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phase E-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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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phase E-48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06.10 17:11
  • 2021년 06월호 (58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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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인티앰프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오디오 숍을 방문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한다. 자국의 브랜드가 강한 나라일수록, 외국 제품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유럽 제품을 보기가 힘들고, 유럽에서는 미국 제품 보기가 힘들다. 특히,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독일에서 다른 나라의 제품이 파고들 여지는 거의 없다. 그런 가운데, 딱 하나 이들이 인정하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아큐페이즈(Accuphase)다. 정말 이 브랜드의 가치는 자국 내 최고의 메이커 못지않게 높다.

한동안 국내 시장에서 아큐페이즈를 보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귀한 손님을 만났다. 바로 E-480이라는 인티앰프다. 정말 반갑다. 본 기는 클래스AB 증폭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8Ω에 180W, 4Ω에 260W를 낸다. 어지간한 톨보이 스피커까지 골고루 구동할 수 있는 스펙이다. 투입된 기술이나 만듦새를 생각하면 굳이 분리형을 탐낼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대부분의 인티앰프의 문제는, 프리앰프부를 등한시한다는 점이다. 되도록 간소하게 만든다. 따라서 볼륨단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 그 점에서 본 기가 갖는 강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전면에 따로 섹션을 만들어 동사가 자랑하는 AAVA 방식을 넣었다. 무려 16개의 V-I 컨버터 증폭단을 넣어, 다양한 게인단을 가진 이것들이 조합을 이루면서 정확한 레벨을 표시한다. 최상급 전문 프리앰프에나 들어갈 기술을 과감하게 채용한 것이다.

만일 뚜껑을 열고 위에서 본 기를 내려다보면 절로 찬탄이 나올 것이다. 레이아웃이 정말 멋지다. 주요 섹션별로 나눈 다음, 철제 칸막이로 철저하게 실딩 처리를 했다. 각 부품의 퀄러티나 완성도는 두말하면 잔소리. 일단 중앙 후면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토로이달 트랜스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신뢰감을 주고, 두 개의 커다란 기둥으로 이뤄진 커패시터도 장관이다. 아무리 앰프를 잘 모르는 분들도, 이렇게 전원부가 튼실하게 설계된 부분을 보면 굳이 세세한 부분을 따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출력단에는 MOSFET 소자를 이용했다. 채널마다 푸시풀 방식으로 커플링된 것을 세 쌍이나 도입하고 있다. 이것은 철저하게 좌우로 분리되어, 본체의 양옆에 세팅된 튼실한 방열판에 부착되어 작동한다. 즉, 좌우의 간섭은 물론, 효과적인 방열 처리까지 다 고려한 것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앰프 설계의 교과서. 향후 많은 디자이너들이 참조했으면 싶다.

본 기는 다양한 기능이 돋보인다. 사실 이것은 무척 어려운 기술이다. 음질을 희생하지 않고, 내구성을 지켜가면서,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는 기능을 모두 망라한 점은 한편으로는 우직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라 하겠다. 오랜 기간 이런 제품을 생산해온 내공이 없으면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다.

다양한 입력 단자는 물론, 믿음직스러운 스피커 터미널까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특히, 스피커 A/B 선택 스위치가 제공되는 바, 두 쌍의 스피커를 연결해서 그때 그때 필요할 때마다 선택하게 했다. 물론 두 세트를 동시에 틀 수도 있다. 거기에 베이스, 트레블, 밸런스 등을 제공되며, 옵션 보드까지 준비되어 있다. 그것도 DAC, 포노, 라인 입력 세 종이 제공된다.

스펙을 보며 놀란 것은 무려 0.05%의 THD와 600이나 하는 댐핑 팩터다. 최고의 스튜디오용 앰프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내용이다. 앰프의 이상형을 생각할 때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제품이 바로 본 기라 해도 무방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엘락의 솔라노 FS287, 소스기는 오디오 아날로그의 크레센도 등을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야니네 얀센 연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일단 스피드가 빠르고, 전 대역이 일체감을 갖고 움직인다. 마치 스피커가 풀레인지 형태로 만들어진 듯, 정확한 재생을 자랑한다. 오케스트라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다 보일 정도로 빼어난 해상도를 자랑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음색도 돋보인다. 일체 빈틈이 없는 사운드다.

이어서 조수미의 ‘도나 도나’. 전체적으로 따스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아낌없이 재현된다. 보컬은 청아하면서 풋풋하고, 배후의 악기들도 질감이 좋다. 각 악기 고유의 음색이 정확하게 표현되어, 전체적인 밸런스가 멋지게 어우러지고 있다. 특히, 다분히 환각적인 클라리넷 음색이 곡에 신비함을 더해준다. 일체 자기주장을 하지 않으면서, 음악에 담긴 향기와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존 콜트레인의 ‘Say It’. 남성의 진한 우울함이 잘 배어 있다. 마성의 테너 색소폰은 듣는 쪽을 확 움켜쥐고 있다.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베이스의 존재감도 두드러져, 확고하게 보텀을 장악하고 있다. 피아노의 영롱한 톤도 매혹적이다. 전체적으로 60년대 말의 다소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표현되면서, 다소 세련된 느낌도 있다. 소스에 담긴 정보량을 일체 누락 없이 스피커에 전달하는 인상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머신이다.


가격 850만원  
실효 출력 180W(8Ω), 260W(4Ω)  
아날로그 입력 RCA×5, XLR×2  
레코더 입·출력 지원  
프리 아웃 지원  
메인 인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0, -0.5dB, 하이 레벨 입력), 20Hz-20kHz(+0, -0.2dB, 메인 인)  
THD 0.05%  
댐핑 팩터 600  
어테뉴에이터 -20dB  
톤 컨트롤 3kHz(±10dB, 트레블), 300Hz(±10dB, 베이스)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6.5×18.1×42.8cm  
무게 24.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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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6월호 -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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