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GS200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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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o GS2000e
  • 이현모
  • 승인 2021.06.10 16:26
  • 2021년 06월호 (58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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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도만의 매혹적인 음색으로 귀를 매료시키다

그라도라는 브랜드는 필자에게 무척 친근하다. 한때 헤드 파이에 빠져 있던 대략 10여 년 전에 당대의 레퍼런스 헤드폰 시스템을 두루 섭렵한 바 있는데, 그 당시 그라도 RS-1 헤드폰이 동사의 플래그십 모델이었다. 나무로 만든 동그란 인클로저에 검은 색의 두터운 스폰지가 결합된 독특한 형태로 되어 있었고, RS-1 헤드폰은 음색 또한 독특해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무척 즐겁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미국의 그라도(Grado Labs)는 특유의 완전 개방형 헤드폰 설계와 현악기에 최적화된 사운드로 독자적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오디오 업체이다. 그라도 헤드폰은 어떤 모델을 보아도 ‘아하 그라도!’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기본 설계를 전 모델이 공유하고 있다. 다만 하우징의 소재와 설계, 그리고 이어 패드의 형상을 다양화하면서 상당히 많은 헤드폰 라인업을 개발해 왔다. 레퍼런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하위 라인업으로는 가장 오래된 프리스티지 시리즈, 상위 라인업으로 각각 큼직한 우드와 알루미늄 하우징을 사용하는 대형기인 스테이트먼트와 프로페셔널 시리즈가 있다.

이번에 시청한 그라도 GS2000e 헤드폰은 동사의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에 속하며, 마호가니와 메이플 우드를 사용한 클래식한 톤의 대형 하우징을 채용했음에도 불과하고 250g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실제로 착용해 보면 거의 무게감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그라도 특유의 스펀지 재질 이어 패드가 귀에 닿는 까슬한 느낌이 있는데, 이 이어 패드는 그라도 고유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데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만일에 이 이어 패드를 다른 두터운 패드로 바꾸면 소리가 상당히 달라지며 그라도 특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GS2000e 헤드폰은 50mm 대구경 드라이버를 사용하며 재생 주파수 대역은 4-51,000Hz, 임피던스는 32Ω이며, 오픈 타입이다. 고순도 구리 심선을 12가닥 사용한 케이블을 사용하며, 연장 케이블과 3.5mm 미니 어댑터도 제공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4핀 XLR 밸런스드 단자로 선택할 수도 있다.

그라도 GS2000e 헤드폰과 심오디오 문 430HAD 헤드폰 앰프를 매칭해 시청했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최고의 기교파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의 연주로 들어 보았다. 타 헤드폰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GS2000e 헤드폰은 상당히 풍부한 음을 들려준다. 오픈형 답게 개방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피아노 음은 명료하면서 풍부한 배음과 강력한 타건 시 임팩트가 잘 전달된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에서는 첼로, 바이올린이 높은 해상도를 바탕으로 넓은 공간에서 정위감 있게 들린다. 사실적인 음색과 질감도 잘 드러나며 개방형 헤드폰답게 시원하다. 마호가니와 메이플 우드를 하이브리드로 사용한 헤드폰답게 현악기에서 매혹적인 음색이 잘 드러난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를 들었다. 앞부분에 나오는 저음 현악기의 질감과 에너지가 충분히 느껴지며, 조수미의 목소리 역시 명료하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특히 팀파니와 북의 타격감이 좋다.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 소리가 명료하며 에너지도 좋다. 솔로 가수의 목소리도 맑고 우렁차며 합창단의 목소리도 사실적이다.

그라도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의 GS2000e 헤드폰은 GS1000e에 비해 음질 향상이 되었고, XLR 밸런스드 단자가 주문 옵션으로 추가되었다. 개방형 헤드폰으로 탁 트인 공간 속에서 명료함과 사실적인 에너지가 돋보이는 소리를 들려준다. 시원스럽고 자연스러운 음색이 돋보인다. 특히 마호가니와 메이플 우드를 사용한 클래식한 톤의 대형 하우징과 50mm 대구경 드라이버가 어울려 들려주는 현악기의 질감이 매혹적이다. 자연 소재인 원목과 독특한 설계 사상이 만나서 만들어 낸 그라도만의 매혹적인 음색으로 헤드 파이 애호가를 매료시키는 헤드폰이다.


가격 190만원  
유닛 타입 오픈형  
임피던스 32Ω  
음압 99.8dB  
주파수 응답 4Hz-51kHz

58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1년 06월호 -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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