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vian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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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vian Stella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9.12.12 16:03
  • 2019년 12월호 (56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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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 오디오의 자존심이 활짝 만개하다!

요즘에야 동유럽산 오디오가 흔해졌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정말 보기 힘들었다. 아마도 KR 엔터프라이즈나 쿠즈마 정도? 그런 와중에 1990년대 말에 등장한 자비안(Xavian)은 향후 동구권 오디오 산업의 기폭제가 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정확하게는 1996년에 창업한 바, 현재까지 약 17,000세트 정도가 판매되었다. 매년 7-800 세트가 팔렸다는 이야기인데, 완전 수공업으로 제작하는 방침에 비춰볼 때, 상당한 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제3국에 OEM을 줘서 거창한 홈시어터 세트를 만들지 않고, 오로지 2채널 하이파이만 고수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자비안이라는 이름은 옛날 그리스 신화에서 따왔다. 음악의 요정들이 쉬는 공간 내지는 영감의 원천으로 번역되는 단어다. 어감도 좋고, 내용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 당시부터 프라하 부근에 터를 잡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창업자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로베르토 바를레타가 그 주인공으로, 한편으로는 오디오바를레타라는 드라이버도 생산하고 있다. 당연히 자비안의 제품에는 이 드라이버가 장착된다.

원래 그는 토리노 출신이지만, 그의 가족은 이탈리아 남부, 그중에서도 핵심 지역인 마그나 그레치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아르키메데스, 피타고라스 등이 살았으며, 최근 인물로는 엔리코 카루소가 꼽힌다. 워낙 지역색이 강한 이탈리아인지라, 바를레타 자신이 갖고 있는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프라이드가 제품에 반영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약 사반세기에 가까운 연혁을 갖고 있는 메이커지만, 현재 생산되는 제품의 종수는 그리 많지 않다. 총 다섯 개의 시리즈가 런칭되어 있는 바, 맨 위로 돌체 무지카부터 맨 아래 에피카에 이르기까지, 모두 알찬 내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중 나투라는 정확히 중간에 있으며, 이번에 만난 스텔라는 이 시리즈의 최상급 모델이다. 나투라는 영어로 네이처와 같다. 즉, 만듦새나 내용에 있어서 매우 자연스럽고, 억지가 없는 부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솔리드 오크를 완전 수공업으로 가공한 인클로저는, 통상의 MDF 조립품과 차원을 달리한다. 쓰면 쓸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사운드 역시 내공이 깊어서, 처음부터 짱하고 눈길을 끌지는 않지만, 쓰다 보면 점점 정이 가는 스타일이다. 정말로 장인의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진 예술품에 가까운 포름이다.

본 기의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다. 전형적인 톨보이 스타일로, 전면에 드라이버 세 개가 부착되어 있다. 따로 덕트가 보이지 않아 밀폐형인가 싶었는데, 맨 아래쪽 드라이버가 일종의 패시브 라디에이터 역할을 한다. 즉, 그 위의 드라이버 두 개가 2웨이 구성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오디오바를레타 드라이버다. 트위터는 2.6cm(보이스 코일) 구경의 소프트 돔이고, 미드·베이스는 18cm 구경의 폴리프로필렌 타입이다. 이런 구성일 경우, 일종의 베이스 리플렉스 형태가 되는데, 앞으로 방사되는 스타일이어서 설치 시에 별다른 장애가 없다. 이 부분은 비좁은 주거환경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또 사이즈 대비, 광대역을 구축한 점도 흥미롭다. 놀랍게도 39Hz-20kHz 사이를 커버하는데, 문제는 이런 저역을 어떻게 컨트롤하냐는 것이다. 본 기는 하단에 모래를 집어넣어 처리하고 있다. 즉, 캐비닛의 진동을 잡고, 드라이버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단단하고 야무진 저역을 이끌어내고 있다. 상당히 현명한 전략이라고 보인다. 따라서 무게는 25kg이 나가는데, 이 사이즈의 톨보이치고는 꽤 무거운 편이다.

한편 내부의 댐핑을 위해 여러 겹의 보완재를 더한 점이나, 문도르프와 젠센과 같은 고급 소재를 동원해서 만든 크로스오버, 자사제 특주 스피커 터미널 등 어느 한 구석도 대충 지나치지 않았으며, 다섯 개의 피니시 옵션은 선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본 기에는 노르마 오디오의 레보 DS-1 CDP에다가 레보 SC-2 LN 프리앰프, 레보 PA-150 파워 앰프를 붙였다. 노르마 오디오의 고급스러운 음색이 잘 살아나는 매칭이라 하겠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 정말 화사하고 곱다. 아지랑이가 꿈틀거리는 봄날과 같다. 실키하면서 아름다운 고역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의외로 저역도 단단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살아있다.

이어서 존 콜트레인의 ‘Say It’. 남성미 물씬 풍기는 발라드 넘버. 진한 위스키 스트레이트에 담배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그림이 떠오른다. 그러나 여기서는 너무 무겁지 않다. 또 질감이 좋고, 세련미가 넘쳐서 기존의 개념과는 다른 음으로 연출한다. 기본적으로 럭셔리하다. 이 부분은 자비안만의 특징이라 하겠는데, 여하튼 새롭고 신기하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The Look of Love’. 확실히 여성 보컬에서는 제맛이 우러나온다. 경쾌한 보사노바 리듬에 실린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 그 위로 차분하면서 단아한 크롤이 출현한다. 정말 달콤하고 아름답다. 관능미마저 느낄 수 있는 재생이다. 기본적으로 거칠거나 투박한 음을 싫어하면서 뭔가 세련되고 탐미적인 음을 추구하는 분들이라면 솔깃할 재생음이라 하겠다.


가격 459만원
구성 2웨이
사용유닛 우퍼 18cm AudioBarletta, 트위터 2.6cm(보이스 코일) AudioBarletta, 패시브 라디에이터
재생주파수대역 39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700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권장 앰프 출력 30-150W
크기(WHD) 23×99×27.6cm
무게 2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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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12월호 - 5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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