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ustic Energy AE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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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ustic Energy AE120
  • 김남
  • 승인 2019.10.08 17:25
  • 2019년 10월호 (56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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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림한 스피커가 장대한 무대감을 선사는 쾌감

영국의 어쿠스틱 에너지는 1987년에 설립된 비교적 근래의 스피커 메이커인데, 초창기 소형기 몇 기종으로 삽시간에 유명해졌다. AE1, AE2라는 소형기가 그 핵심 주인공이다. 그중 AE2는 아주 작은 미드·우퍼 2발과 트위터가 일직선상이 아니라 옆으로 삐뚤어져 배치된 독특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으며, 그 작은 스피커는 무척 무거웠는데,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음량이 우선 압도적이었고 그 낭랑함으로 세계의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전문지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고 수많은 상을 받았다. 가히 일세를 풍미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는데, 그 뒤를 이어 여러 기종의 제품이 나왔지만 초기의 그 소형기의 인상이 워낙 강했던 탓으로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건실하고 우량한 제품이 꾸준히 제작되었음은 당연하다.

시청기는 또 한 번 이 제작사의 건재를 알리는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 100 시리즈 중 가장 대형기에 속한다. 그래 봤자 대형기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톨보이 사이즈이며, 톨보이로서는 상당히 귀엽고 세련되어 보인다. 마치 왕년의 AE2를 연상시키는 품위 만점의 형태를 가졌다. 25mm 소프트 돔 트위터와 앙증맞은 사이즈의 110mm 페이퍼 콘 미드레인지, 우퍼 3기가 장착되어 있는 3웨이 시스템이며 미드레인지 1기와 트윈 베이스 드라이버 구성이다.

투입된 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트위터가 신설계되어 기술적인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고, 크로스오버 역시 새롭게 설계되어 작은 인클로저에서 발생하기 쉬운 공명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미드레인지와 우퍼의 콘이 페이퍼 콘으로 발표되어 있지만 순수한 페이퍼는 아니고 거기에 약간의 합성수지 재질이 합성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내구성을 위해서일 것이다. 인클로저의 두께는 18mm이며 견고한 자사 특주의 MDF를 사용한다.

톨보이 제품일지라도 고가의 제품이 많은데, 시청기는 예상을 깬다. 날렵하고 아름다우며 게다가 배플을 꽉 메우고 있는 유닛이 주는 듬직한 무게감 등으로 상당한 고가를 예상했는데 놀랐다. 유닛이 많아야만 좋은 스피커는 아니지만, 이런 보급기의 가격대에서 이만큼 풍성하고 세련된 만듦새이면서도 멋진 제품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 현재 세계의 스피커들은 과거처럼 3웨이 대형 시스템은 점차 줄어들고 사이즈를 다소 축소한 톨보이 스타일이 대세인 것 같다. 이론을 내세웠던 시절이 가고 실용성을 중시한 시절이 되었기 때문이다. 2웨이의 소형기도 우퍼가 무조건 8인치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그 아래 사이즈이다.

AE120은 임피던스 6Ω에 감도가 90dB이며 울리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과연 이런 사이즈에서 당당한 저역이 나오고 음장감은 괜찮을까? 보기만 해서는 그런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기우이다. 시청기는 저역이 40Hz이고 고역은 35kHz까지 뻗는다. 슈퍼 트위터의 영역까지 커버하고 있으며 이는 트위터를 신설계한 결과일 것이다.

대형 스피커는 거대한 우퍼를 채용, 20Hz 대역까지 저역을 내 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 과연 20Hz의 저역 소리라는 것을 들어 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그 대역을 들려주는 악기란 없고 일부 있다 쳐도 소리 대신 풍압으로 울릴 뿐이다. 그런데도 굳이 그걸 내세우며 수치를 밝히려 드는 것이 스피커 엔지니어들의 속성이지만, 현실적으로 50Hz 이하의 소리는 듣기 어려운 수치이며 들어야 할 가치도 사실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수치만을 읽으며 이건 저역이 부족하다고 단정하는 사용자가 있고 보면 그런 과민한 사람들을 위해 스피커 과학은 그야말로 쓸모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시청기는 작은 우퍼임에도 40Hz 수준까지 재생할 수 있다고 수치를 밝히고 있는데, 이 정도라면 99% 이상의 저역은 모두 표현이 된다. 조금도 부족한 수치가 아닌 것이다.

시청기의 매칭은 NAD C388 인티앰프로 150W 출력이다. 이 매칭의 사운드는 깨끗하고 활기가 충만하다는 것이 으뜸. 그리고 그 사운드는 어느 한 쪽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어서 편안한 감촉을 준다. 또한 미드레인지와 함께 트윈 베이스 드라이버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음장감이 넓고 손쉽게 가동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미묘한 감정 묘사 대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음을 감싸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보통 정도의 룸에서 장대한 무대감을 맛볼 수 있는 제품이다.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158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40Hz-3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4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90dB
파워 핸들링 200W
크기(WHD) 20×90×30cm
무게 1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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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10월호 - 5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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