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ino Concr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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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ino Concrete
  • 이승재 기자
  • 승인 2021.10.08 17:34
  • 2021년 10월호 (59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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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동을 들려주는 웨스턴 일렉트릭과 클랑필름의 성지

예전에 들렸던 카메라타에서와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의 경우 현대 하이엔드가 들려주는 고해상도 사진과 같은 음악과는 전혀 다른, 큰 호수의 인상주의 회화 작품을 볼 때 느낀 감정이 연상되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런 점에서 왜 사람들이 낡고 거대한 빈티지 오디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빈티지 오디오의 경우 가격도 천문학적이고 존재하는 숫자도 적어 구하기 어려운데, 만약 구했다고 해도 크기 때문에라도 집에서는 도무지 들을 수 없다는 큰 문제가 있다. 그런데 쉽게 들을 수 없는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과 클랑필름(Klangfilm)의 거대한 스피커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얼마 전에 생겼다고 해서,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감동이 전해질까 기대하면서 자유로를 타고 경기도 파주시로 달려갔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올해 5월에 개관한 콩치노 콩크리트(Concino Concrete).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이리 들어가도 될까 싶은 길을 지나면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건축한 현대적인 디자인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서면 넓이는 2, 3층 합해서 250평 넘고, 높이 9m 가까이 되는 크기의 뻥 뚫린 거대한 공연장 같은 공간이 압도하고, 눈앞에 그 공간을 지배하는 거대한 스피커 5개가 자리한다. 그리고 옆으로 나 있는 큰 창문을 바라보면 임진강이 흐르고 있고, 그 강 넘어 북한이 있다. 해가 질 때 창을 통해 바라보는 이곳의 석양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석양의 오렌지 빛과 함께 음악을 듣는 기분은 어떠할지…

라틴어로 콩치노 - 합창하다·연주하다·울려 퍼지다, 콩크리트 - 구체적인·사실적인 이라는 뜻과 함께 콘크리트로 제작된 건물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이 멋진 공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해 2014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여러 성당도 설계한 바 있는 민현준 교수가 설계했다. 이곳은 처음부터 오디오가 설치될 것을 예상하고 많은 준비를 했고, 그와 함께 음향적으로 좋은 방향이 무엇일지 많이 고민한 후에 설계되었는데, 웨스턴 일렉트릭과 클랑필름의 거대한 스피커를 제대로 울릴 수 있고 1940-50년대에 교회에서 녹음된 재즈 명반을 실연처럼 재생하기 위해서 이 정도 높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이런 거대한 공간으로 완성하게 되었다고.

콩치노 콩크리트, 이곳은 한 개인이 음악에 대한 열망과 공간에 대한 갈망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오디오파일의 꿈이 실현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치과 의사인 오정수 원장(사진)은 10대부터 세종문화회관에 가서 공연을 볼 기회가 많이 있었고, 음악에 관심이 생겨 음반을 사고,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에서부터 컴포넌트 오디오, 하이파이에서 하이엔드 오디오까지 오디오 취미가 발전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빈티지 오디오를 접하게 되고 진공관 앰프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30-60년대에 진공관 앰프가 주축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1920-30년대 진공관 앰프가 근본인 것을 알게 되어 그 당시의 시스템이 음향의 원론이 아닌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콩치노 콩크리트의 시작.

그러나 아무리 좋은 오디오가 있어도 한계가 있었고, 이는 절대적으로 공간을 해결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공간이 완성되기 전에는 진가를 깨우치지 못했다고 한다. 공간이 작고 볼륨을 대범하게 올릴 수 없는 지인의 집, 숍, 자신의 리스닝 룸에서 들었을 때와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실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스케일로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이 정도 공간이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웨스턴 일렉트릭 M2, M3

이곳의 주역은 웨스턴 일렉트릭과 클랑필름이다. 오디오에 대해 많이 공부해 보니 오디오 역사 중 한 시대를 풍미한 때가 1920-30년대이고, 그리고 그때의 극장 시스템이 정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전 세계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본인이 마련한 오디오 홀에서 모든 사람들과 나누었을 때 가장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 1920-30년대에 미국 대형 극장 중 럭셔리한 극장에서 대여해서 사용하는 최고의 시스템 웨스턴 일렉트릭의 M2, M3 스피커와 독일 역사에서 1920-30년대에 가장 독보적인 회사였던 클랑필름의 대형 극장용 스피커 유러노어 주니어(Euronor Junior) 스피커를 선택했다.

