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antz Mode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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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antz Model 30
  • 김남
  • 승인 2020.09.09 15:15
  • 2020년 09월호 (57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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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모델 30, 다시 새롭게 명기로 거듭나다

빈티지 오디오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1960년대에 만들어진 마란츠의 첫 번째 인티앰프 ‘모델 30’을 기억할 것이다. 이 제품은 오디오 제품 사상 손꼽을 만한 명기로 남았지만, 마란츠는 이 제품을 끝으로 일본 마란츠가 되어 버렸다. 물론 지금은 사운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다시 미국 브랜드가 되었다. 지금도 이 명기는 중고 제품이 간혹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오버홀을 거쳐 그 시절의 그 소리를 재현했다는 소감도 발표되고 있다. 이 기종의 회로도는 오픈되어 세계적으로 카피도 많고 교과서 중의 하나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지금 오디오에서는 새삼 빈티지라는 장르가 한참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LP가 중흥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근래 또 놀란 것은 카세트덱의 부활이다. 이베이에서 보면 30여 년 전 제품이 최초 판매 가격보다도 몇 배 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한 기종의 경매마다 수십 명이 덤벼 각축을 이룬다. 일본 경매 사이트도 마찬가지. 취미 삼아 그런 사이트에서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지만 최초 제시 가격보다 10배 이상으로 낙찰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어떻게 그렇게 잘들 꿰고 있는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A&D, 빅터 등의 옛 기종에 그렇게 열광한다.

LP는 구하기가 쉽지만 카세트는 지금 사용하려면 우선 소스는 제외하더라도 공테이프 자체가 보기 어렵다. 메탈이나 크롬 등 음악용은 자취를 감춰 버린 지 오래고 그나마 어학용으로 쓰이는 제품은 조금씩 구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럼에도 카세트덱이 이처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는 각종 장비를 갖춘 카세트덱 전문 수리 업체도 여러 군데 성황을 이루고 있기도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기름칠, 고무벨트 교체나 하는 수준인데 반해 헤드의 방위각, 회전 스피드 조정, 녹음 편차 조정 등을 정밀 체크를 하고 있다는 데 놀랐다.

그런 르네상스풍의 성황을 노리고 발표된 것이 바로 시청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 이 제품을 개발한 기술자도 50여 년 전 그 오리지널 빈티지의 예찬자인 듯싶다. 물론 오리지널 모델 30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출력도 60W이었던 것이 100W로 늘어났고, 가장 큰 변화는 클래스D 앰프라는 점. 그러나 원작과 대등한 사운드를 구현하려는 것이 기본 목표이다.

그 옛날 클래스D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달리 기술의 눈부신 발전 등으로 지금은 일반 반도체 앰프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능력을 지닌 제품으로 발전했다. 또한 가격도 싸고 가벼우며 전기 소모도, 발열도 작다. 그런 클래스D 제품이 계속 발전하기를 빈다.

본 기는 클래스D지만 전원부에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하며, 원작처럼 포노단에도 충실, MM뿐만 아니라 MC까지 포함하며 MC의 경우 로우, 미드, 하이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더블 브레스티드 양복처럼 양쪽에 볼륨, 실렉터의 큼직한 노브가 달려 있고 그 사이에 포노, 베이스와 트레블 EQ, 밸런스의 작은 4개의 노브가 있으며, 전체 디자인도 원작의 분위기에 충실하게 우아하게 제작되었다.

마란츠 사운드는 그 나름대로의 공통점이 있다. 마란츠 특유의 정밀하고 여성적, 순수미가 어딘지 모르게 깃들어 있다. 반면 미국 쪽은 확실히 대륙풍의 호쾌한 사운드가 지향점이고, 유럽 쪽은 부드럽고 정밀한 가정용 스타일이 일반적이다. 그런 데에 비하면 한국적인 취향은 굉장히 복합적이라서 한마디로 공통점이 없다. 어려운 것이다. 당연히 본 기는 옛 빈티지를 공경하며 순수하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맞는다.

시청기를 매칭한 기종은 다인오디오의 이보크 30 스피커와 심오디오의 MOON 260D CD 플레이어. 과거의 오리지널을 들어본 바가 없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련히 그 시절의 향취란 이런 것인가를 음미해 볼 수가 있겠다. 나긋하며 우아하다. 평화롭고 더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고 존중했던 시절의 그리움 같은 냄새를 풍긴다. 시끌시끌한 시장터 같은 거리를 지나 조용한 주택가에 들어왔을 때의 안도감이 첫 번째로 감지된다. 보컬리스트의 혀끝이 날카롭고 현의 고역이 쭈뼛하게 올라가는 자극적인 느낌도 아니다. 중역의 아름다움은 특필할 만한데, 음악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마란츠의 모델 30은 번쩍번쩍하는 자극 대신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나긋해서 언제까지나 음악에 잠겨 있고 싶어진다. 빈티지 시절의 마음가짐이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뭔가 자꾸 조급해지고 초조해지는 하이엔드도 많다. 하지만 시청기는 밤 깊도록 조용히 앉아서 귀 기울이고 싶은, 마치 고향의 고모님이나 이모님 같은 그런 기종이다.


가격 350만원  
실효 출력 100W(8Ω), 200W(4Ω)  
아날로그 입력 RCA×5, Phono×1  
오디오 아웃 지원  
프리 아웃 지원  
파워 앰프 인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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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9월호 -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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