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제품들은 정말 합리적이다. 가격의 거품은 최대한 걷어내고, 성능은 최대한 올리는 전략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른바 고객 친화적인 기업. 시장에서 어떤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어떤 성능이 필요한지 정확히 캐치해낸다.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 공정을 갖추고, 철저한 R&D 팀을 보유하면서 제품 개발에 매번 총력을 기울이는 업체이다. 프랑스에는 우수한 오디오 기업들이 많지만,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역시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1997년에 설립된 아톨(Atoll)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톨이 출시하는 제품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사실상 스피커 및 케이블 정도만 생산하지 않을 뿐, 오디오 컴포넌트의 대부분을 출시하고 있다. 프리앰프, 파워 앰프, 인티앰프, CD 플레이어, DAC, 스트리머, 올인원, 헤드폰 앰프, FM 튜너, 포노 프리앰프까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데, 실제 유저들의 평가도 굉장히 높은 곳 중 하나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오랜만에 만나는 컴포넌트이다. 바로 FM 튜너인데, TU80 시그니처(Signature)를 소개한다.
TU80 시그니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작 TU80SE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TU80 제품들이 꾸준히 세대를 걸쳐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모습인데, 그만큼 FM 튜너에 대한 수요와 니즈가 높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디자인은 한눈에도 차이점이 보인다. 우선 특유의 ATOLL의 O 로고 속에 모델명이 들어 있는 아이덴티티가 사라졌다. 그와 더불어 버튼 배열도 완전히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아톨 제품들이 하나둘 시그니처 모델로 변경되고 있는데, 그에 따라 디자인도 통일성 있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덕분에 새로운 시그니처 모델들을 한자리에 쌓아두면, 완벽한 패밀리 룩을 보여준다.
FM 튜너에 초점을 둔 제품이다. AM을 듣지 않고, FM만을 주력으로 듣는다면 굉장히 좋은 가성비를 보여준다. 당연히 오토 스캔을 지원하여, 간편히 라디오 채널을 탐색할 수 있다. 채널 저장은 20개까지 가능한데, 좌측을 MEM 버튼을 누르면 활성화할 수 있다. 채널 선택은 좌측 2개 버튼으로, 스캔은 우측 2개 버튼으로 분리시켜 놓았는데, 채널과 스캔 버튼을 헷갈리는 경우가 전작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공식적으로는 RDS를 지원하여, 스테이션 네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스테레오와 모노 모드를 버튼 하나로 변화시킬 수 있다. 아날로그 출력은 RCA 1개를 지원하고 있으며, 75Ω 안테나 단자를 위한 고품질의 흰색 케이블형 안테나를 제공한다.
안테나를 간단히 연결하고, 자주 듣던 몇몇 채널을 직접 들어본다. 수신은 만족스럽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굉장히 깨끗하게 채널이 수신된다. 실제 소리는 역시 튜너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디지털적인 건조하고 딱딱한 목소리가 아닌, 윤택하고 기분 좋은 질감의 목소리가 근사히 전해진다. 바로 앞에서 나를 위해 이야기하는 그 누군가의 목소리가 참 기분 좋다. 음악으로 넘어가면, 튜너 특유의 진득한 질감이 소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감성의 영역이겠지만, 스트리밍으로 듣는 소리보다, 누군가가 스토리 라인으로 랜덤으로 들려주는 그 소리가 참 매력 있다. 물론 진공관 튜너의 안개 같은 사운드가 아니라, 오히려 해상력을 기반으로 한 깨끗하고 초점 좋은 사운드가 중심에 있다. 클래식 채널을 자주 듣는다면, 꽤 좋은 성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요즘 의외로 튜너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요즘 하이파이 브랜드에서 제대로 만든 단독형 튜너 보기가 힘들다는 것. 많은 제품들이 올인원화되면서 부가기능 정도로 추가하는 트렌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아톨의 TU80 시그니처는 튜너라는 컴포넌트를 찾는 이들에게 귀중한 존재가 되어줄 멋진 하이파이 튜너이다.
가격 100만원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대역 20Hz-20kHz
프리셋 채널 20
S/N비 58dB(스테레오), 63dB(모노)
디스토션 0.1%
크기(WHD) 44×9×27cm
무게 5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