클랑필름 유러노어 주니어

말하자면 이곳은 1930년대 미국과 독일의 대형 극장에서 울려 퍼지던 사운드를 본인의 귀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시간 여행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1930년대 아날로그 음향 원형 그대로 들려주기 위해 진공관에서부터 케이블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우선 스피커부터 소개하면, 모노 전용으로 웨스턴 일렉트릭의 M2가 정가운데 있는데, TA4181A 필드형 우퍼 4개와 26A 혼, 594A 드라이버 2개(세 자리 수 시리얼)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웨스턴 일렉트릭의 M3이 스테레오용으로 세팅되어 있는데, 각각 TA4181A 필드형 우퍼 2개, 26A 혼, 594A(네 자리 수 시리얼) 드라이버 1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다음 클랑필름의 유러노어 주니어가 있는데, 이 스피커는 클라톤, 유로딘을 설계한 칼 크루거 박사의 혼과 우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유러노어 주니어는 독일에서 한국으로 가져올 때 문화재 반출이라는 이유로 제지를 당하고, 한 달간 압류되었다가 해결이 되어서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고, 웨스턴 일렉트릭의 경우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 수많은 어려운 과정들을 겪었다고 하니 더욱 특별하게 보인다.

앰프는,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는 웨스턴 일렉트릭의 TA-7387 프리앰프, 1086 A(300B 각인관) 파워 앰프로 구동하며, 클랑필름의 유러노어 주니어 스피커는 1920년대 생산된 시제품이라 할 수 있는 지멘스 ED 앰프로 구동하고 있다.

턴테이블은 노이만 커팅머신에 노이만 오리지널 암, 그리고 EMT의 R35, R 80 S, 927D, 927st 턴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카트리지는 노이만 DST와 EMT의 R37, TSD 15, OFD 25, TSD SFL, 그리고 오토폰의 SPU 모노·스테레오가 톤암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포노 앰프로는 노이만 WV2, EMT V83, ED 전용 프리가 세팅되어 있다. 미국 기기로는 1930년대 FM 송출 시스템을 오버홀해서 LP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웨스턴 일렉트릭 129A 앰프를 포노로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 토렌스 레퍼런스 턴테이블, 그래험 팬텀 톤암과 고에츠·미야지마 카트리지, 다빈치 오디오 랩스 MC 스탭업 트랜스포머로 구성된 아날로그 시스템도 볼 수 있었다.

케이블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 웨스턴 일렉트릭에는 1920년대에 만들어진 동선과 주석선 조합, 그리고 클랑필름의 유러노어 주니어에는 1940년대에 만든 동선, 또한 턴테이블에서 포노, 앰프로 신호를 전송하는 케이블은 1950-60년대 독일 스튜디오에서 사용했던 오리지널 선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이 오디오 기기들을 그 당시에 맞게 운용하기 위해 문헌을 조사하고, 경험에 의한 추정을 통해 오리지널리티를 구성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하며, 오리지널 그대로 보수하고 오버홀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엔지니어 몇 분의 도움으로 지금 가장 완벽한 상태로 완성했고, 항상 체크해 제대로 구동하고 있다.

이 공간의 장점은 역시 1920-30년대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혼신을 다해 만든 오디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 각 음반마다 실제 공연의 음량에 맞춰서 들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고, LP의 정보량을 이렇게 대단한가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이 압도적인 느낌을 꼭 한 번 느껴 보셨으면 좋겠다.

이곳에는 10,000여 장의 음반이 있는데, 컬렉션 중 유명한 클래식 명반과 희귀 음반들, 블루노트, 리버사이드, 프레스티지, 버브 레이블 등의 재즈 명반들을 선별해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

참고로 이곳은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구할 때의 추억과 사연이 있는 특별한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에디슨 축음기와 HMV 202 축음기를 시리즈별로 전시하고 있으며, 1939년 프랑스 극장에 걸린 오리지널 포스터와 악기 등 볼거리가 한가득이다. 게다가 축음기를 들려주는 시간도 있다고 하니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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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0월호 -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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