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on Audio Ayazi MK2
상태바
Ideon Audio Ayazi MK2
  • 김남
  • 승인 2022.09.08 11:00
  • 2022년 09월호 (602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갖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DAC 등장

이 D/A 컨버터는 그리스 제품이다. 두어 해 전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프리앰프 한 기종을 듣고 감탄 불급이었는데, 다시 그리스 제품을 듣는다. 이데온 오디오는 2015년에 아테네에 설립된 그리스 제작사, 이데온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탄생과 연관 있는 동굴(Ideon Andron)의 이름이다. 동사는 D/A 컨버터 모델이 많으며, 디지털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제작사이다.

이데온 오디오의 첫 제품은 2015년 11월 출시된 아야지 D/A 컨버터다. 아야지는 청명한 하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뜻하는 단어다. 그리고 시청기인 아야지 MK2는 2017년 뮌헨 오디오 쇼에서 첫 선을 보인 업그레이드 모델.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부 구조를 해독하기 전에 소리부터 들었다. 듣고 있던 시스템에 다른 기종을 연결하는 경우, 고급기라면 당연히 소리의 질감이 달라진다. 그 변화의 폭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느낌도 달라진다. 소폭 향상되거나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뭐가 다른지 곰곰이 귀 기울여 봐도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이 제품의 첫 인상은? 최상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미 다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가 교체한 터인데, 상쾌하고 섬세한 맛이 거의 50% 정도 증가한 것 같다는 느낌이 단박 들었다. 이럴 때 좀 괴상한 생각이 든다. 이런 표현을 뭐라고 해야 할까?

오디오 리뷰가 인터넷에 범람하고 있는데, 때로는 괴상한 표현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색다른 표현 방식을 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일본 잡지에서 쓰는 표현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은 읽기에 거북하다. 자주 볼 수 있는 표현 중에 ‘스피커는 사라지고 음악만 남는다’는 것이 있다. 어느 일본 리뷰어의 묘사인데, 멋진 묘사이기 때문에 지금도 그런 표현을 복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 글을 읽고 대체 어떤 기기로 들으면 그렇게 되나 상당히 궁금했다. 그 묘사를 본 지 20여 년도 더 되는 것 같은데, 어떤 고급기로 들어 봐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최근 드디어 그 방법을 찾았다. 눈앞의 오디오 기기가 사라지고 음악만 들리게 하려면? 눈을 감고 들으면 된다! 그러면 오직 음악만 남게 된다. 피아노 음악의 경우 ‘왼손이 오른손에 파묻히고’ 그런 표현도 사기에 가깝다. 모든 피아노 음악은 왼손이 먼저 나가므로 당연히 오른손 소리에 파묻히게 된다. ‘입체적으로 홀로그래픽하게 음이 사라진다’의 경우도 녹음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지 제품이 뛰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팝 연주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곡은 프랑크 푸르셀 악단의 ‘메르시 셰리’인데 그 첫 서주의 홀로그래픽한 소절이 기가 막히다. 그러나 그것은 연주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기기가 좋아서 그렇게 들리는 것이 아닌 것이다. 현이 비비적거리면서 송진 가루가 흩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도 이하 동문. 천하의 명기도 그런 것은 없다. 애초 녹음할 때 마이크를 바이올린에 밀착시키고 이퀄라이저를 조정하면 그런 효과를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과대 표현은 달갑지가 않다.

수수한 외관의 시청기는 호화로운 스펙과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D/A 컨버터가 창궐하는 요즘 추세와는 다르게 오직 D/A 컨버터 기능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헤드폰 앰프도 안 되고 볼륨 조절도 안 되어서 프리앰프로도 쓰지 못한다. 심지어 옵티컬 입력도 안 된다. 출력도 언밸런스(RCA)만 된다. 또한 수치의 증가에만 몰두하는 추세를 외면하고, 정통적인 PCM 32비트/384kHz의 고해상도 음원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의 맛이 보통이 아니다. 해상력은 기본이고, 진한 음색, 충만한 에너지감, 칼 같은 리듬감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이다. 무엇보다 D/A 컨버터의 기본 책무라 할 디지털 냄새를 휘발시킨 점이 대단하다. 마치 디지털 속의 아날로그 기기를 만난 것 같은 기분. 합리적인 가격대도 매력적이다.

수치상으로는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이 기기가 듣는 귀를 깜짝 놀라게 하는 비결은 물론 많을 것이다. 바로 D/A 컨버터 기본에 충실한 설계, 그리고 전원부의 튼튼한 구성, 크라이스텍의 CCHD-957 펨토 클록, 최고 수준의 레귤레이터와 커패시터 등 고품질 부품의 대거 투입 등이 있겠고, 그 외에도 비동기식 듀얼 클록 입력, USB 입력에 적용된 정전기 보호 회로와 같은 절묘한 엔지니어링이 이유로 거론된다.

아야지 MK2는 정확한 리듬감과 또렷하며 싱싱한 이미징, 상쾌함, 놀라운 정숙도가 특징이며, 들을수록 충격적인 기종이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더구나 이 가격대라니…. 아마 전 세계 D/A 컨버터 콘테스트를 연다 해도 이 제품은 당연히 메달권에 안착할 것이다. 


가격 540만원   
디지털 입력 Coaxial×1, USB B×1   
USB 입력 지원 PCM 32비트/384kHz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10Hz-25kHz(±0.5dB)   
출력 레벨 2V   
S/N비 130dB 이상(20Hz-20kHz)   
THD+N 0.002% 이하 
크로스토크 -110dB   
크기(WHD) 29×8×17cm

602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2년 09월호 - 602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