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A3은 300B보다 화려함이 덜하지만 단정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어두운 저역이 일품이고, 특히 현악기 연주에서는 적절한 통 울림과 함께 현의 질감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평이 그렇다. 고뇌할 줄 아는 음색이며, 음장감도 더 넓다
시청기는 3극 출력관의 명관인 2A3을 채용한 파워 앰프로, 흔치 않은 앰프를 듣게 되어 기쁘다. 세계적으로도 2A3 출력관을 사용한 앰프로는 아직 명기라 할 만한 제품이 없는 터인데, 제작사는 그런 것에 도전해서 이미 전작인 푼타 뮤지카 파워 앰프를 제작해 냈고, 그 뒤로 꾸준히 개량을 거듭해 이제 신 버전의 최종 완성품이 등장했다.
청주에서 맹활약을 보이고 있는 진공관 앰프의 장인 서병익 씨가 내놓은 작품이다. 서병익 앰프의 특징은 왕년의 빈티지가 가진 장점을 계승하고, 거기에 현대 기술을 접목하는 데 있다. 그래서 잘 알려진 유명 출력관을 사용해 다채로운 기종들이 만들어졌다.
아마 서병익 장인은 2A3에 상당한 애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진공관을 사용하며 각기 출력 방식을 달리한 제품이 3기종이나 되기 때문이다. 싱글로 8W의 새티늄, 그리고 3.5W의 유피테르 SE가 있고, 본 시청기는 디퍼런셜 구동 방식으로 10W 출력을 내고 있다. 이 진공관으로 3기종의 제품을 가진 제작사는 유례가 없다 하겠으며, 2A3 전문 제작사라고도 해도 되겠다. 물론 300B를 비롯해 5극관 제품도 다채롭게 포진하고 있다.
오디오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어느 시기가 되면 진공관 앰프는 피할 수 없는 통과 의례이거나 아니면 종착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5극관으로 시작, 3극관으로 끝이 난다. 과거에는 기술력이 좀 떨어져서 5극관 앰프 만듦새가 좋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3극관인지 5극관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물론 음색 고유의 영역은 분명히 존재하고, 프로가 되면 그 차이를 금방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100W 가까운 호쾌한 출력으로 사용하기 까다로운 현대 스피커를 자유롭게 구동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5극관의 영역이다. 그리고 심미적이고 탐미적인 부분은 3극관이 분명히 조금 우세하다. 아주 조금이더라도 말이다. 3극관의 덩치가 크고 불빛도 아름다워서(전부는 아니지만) 심리적인 안정감이 전제되어 더 인기가 높은지도 모르겠다.
3극 출력관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단연코 300B로, 어머니의 손으로 등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는 일본 작가의 표현으로도 유명해졌다. 하지만 3극관 중에는 불빛이 이글거리는 고전압관의 대명사인 211, 845도 있고, 크론질라의 대형관도 있다. 그 틈새에 있는 것이 2A3으로 모양도 아름답고 크기도 적절하면서 음감이 뛰어나 일찍부터 명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2A3 출력관은 300B보다 출력이 작으면서 중·저역이 약간 어둡고 무거우면서 마치 아이들러 턴테이블이 내주는 맛도 있어서 재즈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가장 큰 소리의 차이는 소리의 밝음과 어두움인데, 미미한 차이지만 300B가 밝은 쪽이고, 2A3이 고역은 더 가늘고 높으며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쪽이다. 2A3은 300B보다 화려함이 덜하지만 단정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어두운 저역이 일품이고, 특히 현악기 연주에서는 적절한 통 울림과 함께 현의 질감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평이 그렇다. 고뇌할 줄 아는 음색이며, 음장감도 더 넓다. 그러나 출력이 3.5W 전후에 불과해 감도 낮은 현대 스피커가 쏟아져 나오면서 앰프 시장에서 보기가 힘들었는데, 근래 들어 국내·외에서 조금씩 제품이 나오기 시작, 애호가들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2A3은 A급으로는 보통 3.5W 정도 출력이지만 본 시청기처럼 채널당 2알씩 디퍼런셜 방식으로 구동하면 클리핑이 일어나지 않는 실효 출력이 10W에 이르고 최대 출력은 18W까지 올라간다. 참고로 반도체 앰프는 정상 출력을 넘어가면 소리가 찌그러지지만 진공관 앰프는 그 찌그러짐이 별로 거칠지 않다. 그냥 스무드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며, 이는 디지털 앰프와 아날로그 앰프의 기본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구동력은 아주 저감도(87dB 이하) 스피커가 아니라면 괜찮다. 또한 시청기의 장점은 스피커 장악력으로, 청감상 출력은 기대치를 훨씬 넘는다. 또한 무귀환으로 구성되어 2A3 고유의 고조파가 감쇄되지 않아 하늘거리는 특유의 배음이 공간에 들어차는 것이 인상적. ‘유려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지는 중·고음에 제동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저역, 이것이 본 시청기의 특징’이라는 것이 제작자의 변.
시청기를 이번 호 시청기인 오데온의 토스카 S/2 스피커와 매칭하고, 프리앰프는 에어 타이트, CD 플레이어는 마란츠의 고급형 SACD 플레이어인 SA-10을 사용했다. 오데온은 목재 혼 스타일로 유명하고, 그 소리는 이미 국제적인 검증이 끝났다. 앰프 매칭도 쉬운 기종이지만, 이 앰프와의 매칭에서 깨끗하고 쭉 뻗으면서도 음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넘친다. ‘봄이 왔다!’ 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첫 소절을 비롯해, 쾌감이 넘치면서도 깊고 진한 현을 만날 수 있었으며, 그리고 확실한 저역 울림이 우아하고 탄력이 넘친다. 오랜만에 듣는 2A3의 음색은 실로 매력적이다.
제조원 서병익오디오 (043)264-0452 가격 460만원 사용 진공관 2A3×4, ECC99×2, ECC802S/12AU7×1, 5U4GB×2
실효 출력 10W, 18W(최대) 이득 20배 주파수 특성 5Hz-47.15kHz(-3dB)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5×21×33c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