 전기 신호를 증폭하는 앰프로부터 이 정도로 신선하고 싱싱한 음이 나올 수 있는지 감탄 또 감탄했다.

L-10000 OTL/OCL 프리앰프는 역설적이다. 진공관이 채널당 4개나 투입된 프리앰프가 시스템에 들어가니 평소보다 오히려 음이 산뜻하고 선명해졌고, 이와는 반대로 진공관 프리앰프에서 출력 트랜스와 커패시터를 빼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올닉이 OTL/OCL로 큰 방향을 잡은 결정적 이유다. 


가격 3,000만원   
사용 진공관 300B×4, 6AN8×2, 12AU7×2   
아날로그 입력 RCA×2, XLR×3   
아날로그 출력 RCA×2, XLR×1   
주파수 응답 5Hz-100kHz   
전압 게인 +18dB   
S/N비 -100dB   
THD 0.03% 이하   
출력 임피던스 200Ω   
입력 임피던스 10㏀   
크기(WHD) 43×28×45cm   
무게 2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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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11월호 - 6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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