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ipsch Klipschorn AK6
상태바
Klipsch Klipschorn AK6
  • 김남
  • 승인 2022.04.07 15:46
  • 2022년 04월호 (597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재 엔지니어가 꿈꿨던 사운드가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다

사용해 보지도 않은 사람이라면 이 클립쉬혼에 대해 알은체하면 안 되겠다. 더러 전문가용이라는 제품도 있지만 이 스피커야말로 말하자면 19금 TV 프로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초보라면 아예 관심을 꺼두는 것이 좋을 듯.

이 스피커를 처음 본 것은 1960년대 고교생 시절이었다. 미션 스쿨에 입학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교회에 다녀야 했는데, 그 시절 고향 거리에서 가장 큰 교회에 가 보자는 여론이 있어서 몇 명이 찾아가 봤다. 그 이유는 그 교회에 미국 선교사가 가져온 무시무시한 스피커가 있는데, 설교 중 기침을 하게 되면 뒷자리에서도 귀청이 터지는 천둥번개 치는 소리가 나온다고 구경하러 가 보자고 해서 나선 것이다. 그 시절 스피커 이름은 당연히 몰랐다. 그날 그 목사님 기침 소리는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사람의 음성이 그렇게 또렷하게, 성경 넘기는 부스럭 소리까지 정확하게 나온다는 것을 그날 확인했다. 아주 오래 지나 그 교회 역사서가 굴러다니기에 뒤적여 보니 그 스피커 이름이 바로 클립쉬혼이었다. 그렇게 알게 되었지만 가격도 비쌌고 더구나 방이 넓어야 하고 코너에 딱 붙여야 한다는 등 사용법도 복잡했기에 그냥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추억의 괴물이었던 셈이다.

이 제품에 대한 기술적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관심 있는 분들은 홈페이지에 가 보거나 세계적 리뷰 등이 넘쳐나니 찾아가 보시길. 한마디로 이 스피커는 혼 스타일이다. 대부분의 혼 스피커는 트위터나 미드레인지에 혼이 걸려 있고 중요한 우퍼에는 그냥 일반 콘 드라이버를 평범하게 배치한 수준이다. 반면 1943년에 혼에 대한 특허를 획득하고 1946년에 등장한 이 클립쉬혼 스피커는 트위터, 미드레인지는 물론이고 38cm의 대형 우퍼까지 모두 혼을 장착했다. 그래서 그 당시 3웨이의 완전한 혼 스타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폴 W. 클립쉬라는 천재 엔지니어는 그 대형 우퍼에 혼을 걸기 위해 스피커의 체적을 거대하게 넓히는 대신 구부리는 방식의 혼(Folded Horn)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 일약 세계 스피커 세계의 역사로 등극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메리칸 사운드의 전설이 되었다. 이 폴디드 혼 구조는 현재 저작권이 풀려 같은 구조의 스피커들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들은 짝퉁만 같다. 역시 오리지널의 맛은 클립쉬혼에 있는 셈이다.

이 하나의 혼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수준의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극상의 품질을 지닌 목재는 당연히 필요하고, 이를 절단해 100여 개 목재 패널을 만들고, 최고 등급의 접착제와 파스너도 요구된다. 이처럼 공들인 인클로저를 만드는 노하우는 그야말로 클립쉬의 전유물이다.

다만 약점은 모든 혼 스피커가 그렇듯 시청실이 넓어야 하고, 초기 제품은 트위터가 나가 버리는 약점이 있었는데 당연히 개선이 되었고, 교회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보통 가정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어느덧 홈용이 되고 말았다.

시청기는 10여 년 전 출시된 AK5의 후속 모델로, AK5도 이전 버전보다 설치하기 쉬운 버전이었는데 시청기는 더 개량되었다. 이전에는 90도 각도의 양쪽 벽이 있어야 설치 가능했었지만 인클로저가 대폭 개량이 되어 이제 보통 방에 세팅을 해도 웬만한 성능은 뽑아낼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진동을 완벽하게 방지하기 위한 개선과 아울러 높이도 약 6cm 증가. 인클로저 마감도 더 고급스러워진 것 같다.

그 외에 새 버전의 변화는 트위터의 개선이다. 1인치 크기로 동일하지만 페놀에서 폴리이미드로 진동판의 소재가 변경되었고, 이전 기종이 17kHz까지 고역을 커버한 데 비해 20kHz로 향상되었다. 그 결과 보통 공간에서도 유유하고 청량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이 증가했다. 그 외 유닛은 동일하다.

시청기를 매칭한 앰프는 클라세의 델타 프리·파워 앰프. 소리를 들어 보니 어떻게 이러한 빈티지 외관에서 현대적인 사운드가 나올 수 있는지 감탄, 또 감탄했다. 뇌성벽력까지 입력해 보진 못했지만 고요히 울리는 소 음량에서도 사운드의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음의 전모가 유감없이 다 드러난다. 전혀 거슬리는 법 없이 모든 세계가 유유히 정밀하고, 마치 바람 속 먼지도 보이는 듯하다. 일거에 쭉쭉 뻗는 것이 아니고 새벽녘 물결이 밀려오듯 자연스러우며 압도적이다. 고만 쓰는 것이 좋겠다. 세계적으로 찬사의 리뷰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가격 2,100만원   
사용유닛 우퍼 38.1cm K-33-E, 미드레인지 5cm K-55-X, 트위터 K-771 2.5cm   
재생주파수대역 33Hz-20kHz(±4dB)
크로스오버 주파수 450Hz, 4,500Hz   
출력음압레벨 105dB/2.83V/m   
임피던스 8Ω   
파워핸들링 100W
크기(WHD) 79.3×134.6×71.7cm   
무게 100kg

59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2년 04월호 - 597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