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나무 -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 새로운 날(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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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나무 -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 새로운 날(LP)
  • 신우진
  • 승인 2020.01.08 13:50
  • 2020년 01월호 (57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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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크 음악계의 흐름을 아날로그로 느껴 보다

권나무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MRCD1913(180G LP+7”)
녹음 ★★★★★
연주 ★★★★★

권나무
<새로운 날>
MRCD1914(180G LP+7”)
녹음 ★★★★★
연주 ★★★★★


마치 삼사십년 전으로 돌아간 듯 새 LP의 비닐을 열어 꺼내 든 Vinyl, 나오는 노래마저 그때로 돌아간 듯 흘러나온다. 새로운 크리스마스 앨범이 오디오 앞에 쌓이는 계절이지만, 웬일인지 권나무의 LP를 더 듣게 된다. 모든 게 느려지는 계절에 천천히 바늘을 올리고는, 지난여름 늘어나 버렸는지 헐거워진 턴테이블의 벨트가 느릿하게 돌아간다. 카세트테이프와 레코드판으로 노래를 듣던 그 시절처럼, 젊은 포크 싱어의 이 노래가 끝이 난다면, 곧 이어서 조동진이 기타를 들고 나와서 ‘제비꽃’을 부를 것만 같다.

권나무라는 이름이 낯설기는 하겠지만, 5년 전 EBS 스페이스 공감으로 유명해지고, 2015, 2016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분의 연속 수상자이다. 본업은 어쩐지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초등학교 교사이다. 아이돌 음악과 메이저 기획사의 화려한 노래 사이에서 가늘게 이어 가는 한국 포크 음악계의 흐름을 이어 가고 있는 매우 비중 있는 가수다.

이번 LP는 3년 전 가장 주목 받던 시절에 나온 2집과 올 초에 나온 3집이 LP로 재발매된 것이다. 앞서 말한 긴 서설처럼 권나무의 노래는 LP라는 매체와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 두 음반 모두 게이트 폴드 구성에 12인치 판과 7인치 싱글의 더블 앨범 구성이다.

이전의 70-80년대의 포크와는 달리 매우 정제된 녹음과 깨끗한 음색으로 세밀하게 묘사되는 목소리와 기타 음, 그리고 간간이 섞여 들어오는 현악의 협주가 수준 이상의 녹음 상태를 보인다. 단출한 구성이니 만큼, 그만큼 매우 뛰어난 녹음 수준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3집 <새로운 날>의 수록곡이 더욱 다양한 모습이고 안정적으로 녹음되었다. 최근 결혼 이후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처럼 노래 역시 2집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보다 더욱 차분해졌다. 그리고 나름 철학적이고 사회성을 띤 다양한 모습도 보이고, 한 노래를 여러 번 겹쳐 부르며 아카펠라 같은 효과를 만들기도 했다. 미미한 차이로 녹음 상태 역시 뛰어나다. 쓰다 보니 3집에 대한 좋은 말만 한 것 같지만, 그만큼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적이고, 발전적인 메시지로 해석해 주시기 바란다. 만약 반대로 나중에 나온 3집이 2집만 못하다면 그것이 얼마나 절망적인 평인지 상상해 보라.

몇몇 곡,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지만 소개하지는 않기로 한다. 각자의 취향과 감성을 무시한 채 선입견을 주기 때문에, 그리고 수록된 곡 중 각자의 인생과 추억 속에 베스트 곡이 달라질 것 같다. 이번 LP는 500장 한정으로 발매되고 있다 하고, 가격 역시 더블 앨범으로는 합리적이다. 권나무의 팬 분들뿐 아니라, 과거 포크송을 좋아하시던 50-60대 아날로그 팬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마 당시보다 훨씬 좋은 음질로 당시 같은 수준 높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 조금은 지금보다 순수한 시절, 그때의 스타일로 새로운 감성이 녹아들어 있는 수작이다.

57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0년 01월호 - 5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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