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H Model Five & Vincent SV-237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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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H Model Five & Vincent SV-237MK
  • 김남
  • 승인 2022.04.07 13:44
  • 2022년 04월호 (59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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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만에 다시 등장한 스피커의 매력을 멋지게 뽐내다

지금 세대는 이 KLH 스피커를 잘 알지 못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제조사는 2천 년대가 되기 전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본국인 미국에서도 유명무실한 상태로, 스피커 제작사로서는 사실 소멸되어 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웬만한 오디오 애호가라면 이 스피커 이름은 한 두어 번 흘려들었을 것이다. 미국 밀폐형 스피커의 양대 본산(AR과 함께)이었는데 왜 이런 명기의 산실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라앉아 버렸는지…. 세상사는 실력이 있다는 것과 운수가 좋다는 것의 차이가 뭔지, 세상의 조화라는 것을 곱씹어 보게 된다.

공정하게 진정한 성능만으로 평가받는, 그래서 진정 우수한 기종이 시장에서도 승리하는 시스템은 그래서 불가능한 것인가? 예를 들어 각종 선거에서도 회사 사원 모집하듯, 아니면 소설가나 가수를 뽑듯, 순수한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서류 전형, 필기시험, 심리 검증, 살아온 환경 검증, 철저한 면접 등 그런 과학적, 합리적인 수단이 있을 법한데 그런 방식은 적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전 선동에는 능란하지만 무능력자. 각종 범죄자도 운 좋게 정계에 당당히 입문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치명적 약점이다.

무려 50여 년 만에 리바이벌된 이 스피커는 다시 한번 현재 오디오 시장의, 실력도 없으면서 치장만으로 승부를 던지는 것 같은 다소 황당한 시장 환경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업체는 근래 안정적인 자본의 새로운 오너로 교체되면서 왕년의 명기 산실로 발돋움을 시작하면서 이 제품을 내놨다. 모델 파이브는 왕년의 AR3 풍모를 닮았고 그릴 역시 영락없이 옛 초가집의 정취가 역력해 가슴 뭉클하다. 온갖 제품이 쏟아지는 시절에 그래도 이 제품의 본색을 알고 있었던 분이 오랫동안 꿈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제야 환생을 시킨 것인데, 그 과정 역시 드라마틱할 텐데 그 내막은 소개되지 않고 있다.

이 제품을 처음 제작했던 분은 이미 고인이 되어 구태여 이름까지 외울 필요는 없지만, MIT 공대 출신의 헨리 클로스라는 분인데, 그와 함께 창립에 참여한 두 사람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KLH로 명명을 했다. 헨리 클로스는 1954년에 에드가 빌처 교수와 함께 AR을 차린 주인공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스피커 이론가였으며 밀폐형 스피커의 기술적 이론을 세우기도 했다.

당연히 이 기종 역시 밀폐형. 밀폐형이란 말 그대로 스피커에 덕트가 없이 꽉 막혀 있는 공간에서 전류가 통하면 우퍼 진동판이 만들어 내는 내부의 공기 압력이 커지는데 그 힘을 이용해 진동판 움직임을 컨트롤한다는 개념이다. 장점은 엄청나다. 깨끗함, 밀도감, 깊이감에서 덕트가 뚫려 있는 제품보다 효과적이며,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저역의 아름다움은 감동적. 하지만 사용 앰프의 파워가 높고 질이 좋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번 시청기는 단순히 그대로 복각만 한 것이 아니고 밀폐형의 기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3웨이 3유닛으로 변경하고, 스탠드까지 새롭게 설계한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점은 ‘현시점에서 가장 정확하고 리니어한 인클로저 디자인이면서 10인치 우퍼가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경우에도 깨끗한 저음을 낸다. 베이스 리플렉스는 50Hz 밑으로 내려가는 현대 녹음을 재생하기에는 문제가 많지만 밀폐형에서는 그런 단점이 없다’는 것이다. 외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며 오직 소리로만 승부를 건다. 가격대도 저렴하다. 귀가 밝은 진정한 소비자들은 알게 될 것이라는 초기의 전략을 그대로 되풀이는 듯하다.

매칭 앰프는 이미 상당한 애호가를 확보하고 있는 빈센트의 하이브리드 인티앰프 SV-237MK. 이 앰프는 1알의 12AX7과 2알의 6N1P 진공관을 프리단에 투입하고, 파워부는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용량의 전원부를 배경으로 상당한 소리를 뽑아낸다. 150W(8Ω)의 출력을 내는데, 더구나 10W까지는 A급 출력이라 보통의 경우는 A급 앰프라 보면 된다. 그리고 아날로그 입력 외에도 옵티컬, 코액셜 두 개의 디지털 입력을 갖추고 TI PCM2705 DAC를 사용해 최대 PCM 24비트/192kHz까지 재생할 수 있으며, 프리 아웃 단자가 있어서 외부 파워 앰프를 사용할 수도 있고, 톤 컨트롤, 헤드폰 단자 등도 마련되어 있다.

스피커의 소리 특성은 섬세하고 중후, 밀도감이 특징인데, 이 앰프 역시 비슷한 특성을 지닌 기종이다. 두 기종의 매칭은 무엇보다도 활기가 충만하면서도 섬세·미려하다. 밀도가 뛰어나서 길게 음을 물고 늘어지는 쾌감이 있다. 음색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 펼쳐진 듯하다. 빈티지 같은 분위기의 제품에서 이렇게 맑고 선명한 소리, 미려한 윤기와 끈끈함이 있다니 놀랍다. 매칭 시스템으로는 최고의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어지간한 짠돌이일망정. 왜 이 스피커를 50여 년 만에 리바이벌했는지 이해가 된다. 또 한 번 오디오의 진실을 보는 것 같다.


KLH Model Five
가격 350만원(스탠드 포함)   구성 3웨이 3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25.4cm, 미드레인지 10.1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2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80Hz, 2850Hz   출력음압레벨 90.5dB/2.83V/m   임피던스 6Ω   권장앰프출력 20-200W   파워핸들링 200W   크기(WHD) 35×66×29.2cm   무게 20kg

Vincent SV-237MK
가격 284만원   사용 진공관 12AX7×1, 6N1P×2   실효 출력 150W(8Ω), 250W(4Ω), 10W(8Ω, 클래스A)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1   아날로그 입력 RCA×4   프리 아웃 지원   REC 아웃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입력 임피던스 47㏀   입력 감도 300mV   THD 0.1% 이하   S/N비 90dB 이상   크기(WHD) 43×15.2×43.5cm   무게 20.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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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4월호 - 5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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