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yx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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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yx H
  • 김정규 계명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1.10 12:31
  • 2021년 01월호 (58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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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기기에 최적화된 현장감이 뛰어난 헤드폰

출시 전 주문해서 수개월을 기다리다 며칠 전 받았다. 평가에는 비교가 기본이라 레퍼런스로 갖고 있는 미스터스피커즈(지금은 댄 클락 오디오로 이름 바꿈) 사의 Ether C 헤드폰과 했다. 이 헤드폰은 현재 1800달러 플러스 세금에 팔리고 있어 200만원이 훨씬 넘는다. 오디오쟁이들이 한때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것인데, 소리 성향은 뉴트럴이다.

포장
캘릭스 H의 포장은 아주 훌륭하다. 종이 박스, 재생 용지를 사용한 듯한 종이 케이스, 케이블 매듭조차 굵은 실로 되어 있다. 친환경 포장이다. A+

디자인
사진에서 보듯 앙증맞다. 헤드폰 겉 커버(하우징)는 진짜 나무로 되어 있다. 안쪽 귀와 맞닿는 부분은 인조 가죽으로 잘 마감되었다. 그라도 헤드폰에서처럼 레트로·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긴다. 첨단 미래형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아내가 착용하니 더욱 잘 어울린다. 막 굴려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온 이어 형태라 귀를 완전히 덮지 않고 귀 위에 얹어 놓는 형태다. 헤드 밴드의 겉 재질은 플라스틱과 쿠션감 있는 인조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안에는 스틸이 들어가 있어 전체 뼈대를 이루고 있다. 최고급은 아니지만 싸구려로 보이진 않는다. 튼튼하고 실용적이다. A

착용감
헤드폰 선택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착용감이다. 온 이어 헤드폰이라 귀 위에 얹는 형태인데,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편하게 올려진다. 아주 가볍게 제작되어 착용에 큰 무리가 없다. 보통 사람 머리면 편하게, 머리 사이즈가 크면 처음엔 약간 눌리는 듯해도 금방 익숙해진다. 난 후자에 속하는데 한 시간 이상 착용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다른 헤드폰과 마찬가지로 여름에는 조금 더울 수 있겠다.

소리
소리는 주관적인 부분이 강해서 평가하는 사람의 성향이 크게 작용한다. 난 프로악을 수년 쓰다가 하베스 40.2로 바꿔서 만족하는 성향이다. 고음과 중음, 비교 대상 헤드폰과 크게 차이가 없다. 고음이 쏘지 않고 찰랑, 또렷하다. 볼륨을 조금 올려도 시끄럽다는 느낌이 적다. 중음과 중저음의 소리 질감이 고급스럽다. 가볍지 않고 가득 차 있는데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무겁지도 않다.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소리다. 저음은 풍부하다. 나는 저음이 과장되어 나오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캘릭스 H 헤드폰의 저음은 비교 헤드폰에 비해 양적으로 풍부하지만 깊은 저음이 뚜렷하게 잡히는 것은 아니다. 약간 퉁퉁하는 느낌이 있다. 마치 아주 우수한 소형 북셀프 스피커의 저음을 듣는 듯하다. 소형 스피커는 저음 재생에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우수한 소형 스피커는 그것을 커버하기 위해 저음의 양적인 부분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들을 만한 저음을 만들어 낸다. 그럼으로써 현장감을 살려 내는데, 캘릭스 H 헤드폰의 저음도 이와 유사하다. 개인 취향으로는 저음의 양을 미세하게 줄이면 더 뉴트럴한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한다. 비교 대상 헤드폰과 저음 재생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고음, 중음, 저음의 밸런스는 잘 맞춰져 있는데, 중저음 부분이 양적으로 약간 강조되었다. 아마 이렇게 함으로써 현장감을 살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연주회장의 저음은 약간 퍼지며 부웅하는 경향이 있는데, 캘릭스 헤드폰은 이 부분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돌덩이 저음은 연주회장에는 없으므로…

특이점으로, 캘릭스 H 헤드폰은 일반 앰프의 폰 단자에서 들을 때와 휴대폰에서 들을 때 다르게 들린다. 일반 앰프에서 들을 때는 상대적으로 저음이 약간 부각되었다. 그런데 휴대폰에서 들을 때 밸런스가 훨씬 좋아졌다. 특히 비교 대상 헤드폰은 일반 앰프에서는 아주 훌륭한 소리를 들려주지만 휴대폰에서는 출력 면에서 다소 부족한 느낌이 있다. 캘릭스 H 헤드폰은 게인이 충분해서 따로 헤드폰 앰프 필요 없이 휴대폰만으로 듣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휴대폰 같은 휴대용 기기에 최적화된 쪽으로 튜닝된 것 같다.

총평
캘릭스 H 헤드폰의 시판 가격은 25만원이다. 나는 3개나 샀다. 솔직히 땡잡은 기분이다. 비교 대상 헤드폰은 200만원이 넘는다. ‘같은 가격이면 무엇을 살래?’라고 하면 주저 없이 Ether C를 잡을 것이다. 그러나 캘릭스의 이만한 가격이면 경쟁할 헤드폰은 많지 않다. 현장감이 뛰어나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과장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소리가 나면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헤드폰을 구한다면 캘릭스 H 헤드폰이 어떨까 한다. 더구나 같이 따라오는 헤드폰 케이블은 정말 멋지다. 따로 앰프 없이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어야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캘릭스 H 헤드폰을 추천한다. 지금도 KBS 1FM을 콩(KBS kong)과 캘릭스 H로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회사 소개
캘릭스 H 헤드폰을 만든 ㈜디지털앤아날로그는 20년의 업력을 가진 회사로, 디지털 앰프용 반도체를 설계·제조·판매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2000년 초반까지 자사가 생산한 반도체를 삼성과 대우 등의 오디오에 공급해 왔다. 2005년부터는 캘릭스(Calyx) 브랜드로 하이엔드 오디오를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하고 해외에도 많이 판매했다. 그중 Femto DAC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최우수 제품으로 수상을 했다. 몇 년 전에는 Calyx M이라는 Digital Audio Player(DAP)를 시장에 내놓았는데, 이 제품 역시 전 세계의 모바일 플레이어 사용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최근 몇 년간 신제품을 내놓지 않다가 올해 헤드폰을 출시했는데, Calyx H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온 이어 헤드폰이다.


가격 25만원
사용 유닛 40mm
주파수 응답 20Hz-22kHz
입력 임피던스 50Ω
무게 189g

582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1년 01월호 - 5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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