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의 가요 중 12곡을 모아 만든 컴필레이션 LP이다. 나보다는 조금 더 윗세대의 음악으로 아는 가수 이름도 거의 없고, 노래 제목은 더더욱 낯설지만, 틀어 보니 반 정도는 이전에 들어 본 노래이다. 피식 웃으면서 ‘이상하다. 왜 내가 이 노래를 아는 거지?’ 하고 생각한다. 나이를 인증해 주는 음반인가 싶다. 아마 70, 80보다는 60, 70에 가까운 음반이고, 조금은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이전에는 이 노래 TV, 라디오에 많이 나왔었는데 요즘은 좀처럼 듣기 어려워진 노래가 많이 있다. 요즘의 과장된 창법이 아닌 진지하게 부른 조영남의 ‘딜라일라’도 있고, 이제는 낚시 잘하는 할아버지로 유명한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 이덕화의 굵직한 내레이션이 멋진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도 들어 볼 수 있다. 당시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던 ‘대니 보이’를 연주하는 황천수의 색소폰도 오랜만에 들어 보는 70년대풍의 연주이기도 하다. 오히려 자주 접할 수 없었기에 더 정감이 간다. 아마 ‘아, 이 노래가 있었지’ 하는 곡들이 많으실 듯하다. 700장 한정의 중량판이며 MRC 사운드 랩의 복각으로 50년 전 음악이라 생각이 들지 않게 깨끗하다. 할아버지 집의 오래된 다락방에 쌓인 LP 판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느낌의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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