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리(Esprit)’는 프랑스어로 ‘정신’을 뜻한다고 하는데, 리처드 세사리가 20여 년 전에 창립한 프랑스의 케이블 업체이기도 하다. 이 브랜드 명은 아마도 오디오의 정신, 즉 음악의 재생을 제대로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에스프리에서는 수작업으로 케이블을 만들고 있으며, 케이블 제작에 남다른 정성을 유달리 쏟아 왔다고 한다. 특히 케이블의 도체와 차폐에 신경 쓰며, 상위 4개 라인의 케이블에는 배터리 팩을 채용해 차별화하고 있다. 도체로는 5N과 6N 급 OCC 구리 도체만을 사용하는데. 5N 급은 입문기부터 중급기까지 사용하며, 6N 급은 상급기에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도체는 대칭 구조, 절연체는 비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고, 모든 커넥터는 두터운 실버 도금 처리를 하고 있다.
필자가 시청한 케이블은 동사의 상위 라인에 속하는 루미나(Lumina)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이다. 이 케이블의 도체는 6N OCC 구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칭 스타 어셈블리 구조로 되어 있다. 절연체는 비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고, 두 극성에 서로 다른 두 가지 재질(PVC 및 실리콘)을 사용한다. RCA 단자의 경우 6N 급 OCC 구리로 만들었으며 20 미크론의 다층 은도금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루미나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 역시 상위 기종답게 배터리 팩을 사용해 차별화하고 있고, RF 효과를 줄이기 위해 페라이트도 적용했다.
본격적인 시청을 위해서 심오디오의 문 260D CD 플레이어와 문 240i 인티앰프, 그리고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의 디맨드 D17 스피커를 동원했고, 루미나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을 CD 플레이어와 인티앰프 사이에 연결해 비교 시청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들어 보았다. 루미나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이 투입되자, 전체적으로 소리가 부드러워지고 배경이 정숙해졌다. 피아노 음이 풍부해지고 부드러워진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의 앞부분을 들었다. 루미나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맑은 배경에 첼로와 바이올린의 음색과 질감을 부드럽게 표현해 낸다. 첼로 소리가 더 부드럽고 온화하게 들리고, 바이올린은 매끄럽고 촉촉해진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에서 루미나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반주 악기인 저음 현악기의 사실적인 에너지를 잘 표현할 뿐만 아니라 거친 질감을 매끄럽게 다듬어 주고, 조수미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더 부드럽게 들려준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 루미나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더 크고 입체적인 음향 무대와 사실적인 관현악 악기 연주,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그려 낸다.
수작업으로 정성 들여 만든 루미나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오디오 시스템에 투입되자마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 주었다. 우선 거칠고 메마른 소리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다듬어 낸다. 물론 정숙한 배경과 명료한 소리는 기본으로 들려준다. 이 정도면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이 음질을 얼마나 높일까 하며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충분히 설득할 만한 소리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가 살짝 거칠고 메마르게 들린다면 에스프리의 루미나 RCA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좋은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가격 688만원(1.2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