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베스를 빼놓고는 영국 스피커에 대해 얘기가 되지 않는다. BBC 모니터 스피커의 계보를 이어 가는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하베스만의 사운드와 고전적인 디자인이 오늘날에도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인 브리티시 사운드를 찾으려면 하베스가 제격이다. 결코 음악의 본 역을 벗어나 쓸데없이 과장하고 분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며, 써 갈수록 음악이란 이런 것인가를 터득할 수 있게 해 주는, 본질에 투철한 사운드의 개성이 있는 것이다.
스피커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철저히 스튜디오용과 고급 홈용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홈 스피커 중 가장 핵심으로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모델이 콤팩트 7ES-3이다. 이 기종은 상급기인 슈퍼 HL5의 축소판과 같은 스피커로, 2웨이의 베이스 리플렉스 구성이며 동일한 우퍼가 사용되고 있다. 제품 외관은 통 울림을 강조한 직사각형의 소박하고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나무의 질감을 잘 표현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것도 장점 중 하나.
최근 이 스피커가 네트워크 쪽의 개선을 통해 XD(eXtended Definition)로 진화했다. 트위터는 25mm 사이즈의 알루미늄 돔 타입이며 보호용으로 헥사 그릴 망을 채용해 고역의 필터링 효과를 가져와 지극히 자연스럽다.
200mm의 우퍼는 동사의 특허 유닛인 래디얼2로,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합성수지 계열의 폴리머 콘을 더욱 개량하고, 인덕턴스를 개선했는데, 이 유닛이 콤팩트 7ES-3의 핵심이기도 하다. 감도가 86dB로 다소 낮지만 의외로 핸들링이 크게 어렵지는 않은 편. 사운드 성향은 우선 고역은 투명하며,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매력이다.
이 스피커와 매칭한 앰프는 빈센트의 SA-32 프리앰프와 SP-332 파워 앰프다. 독일의 빈센트는 초창기부터 가격 대비 상당한 성능기로 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모았고, 국내에서도 그동안 SV-237MK, SV-700이라는 상당한 수준의 하이브리드 인티앰프들이 수입되어 상당히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이 제작사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은 것은, 전면에 진공관 불빛을 노출시키는 고전적 디자인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동사는 처음부터 프리단에 진공관을 배치하고 파워단은 반도체로 구성해 대출력을 얻는 하이브리드 제품에 주력해 보급형 인티앰프 기종일지라도 전면 원형 창 안으로 진공관 불빛이 넘쳐 나기 때문에 심리적 취미라는 음악 듣기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시청기는 현재 동사의 파워 라인에 속해 있는 분리형 제품이다. 그동안 본지에 소개된 전면에 진공관 불빛을 노출시키는 동사의 튜브 라인과는 다르게 전통적 분리형 반도체 앰프 스타일의 모습으로 되어 있는데, 내부는 역시 하이브리드 구조로 되어 있다.
SA-32 프리앰프는 이미 발매되어 평판이 좋았던 SA-31의 버전 업 모델인데,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마치 왕년의 명기 첼로의 프리앰프를 연상시킨다. 내부에는 6N16이 4알 투입되어 있다. 전작보다 개선된 점은 밸런스 입·출력이 추가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회로가 완전히 수정되었다고 하며, 출력 바로 앞에 6N16 진공관이 2개 더 추가되었다.
파워 앰프 SP-332 역시 완전 솔리드스테이트 설계가 아니고 6N16 2알, 6N15 1알이 투입되어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이 파워 앰프 내부에는 차동 푸시풀 방식으로 작동하는 2개의 6N16 진공관이 입력단에 적용되어 있으며, 출력단에는 최종 증폭을 위한 8개의 대형 트랜지스터가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전원부에는 500W 토로이달 트랜스와 80,000㎌ 용량의 커패시터가 장착되어 있다. 그리고 채널별 LED 백라이트 VU 미터를 노출시킨 고전적 스타일이며, 제법 무겁고(21kg) 출력은 8Ω에서 150W, 4Ω에서 250W. 입력은 RCA, XLR 모두 가능하며, 바인딩포스트가 2조 있어 2쌍의 스피커와 연결할 수도 있으며, 스피커 A, B 스위치로 개별적으로 켜고 끌 수 있다.
이 파워 앰프 역시 평판이 좋았던 SP-331의 버전 업 모델이며, 달라진 점은 입력단에 6N16 진공관이 2알 추가된 것이며, 전면에 VU 미터를 설치한 디자인 변경이 으뜸. 그리고 이 전면 VU 미터는 특이하게 뒷면의 슬라이딩 스위치를 사용해 LED 백라이트의 색상을 빨간색, 파란색, 녹색, 흰색 4가지로 바꿀 수 있다.
이 시스템이 들려주는 소리는 하베스의 자애롭고 따스한 분위기, 그러면서도 맑고 깊은 음색과 어우러지면서 모든 음악에서 밸런스감이 뛰어나고 특히 보컬의 표현력이 좋다. 은은하게 감도는 저역의 침투력도 좋다. 자연스러움과 안온한 음색이지만 쾌감이 수반되며, 다소 울리기 어려운 하베스의 이 스피커에 넘치는 듯한 파워감을 주며, 맑고 깊이감을 주는 실력기의 매칭이다. 하베스의 스피커는 작은 체구라 보기 어려운 드넓고 자연스러운 펼침이 특기이기도 한데, 이 앰프의 지향성이라는 그런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잘 어우러지는 매칭 기기를 만나면 즐겁다.
Harbeth Compact 7ES-3 XD
가격 53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RADIAL2,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5Hz-20kHz(±3dB)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6Ω 파워핸들링 150W 크기(WHD) 27.2×52×30.5cm 무게 13.2kg
Vincent SA-32
가격 178만원 사용 진공관 6N16×4 아날로그 입력 RCA×5, XLR×1 아날로그 출력 RCA×3, XLR×1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20Hz-50kHz(±2dB) 출력 전압 2V 하모닉 디스토션 0.1% 이하 입력 감도 500mV S/N비 90dB 이상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3×7.7×36cm 무게 6.2kg
Vincent SP-332
가격 310만원 사용 진공관 6N16×2, 6N15×1 실효 출력 150W(8Ω), 250W(4Ω)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하모닉 디스토션 0.1% 이하 입력 감도 1.35V S/N비 91dB 이상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3×16.5×43cm 무게 21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