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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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 신우진
  • 승인 2022.06.08 10:44
  • 2022년 06월호 (59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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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마음에 비를 뿌리며 손을 잡아 주는 길동무

<시인의 마을>
MRCD2111(Remastered 2021 - 180g LP)
녹음 ★★★★★
연주 ★★★★★

<사랑과 인생과 영원의 시>
MRCD2112(Remastered 2022 - 180g LP)
녹음 ★★★★★
연주 ★★★★★


우리나라 포크 송을 말하면 항상 거론이 되는 음반, 저항 가요를 이야기하면 빼놓지 않는 노래, 사전 심의제의 폐지를 말하면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가수, 바로 정태춘의 재발매 LP 음반 1, 2집이 이번에 소개할 음반이다.

미군 기지가 있던 평택, 가장 서구 문물을 접하기 쉬운 곳에서 자란 정태춘은 청년기 잦은 가출과 오랜 방황 끝에 군 제대 이후 서라벌 레코드를 통해 1978년에 데뷔하면서, 그동안의 방황 생활 속에서 만든 음악을 발표했다. 첫 음반 <시인의 마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신인가수상과 작곡가상 등을 받으면서 순탄한 데뷔를 통해 가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 성공에 2집은 음반사가 관여하지 않고 정태춘에 전적으로 위임했고, 음반은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특유의 토속적인 느낌, 불교적인 색채를 가진 정태춘만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난, 가장 정태춘다운 음반이 나오게 되었다.

1집 발표 이후 만난 신인 가수 박은옥과 결혼했고, 음악 활동을 함께했고, 여러 사회 운동에 참여했다. 검열을 통해 자신의 곡이 변질되는 것을 보고 사전 심의제 폐지 운동을 전개했고, 1996년 헌법 재판소를 통해 가요 사전 심의 위헌 결정을 얻어내었다. 신인 시절부터 청계피복노조, 평택 미군 기지 확장 반대, 전교조 합법화, 박근혜 퇴진 집회까지 각종 저항 운동에 단골 가수로 출연하면서 행동하는 음악가로서 짙은 사회성을 가진 활동을 이어 갔다.

1집 <시인의 마을>은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들이 많이 있고, 타이틀곡 ‘시인의 마을’ 이외에 ‘서해에서’나 ‘촛불’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히트곡이 있고, 이후 부인 박은옥의 목소리로 또는 함께 부른 버전으로 다양하게 재생산된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 많다. 데뷔 음반이면서 정태춘의 가장 뛰어난 음반으로 거론이 되는 명반이다. 청년기의 방황과 다양한 경험이 이 음반에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

2집 <사랑과 인생과 영원의 시>는 정태춘은 물론 한국 포크 송 중에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강하게 띄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발매 당시는 큰 호응은 없었지만 꾸준하게 화제를 만들어 내는 음반이다. 가출했을 때 머물던 절에서 사용하던 법명 한수가 가사에 들어간 ‘산사의 아침’이나 ‘합장’처럼 토속적이고 불교적 색채가 강한 포크 송 등 독특한 아이덴티티의 음반이다.

의외로 1, 2집 모두 좋은 느낌의 녹음 상태와 예상외로 뛰어난 음질인데, 80년 전후 당시 기술력이 완성된 아날로그 말기의 릴 테이프로 녹음된 마스터 테이프에 단순한 악기의 구성이 감성적인 음색을 극대화시켜 준다. 게다가 아날로그 음반으로 재생되면서 만들어 내는 미묘한 감성까지 가지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에 포크 송의 전성기의 마지막에 탄생한 가장 한국적인 포크 송의 정수이다. 요즘 가요의 가사와는 차원이 다른 시적인 내용과 담백한 정태춘의 토속적 목소리는 여전히 그늘진 마음에 비를 뿌리며 내 손을 잡아 주는 길동무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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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6월호 - 5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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