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re PRE35 DAC · A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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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are PRE35 DAC · A35.2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2.12 15:22
  • 2020년 02월호 (57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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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메어, 그 중용의 미학을 위해

프라이메어라는 브랜드를 만날 때마다, 나는 습관적으로 301이라는 제품을 떠올린다. 무려 25년도 더 된 모델이지만, 요즘 기준에서 봐도 상당한 스펙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인티앰프임에도 불구하고, 듀얼 모노럴 방식으로 설계된 점이나, 8Ω에 80W라는 넉넉한 출력의 공급 등은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특히 그 디자인에 있어서는, 가벼운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멋지다.

각설하고 창립된 지 30년이 넘은 이 브랜드는, 이제 이쪽 업계의 중견으로 어엿하게 자리 잡았다. 다양한 인티앰프 및 CD 플레이어를 만들고 있는데, 분리형 모델을 두 종이나 갖출 정도로 착실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초에, 저명한 엔지니어이면서 오디오파일이기도 한 보 크리스텐슨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그는 음질이 조잡하고, 뚜렷한 미학도 없으며,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오디오에 큰 실망을 한 상태다. 그래서 직접 엔지니어들을 모아 창업하기에 이르는데, 그 속에는 동사의 기둥이 되는 벤트 닐센도 있었다.

프라이메어의 제품 철학은 라곰(Lagom)이라는 스웨덴 말로 요약된다. 이것은 쉽게 말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좋은 상태. 이른바 중용에 해당한다. 실제로 동사의 제품들을 보면, 빼어난 음질도 음질이지만, 가격이라든가, 만듦새에서 일체 거품이 없다.

이번에 만난 제품은 분리형이다. 레퍼런스급 PRE60과 A60의 아래 모델이다. 당연히 상급기의 노하우를 적절히 이양 받으면서, 음질 중시형으로 설계된 점이 눈에 띈다. 우선 프리앰프부터. PRE35라는 형번을 갖고 있는데,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그 이유는, 이른바 모듈러 타입이기 때문이다. 즉, PRE35 자체는 순수한 아날로그 프리앰프지만, 여기에 뭘 더하냐에 따라 모델명이 바뀐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을 더하면, PRE35 Prisma가 되고, DAC가 더해지면 PRE35 DAC가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든다. 사실 이미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DAC가 있는데, 이런 기능이 장착된 프리앰프를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요즘 같은 시기에 되도록 중복 투자를 피하고 싶지 않은가? 반대로 프리앰프 자체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아서, 여기에 여러 기능을 알뜰하게 투입하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즉, 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모듈러 방식이 적절한 셈이다.

실제로 네트워크 플레이어 및 DAC 기능이 알차다. 우선 전자를 보면, 크롬캐스트가 삽입되어 다양한 기능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 스트리밍이라든가, 하드 디스크 등을 쓸 수 있고, 유무선 둘 다 가능하며, 블루투스, 에어플레이, 스포티파이 등도 즐길 수 있다. 당연히 룬도 된다. 게다가 멀티 룸 기능도 있어서, 여러 가지 구상이 가능하다. 이 모든 조작은 휴대폰에 다운받는 앱으로 이뤄진다.

한편 DAC도 만만치 않다. 고음질 파일을 읽을 수 있도록, 고사양의 디바이스가 준비되어 있다. PCM 쪽은 무려 32비트/768kHz가 가능하고, DSD는 256/11.2MHz까지 커버한다. 이 정도 내용이면 단품 DAC가 부럽지 않다.

이와 커플링되는 A35.2 파워 앰프도 매우 합리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동사가 자랑하는 UFPD 2 기술이 투입된 바, 이것은 아날로그 방식의 클래스D를 의미한다. 아무리 강력한 파워를 걸어도 디스토션이 낮고, 깨끗한 음을 자랑한다. 스칸디나비아의 푸른 숲과 맑은 공기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폴크 오디오의 신작 L600을 준비했고, 소스기는 노르마의 레보 DS-1을 동원했다.

첫 곡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 단출한 피아노 트리오의 구성이지만, 무대를 가득 채운다. 초반에 등장하는 더블 베이스의 음향. 활로 길게 긋는 대목인데, 결코 약하지 않다. 모기가 우는 듯 겉만 핥는 것이 아니라, 깊고 장중하게 긁는다. 이어서 브러시로 두드리는 드럼의 모습이나 영롱한 피아노의 등장 등, 트리오 구성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재미가 재현된다.

이어서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한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다분히 중립적인 음색이 잘 살아 있고, 힘과 기교가 적절히 조화된 모습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도 발견된다. 오케스트라는 적절하게 치고 빠지면서 무터를 돕고 있고, 그녀 자신은 마치 카르멘이 된 듯, 현묘하게 밀고 당기고 몰아친다. 자유분방하면서 또 정교치밀하다.

마지막으로 셀레나 존스의 ‘You Light Up My Life’. 그리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지 않지만, 맺고 끊는 게 분명하면서, 확실하게 듣는 이를 장악해버린다. 백업을 하는 악기들은 쫄깃쫄깃, 오소독스하게 엮여 있고, 그 위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셀레나가 바로 요 앞에 와 있는 듯하다.


PRE35 DAC
가격 490만원   디지털 입력 Optical×4, Coaxial×2, USB B×1   디지털 출력 Coaxial×1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아날로그 출력 RCA×2, XLR×2   주파수 응답 20Hz-20kHz(+0.1, -0.1dB)   S/N비 105dB 이상   THD+N 0.01% 이하   입력 임피던스 15㏀(RCA), 30㏀(XLR)   출력 임피던스 100Ω(Line), 100Ω(Pre, RCA), 400Ω(Pre, XLR)   크기(WHD) 43×10.6×42cm   무게 11.3kg

A35.2
가격 460만원   실효 출력 200W(8Ω), 400W(4Ω)   앰플리파이어 모듈 프라이메어 UFPD 2   파워 서플라이 프라이메어 APFC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THD+N 0.008% 이하   S/N비 110dB 이상   입력 임피던스 15㏀(RCA), 30㏀(XLR)   입력 감도 2V(RCA), 4V(XLR)   게인 26dB(RCA), 20dB(XLR)   크기(WHD) 43×14.5×38.2cm   무게 11.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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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2월호 - 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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