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르 쿠렌치스는 이제 대세 지휘자로 굳혀지고 있다. 특히 음반을 통해 만나게 되는 그의 음악적 천재성과 과감한 해석은 클래식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맞춤형 연주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파격적이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최근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즈음해 기념비적인 녹음을 선보였다. 바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다. 기념 음반답게 과거와 현재를 모두 소통하는 듯한 기념비적인 연주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 악기를 마치 시대 악기와 같은 연주 기법으로 연주하며, 악장이 거듭될수록 무지카 에테르나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1악장에서 4악장까지 전혀 빈틈을 주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중독성 짙고 매력적인 연주다. 수많은 운명 교향곡 연주를 들어왔지만, 이처럼 진취적이고 도전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연주는 쉽게 찾아볼 수 없으며, 원곡의 재해석을 넘은 파격적인 스타일을 시종일관 만날 수 있다. 지금껏 운명 교향곡의 엄숙함과 달리 광기와 스릴, 긴박감을 이 음반을 통해 선사해 주고 있으며, 그 때문에 클래식 입문자와 젊은 음악팬들에게 신선하고 한 번에 와닿을 수 있는 연주이기도 하다. 특히 교향곡 5번 한 곡만을 음반으로 담았다는 것은 대단히 자부심과 자신감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한 장의 음반을 통해 베토벤 운명 교향곡의 위대함을 쿠렌치스는 제대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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