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ll K-30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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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ll K-300i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9.10.10 10:27
  • 2019년 10월호 (56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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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의 명가, 크렐의 화려한 귀환

아마 하이파이를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크렐을 카오디오 업체로 혼동할 수도 있겠다. 최근에 기아 자동차와 협력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데, 그 때문에 이런 혼란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카오디오에 관심 있어서 여러 번 시청했는데, 확실히 크렐의 혈통을 느낄 수 있었다. 정교한 스테레오 이미지에 풍부한 정보량,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베이스까지. 말 그대로 피가 통하는 음이 나왔다. 전문적인 인스톨러를 동원해서 제대로 카오디오 장착하지 않고는 차 안에서 제대로 된 음을 듣기 힘들다. 그런데 크렐은 보기 좋게 그런 선입견을 날린 것이다. K-300i라는 형번이 붙은 본 기 역시 마찬가지.

사실 이 대목에서 나는 뭔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K-300i?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사반세기 전에 크렐이 처음 만들었던 인티앰프의 모델명이 아닌가? 그 이후 여러 제품이 나와 현재 중고마켓에서도 큰 인기가 있는데, 왜 다른 이름을 쓰지 않고, 이 모델명을 또 썼단 말인가? 처음 K-300i를 만들 때의 자세로 임했다는 뜻인가?

본 기는 완전한 자사 생산으로, ‘Made in USA’다. 또 단순히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내용에 있어서 본격적인 분리형 못지않다. 솔직히 이렇게 잘 만들면 어떻게 분리형을 팔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출력? 150W라고 되어 있는데 청감상으로는 훨씬 높다. 실제로는 200W 이상으로 다가온다. 또 상급기의 미덕이 풍부하게 반영되어 있어서 하나의 완전체로 다가온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인티앰프이면서,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 DAC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콤팩트하게 시스템을 줄이면서 하이 퀄러티를 유지하고 싶다면, 본 기는 첫 번째 선택이 될 것이다 그 정도로 그레이드가 높다.

DAC의 경우 ESS 사브레 프로 DAC를 사용, FLAC, WAV, AAC 등의 파일을 커버하며, NAS나 뮤직 서버를 통한 24비트/192kHz 사양의 파일도 재생한다. 쉽게 말해 본 기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통해 어마어마한 음악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것이다. HDMI 2.0 입·출력단도 흥미롭다. 이를 통해 4K 영상도 즐길 수 있다. 본 기에 TV를 연결한 후 HDMI를 사용하면 TV로 영상을 즐기고, 음악은 본 기로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영상과 음성은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영상의 퀄러티가 올라가면, 음성도 올려야한다. 굳이 멀티채널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본 기를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4K 소프트를 즐겨볼 만하다.

한편 앰프 쪽으로 말하면 기본적으로 클래스A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풀 클래스A 방식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느 선까지는 분명히 이것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 방식에서 문제가 되는 발열 부분을 적극적으로 컨트롤하는 아이바이어스(iBias)가 투입되어 있어서 장시간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또 전원부에도 아낌없이 투자를 해서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고 있다. 실제로 771 VA급 트랜스가 투입되고 있는데, 본 기의 왼쪽 부분을 거의 다 채울 정도로 크고, 또 무겁다. 투자가 필요한 곳은 확실히 짚고 넘어간 것이다.

본 기의 외관을 보면 이전에 만들었던 제품들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심플하면서 더 세련되어졌다. 그러나 디자인만 바뀐 것은 아니다. 시험 삼아 한 번 들어보자. 와우, 절대 만만치 않다. 무려 23.6kg이 넘는다. 박스에 담아서 운반한다고 하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다. 본 기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이 무게가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시청에는 스피커로 포칼의 코라 826을 사용했고, 소스기 노르마의 레보 DS-1을 동원했다. 첫 곡은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2악장. 60년대 아날로그 전성기 녹음다운 풍윤하면서 질박한 음이 나온다. 그러나 결코 거칠지 않다. 적절한 히스 음을 동반하면서, 날렵하고, 정교한 기교가 귀를 즐겁게 한다. 배후의 은은한 피아노의 존재는 더욱 감상에 몰두하게 한다.

이어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 초반에 오른쪽 채널을 장식하는 장대하고 깊은 더블 베이스의 음향. 정말 밑으로 제대로 떨어진다. 이후 본격 연주에 들어가면,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을 타고, 사뿐사뿐 드럼이 받쳐주며, 그 위로 피아노가 발랄하게 뛰어다닌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절정으로 치달을 때의 열기도 압권이다. 피가 통하는 음이다. 개인적으로 크렐을 좋아하는 것이 바로 이런 면모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일단 말러다운 스케일과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확실하게 스피커를 움켜쥐고, 소스에 담긴 정보량을 아낌없이 분출한다. 초반에 여기저기에서 기지개를 켜다가 본격적으로 합주가 이뤄지고 이어서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 일목요연하고, 빈틈이 없다. 그러면서 뜨겁다. 시시하게 잽만 날리지 않고, 제대로 묵직한 펀치가 나온다. 역시 명가의 혈통은 다르구나, 새삼 탄복했다.


수입원 ODE (02)512-4091 
가격 880만원
실효 출력 150W(8Ω), 300W(4Ω)
디지털 입력 Optical×1, Coaxial×1, USB B×1, USB A×1
HDMI 입·출력 2/1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프리앰프 출력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0, -0.22dB)
입력 임피던스 16㏀(XLR), 8㏀(RCA)
THD 0.015% 이하(1kHz)
댐핑 팩터 347 이상
블루투스 지원(apt-X)
네트워크 지원
크기(WHD) 43.8×10.5×45.7cm
무게 23.6kg

56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10월호 - 5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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