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원 장치 전문 업체인 아이소텍(IsoTek)이 회사의 간판 전원 컨디셔너이자 하이엔드 모델을 새로 발표했다. 바로 아쿠아리우스(Aquarius)인데, 소스기기와 프리앰프 등의 기기 연결에 최적화된 고순도의 전기를 공급하는 전원 컨디셔너로 파워 앰프와 대전류에 특화된 타이탄과 함께 완벽한 하이엔드 전원 시스템을 이룬다. 현행 모델인 EVO3 아쿠아리우스는 2010년경에 발매된 뒤, 10년 넘게 이 분야의 최고 전원 장치로 그 성능을 입증해온 베스트셀러이자 롱 스테디셀링 모델이다. 특별한 기술적 전환이나 성능의 개선 없이는 제품 변경을 하지 않는다는 아이소텍의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인데, 그런 관행에 비춰볼 때 10여 년 만에 새로운 버전인 V5 아쿠아리우스의 등장은 상당한 변화와 진화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름으로 본다면 EVO4 내지는 V4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숫자 4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코로나로 인해 애초 기획되었던 제품 변경 시기가 지나서 V5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일단 신작 V5 아쿠아리우스는 완전히 달라진 새 디자인의 섀시로 대대적인 변경과 차이를 시각적으로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섀시는 알루미늄 소재로 음각의 라인을 새겨 넣어 고급스러우며 미려한 외관으로, 다소 산업용 장치 같던 모습이 있던 전작과 확연히 달라진,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적인 모습과 질감을 자랑한다.
디자인의 변화만큼이나 내부 설계 또한 새로운 소재와 기술의 진화로 비약적인 성능 개선을 이루어냈다. 세트를 이루는 타이탄이 파워 앰프와 대전류 공급 성능에 특화된 전원 장치인 것과 달리 V5 아쿠아리우스는 소스기기나 프리앰프 같은 기기에 최적화된 전원 컨디셔너이다. 따라서 전기에 존재하는 노이즈들을 제거하는 기능은 타이탄과 동일하지만 스펙은 전혀 다른 필터와 부품들이 사용되었다.
기능적으로는 6개의 아웃렛을 제공하는데, 4개는 6A 전류 허용 능력을 지닌 소스기기 및 프리앰프용 아웃렛이며, 붉은색으로 표시한 2개의 아웃렛은 16A의 전류 소모가 가능한 파워 앰프용 아웃렛이다. 파워 앰프용 전원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타이탄 V5와는 용량이나 성능, 그리고 설계에 큰 차이가 있다.
내장된 필터들은 기본적으로 RF 대역으로 인한 발생이 큰 커먼 모드 노이즈와 대부분의 전원 노이즈 성분들인 차동 모드 노이즈들을 드라마틱하게 줄여준다. 노이즈 제거 필터는 하나의 필터 뒤에 아웃렛이 직렬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라, 개별 아웃렛에 각각의 필터가 하나씩 연결되는 구조이다. 이는 개별 아웃렛들이 모두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한 아웃렛에 연결된 기기에서 발생된 노이즈들이 다른 아웃렛으로 노이즈를 전이시켜 같은 전원 장치 또는 멀티탭에서 기기 간의 노이즈 간섭이 발생되는 것을 차단시켜 주도록 했다.
또한 V5에서는 PCB 설계 및 토폴로지를 완전히 새로 바꾸어 전작에 비해 35% 이상의 전류 공급 능력을 개선시켰으며, 기판 및 패턴, 그리고 케이블 등의 부품 소재를 교체하여 저항 성분을 드라마틱하게 줄였다고 한다. 아이소텍이 자체 개발·제작한 커스텀 부품들은 전류 허용량과 전류 공급 속도를 향상시켰는데, 주된 부품 중 하나는 코일(인덕터)이다. 늘어난 인덕턴스로 전류의 양적인 배가와 빠른 공급은 트랜지언트 개선을 가져와서 오픈된 사운드 스테이징 및 미세한 디테일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개선을 들려준다. 이와 함께 기기 전체의 직류 저항을 드라마틱하게 줄여, 거의 제로에 가까운 직류 저항 수치를 이끌어내 EVO3 아쿠아리우스에 비해 25% 개선된 수치를 이끌어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만한 개선의 핵심 요소는 퓨즈이다. 전작까지 사용했던 일반 퓨즈 대신 V5에서는 2개의 서모 마그네틱(Thermo Magnetic) 퓨즈를 도입했다. 각각 6A와 16A 사양의 새 퓨즈는 아이소텍의 어댑티브 게이팅 기술과 연동, 연결된 기기의 전류 소모 상태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최적의 클린 파워 유지를 제공한다. 게다가 일반 퓨즈와 달리 서모 마그네틱 퓨즈는 특별한 접점 면 설계로 일반 퓨즈에 비해 1,000배가 넘는 접점 면을 갖고, 접점도 금도금 처리가 되어 하이엔드 오디오파일 수준에 걸맞은 성능과 음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테스트에는 아큐페이즈의 E-5000 인티앰프와 에소테릭의 N-01XD 네트워크 플레이어, 그리고 다인오디오의 컨피던스 50 스피커로 시청에 임했다. 벽 전원의 직결, 100만원 상당의 오디오용 멀티탭 연결, 그리고 V5 아쿠아리우스의 순서로 비교 시청을 했는데, 그 차이는 두 말이 필요 없는 수준으로 아쿠아리우스의 완승이다. 아쿠아리우스에 연결하는 순간 칠흑처럼 정숙해지는 뒤 배경과 입체적이고 깊은 심도를 지닌 사운드 스테이지 형성 등 오디오 성능을 최소 몇 단계 이상으로 성능을 배가시켜 준다. 저음의 스피드도 빨라진 듯, 들리는 음의 시작과 끝이 정교하며 깨끗하게 그려진다. 보컬이나 악기들의 색도 진해진 느낌이며, 음의 입자가 매우 디테일하고 매끄럽게 형성되어 전반적인 사운드의 질감이 매우 사실적이며 자연스러워진다. 모든 사운드적인 파라미터들의 차원이 한두 단계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다만 V5 아쿠아리우스는 전작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일 뿐, 클린 전원의 놀라운 사운드 퍼포먼스 개선에 대해서는 두 말이 필요 없다. 오래된 전원 장치 또는 전원 장치가 아닌 멀티탭 정도를 사용 중이라면, 기기 업그레이드에 앞서 V5 아쿠아리우스로 클린 전원을 만들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가격 350만원
아울렛 수 6
시스템 링크 1
크기(WHD) 45×11×35cm
무게 9.5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