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숨듣명’이란 말이 있는데, 좋아는 하지만 차마 대놓고 듣지 못하고, 누가 내가 이런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을 알까 봐 창피해서 ‘숨어서 듣는 명곡’이라는 말이다. 이번 LP로 나의 숨듣명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음반은 1950년대 전후의 대중가요의 산실인 도미도 레코드의 명곡들로 선별된 2장짜리 LP이다. 이 음반의 기초는 창립자인 고 한복남 작곡가의 아들이 보관하던 마스터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2012년에 여러 장의 CD로 출시되며 화제가 된 ‘도미도 베스트 컬렉션’이다. 사료적 가치도 가치지만 의외로 음질이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음반에 대한 본지 독자 대부분의 반응은 ‘나는 트로트는 듣지 않는다’일 것이다. 그런데 나도 역시 트로트를 듣지 않는다. 심지어 몇 년간 휩쓴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조차 나는 한 번을 본적도 없지만, 이 음반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도미도 레코드의 곡은 트로트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엔카가 가요를 지배하기 전, 민요가 주한 미군이 들고 온 서양 음악과 만나면서 독특한 크로스오버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는 맘보나 차차차, 보사노바 같은 라틴 음악과 블루스와 스윙 재즈가 우리 정서로 혼합된 초창기의 한국식 퓨전 음악의 기원이 있는 것이다.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듣게 된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다양성을 가진 한국 가요의 시작을 보게 될 것이다. 이 LP 마음에 든다면 도미도 베스트 컬렉션도 한 번 들어 보시기를 권한다.

신우진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