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만화를 유독 좋아했는데, 중학생 정도 되어 그것이 모두 일본 만화였으며 심지어 부르던 주제가도 그대로 가져온 것을 알고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찬가지로 독창적이고 신선하던 대중가요들이 사실 번안곡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작권 개념이 없던 그때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최신 팝송이 가요로 바뀌는 일은 참 많이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지스 같은 너무 유명한 가수부터 지난 호 샹송과 칸초네 음반 소개에서 언급했듯 장르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과히 좋지 않은 기억이긴 하지만, 원곡이 누리지 못한 인기를 끌면서 고급진 가사가 입혀지고, 냉정히 들어 보아도 몇몇 곡은 원곡보다 더 뛰어난 곡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음반에는 당시 인기 있던 13곡의 번안곡이 들어 있다. 그렇게, 표절 만화와는 다르게, 이 같은 번안곡이 그래도 가요의 수준을 한 단계 빨리 올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도 많이 있다. 아직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표절 문제, 어찌 되었건, 당시의 매우 인기 있는 가요를 깨끗한 음질로 한 장의 음반에 응축해 들을 수 있음은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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