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느와르 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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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느와르 인 도쿄
  • 월간 오디오 편집팀
  • 승인 2022.03.10 10:34
  • 2022년 03월호 (59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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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 스타일, 단단한 디테일의 본격 사회파 미스터리
몽환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리듬으로 어둠의 진실을 묻는다

지은이 이종학
출판사 파람북
가격 15,000원

재즈 칼럼니스트, 오디오 평론가로 유명한 작가 이종학이 본업인 추리소설로 돌아왔다. <재즈 느와르 인 도쿄>는 최근 보기 드문, 묵직한 느낌의 본격 추리소설, 사회파 미스터리의 문법과 문제의식을 공유한 이 추리극의 배경 또한 일본이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까지 일본인들은 아니며 대부분 평범해 보이는 한국인들이 등장하지만, 그 명과 암, 본심과 외양, 모범적인 꾸밈과 몽환적인 이면의 교차는 실로 일본적이라고 할 만하다. 주인공은 무던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일본 연구자로, 우연히 출장차 일본에 왔다가 암흑 세계와 연이 닿은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계기로 그는 한 발 한 발 일본이라는 사회의 불편한 내면, 또는 불온한 진실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미덕이라고 할 세상에 대한 솔직함, 그리고 때로 로컬하면서도 결국은 보편성이 드러나는 인간 사회의 세부적 디테일들을 잘 살린 소설이다. 작중의 지역이나 정경 표현은 그곳에 정통한 가이드의 설명을 직접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작중에서 다채롭게 연결되는 한일 관계의 박학다식한 정보들은, 등장인물들이 대학교수 역할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이다. 일본인들의 어떤 변태성, 성적 집착에 대한 오랜 역사와 성애에 대한 그들 나름의 독창성도 흥미롭다. 작가의 장기인, 사운드를 글로 옮기는 기교도 작품 안에 독특한 분위기를 잡아준다.

작중 인물인 재즈 아티스트는 관례적 틀 안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재즈의 정신이라고 설명한다. 어쩌면 그렇게 주어진 틀 안에서 어렵게 여지를 추구해 보는 것이 지금 젊은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의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적 일탈을 테마로 한 이 추리소설의 미덕도 그것과 맞닿아 있다. 유토리, 사토리 세대, 이지메, 초식남, 히키코모리의 등장 등, 일본은 우리 사회보다 십 년쯤 더 앞서 그 특유의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긋는 사회적 배타성과 그로 인한 국가적 동맥경화에 따른 문제들을 겪어 왔다. 국민소득이나 경제 규모, 학문적 성과, 과거의 문화적 영광 같은 외피들로 그것들을 성공적으로 가리는 듯했지만, 그 이중성에 가려진 내면들은 언젠가 현실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범죄와 충동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디테일은, 일본의 가만히 그리고 천천히 침묵하는 침몰을 반복할지도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의외의 시사점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 추리소설 독자라면 그 디테일, 스타일, 일본 범죄물의 감각으로 다가오는 긴장과 전율, 반전의 롤러코스터를 만끽할 수 있는 신작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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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3월호 - 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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