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gon EXXACT Integr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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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gon EXXACT Integrated
  • 김남
  • 승인 2021.05.10 15:12
  • 2021년 05월호 (58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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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면서도 생기가 살아 있는 인티앰프

독일의 오디오 제조사 중 트라이곤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25년 전에 독일의 한 대형 업체에서 근무하던 분이 독립해서 세운 소규모 제작사인데, 처음부터 합리적 가격대의 건실한 성능이라는 것을 표방한 탓으로 외모가 좀 평범해서 시선을 끌어당기는 맛은 없다. 하지만 제작 역시 ‘메이드 인 저머니’를 표방하며 뛰어난 소리를 들려준다. 이전에 여러 기종을 들어 봤지만 이 가격대에 이 소리라니, 그런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훨씬 고가 제품과도 맞먹는 수준이었다.

일부 오디오 제품 리뷰기를 보면 전시회 등에서 관계자와 잠시 만나 악수를 나누고 그걸 자랑거리처럼 내세워 제품 신뢰도를 강조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런 곳에서 제작진 쪽이 내놓는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얘기는 어디까지나 상업적이다.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자기주장을 소개해 봐야 수준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디오 기기 같은 실질적 제품은 회로가 어떻고 부품이 어떻고를 막론하고 소리로 평가를 받는 것이 정답이다. 오직 제품의 수준만으로 평가를 받으라고 할 때 트라이곤의 제품들이야말로 지금 상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대표적인 제작사이며 주목작들이 많다. 이미 출발 시점이 상당히 지나 내구성 면에서도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금 시장에서 독일 오디오 제품들은 사실 고가의 제품이 너무 많다. 화려하고 장중하게 섀시를 만들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외모에 배분했으며,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진동 방지 등의 기술력을 주장하지만 사실 기본 회로와 제품이 좋으면 껍데기가 없어도 소리가 좋은 것이 오디오 기기이다. 트라이곤 같은 제작사는 은연중 그런 것을 탈피, 새로운 도이치 사운드를 보여 주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것 같다. 그리고 엇비슷한 독일의 독립 제작사들도 몇 군데 있지만 근래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곳이 트라이곤으로, 그만큼 반응이 좋다는 증거겠다. 또한 일본에서 인기가 좋으며 ‘곤ʼ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이 제작사는 주로 앰프를 만들며 일부 D/A 컨버터, 포노 앰프, 헤드폰 앰프, CD 플레이어, 뮤직 서버 제품들도 있는데, 현재 인티앰프 제품 시리즈는 세 기종으로 에필로그가 가장 고출력(200W)을 내는 기종이며 시청기는 위에서 3번째 위치한 막내 급이다.

시청기는 상위 버전인 엑시드(EXXCEED)와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출력도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는 내부 전원 트랜스가 좌우 분리인가, 아닌가의 차이. 물론 회로도 다르다. 즉, 합리적인 가격대 성능비를 중시한 실용기인 셈이다. 사실 대형 고가의 제품도 1개의 전원 트랜스를 장착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굳이 좌우 채널 독립 전원부가 아니라고 해서 품질이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음질도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부품이 건실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떤 동사의 제품 리뷰기에는 프리단에 무슨 OP 앰프, 볼륨단에 무슨 IC, 파워단에 무슨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등을 사용한다는 식의 설명이 있다. 물론 뜬구름 잡는 식의 설명이긴 하다. OP 앰프 하나만 해도 몇 천원짜리부터 10만원대 넘어가는 제품 등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조잡한 정체불명의 무명 제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동사는 기술적으로도 수준이 높다. 이 제작사의 모노블록 파워 앰프를 보면 출력단에 풀 밸런스 설계된 완전 독립된 앰프 2대가 탑재되어 있고, 그것을 브리지로 접속하는 독자 설계를 채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풀 밸런스 앰프에서 음악 신호의 양쪽 신호와 그것이 180도로 반전하면서 나오는 역상 신호를 별도의 앰프에서 동시에 증폭한다는 것이다. 이 구성의 장점은 스피커 유닛의 진동판의 전후의 움직임을 각각 별도의 파워 앰프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 즉, 기존 앰프처럼 한 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밀어내는 움직임의 파워 앰프와 다시 되돌리는 움직임의 역상용 파워 앰프가 각기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개성적인 설계 때문에 고가격대도 아니면서 놀랄 정도의 신선·매끈한 소리를 내주어 놀란 적이 있는데, 시청기 역시 비슷한 분위기. 명가 제품의 취향이 그대로 배어 있는 편이다.

트라이곤의 엑스액트(EXXACT)는 클래스D 앰프로 8Ω에 95W, 4Ω에 130W의 출력을 내며, RCA, XLR 아날로그 입력은 물론 코액셜, 옵티컬 디지털 입력을 갖춘 D/A 컨버터가 내장되어 있고, 옵션으로 포노 스테이지를 더할 수 있다. 헤드폰 출력도 갖췄다.

본 기는 공통적으로 발성이 유연하고 일체감이 있어서 모든 소리가 싱그러우면서도 매끈한 온기, 그러면서도 리얼하다는 느낌인데, 이번 호 시청기인 어셔 V-604와 하베스 모니터 40.3 XD 스피커와 매칭해 본 소감이다. 젊은 스포츠 스타처럼 생생하고 활기 넘치는 어셔 V-604의 사운드를 잘 컨트롤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음에 생생한 온기가 있다. 고급 인티앰프 제품이라고 해도 신선하면서 다소 냉랭한 기종이 많은데 그런 방향과는 다르다. 마치 클래스A처럼 따스하면서도 생기는 살아 있고 우아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대형기면서도 감도가 다소 낮은 하베스 모니터 40.3 XD와의 상생이 실로 뛰어나다. 이런 인티앰프를 들어 보게 되어 기쁘다. 지금 인티앰프를 한 기종 사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시청기를 고르겠다.


가격 390만원(포노 옵션 별매)  
실효 출력 95W(8Ω), 130W(4Ω)  
디지털 입력 Optical×2, Coaxial×2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1, XLR×1  
REC/프리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2kHz(-3dB)  
S/N비 -92dB 이하  
디스토션 0.02% 이하  
크로스토크 -86dB 이하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4×11×38cm  
무게 1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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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5월호 -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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