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eze iSINE20
상태바
Audeze iSINE2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03.02 00:00
  • 2017년 3월호 (536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어폰의 극한을 추구하며 오디지 iSINE20

어느 흑인 교회에 와서 예배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절로 발장단이 나오고,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다소 난폭하고 공격적인 기타 솔로조차 우아하게 들린다. 역시 오디지의 제품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들뜨게 한다.

개인적으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귀가 예민한 탓도 있지만, 귀 자체에 뭔가를 닿게 한다는 것 자체가 싫다. 또 혼잡한 교통 환경에서 귀에 뭘 끼고 듣는다는 것도 남사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이쪽 분야는 개인적으로 별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몇 년전, CES 취재를 가기 위해 L.A.에서 베가스까지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갈 일이 있었다. 당초 다른 교통편을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편도 60불에 왕복 63불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혹해서 그대로 끊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그레이하운드라는 버스는 가는 내내 정류소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무려 6시간이 넘도록 구석구석 안 들리는 곳이 없다.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당시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시험 삼아 몇 개의 앨범을 담아놓고 있었다. 마침 이어폰도 있어서 슬쩍 끼고 눈을 감았는데,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특히, 라이 쿠더의 앨범 몇 장은, 이상 기후로 군데군데 눈이 쌓인 삭막한 네바다 사막의 풍경을 정말로 멋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중간에 맥도널드에서 산 빅맥 세트가 왜 이리 맛있는지? 덕분에 틈만 나면 이어폰이건, 헤드폰이건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이어폰 3개, 헤드폰 5개를 소장하고 있다. 그래도 갈망이 멈추지 않고 있는데, 지금 고백하자면 늘 마음은 가지만 손이 가지 않는 브랜드가 오디지(Audeze)다. 만듦새도 고급스럽고, 음질 또한 만족스럽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iSINE20이란 모델을 만나게 되었으니, 한동안 열병에 시달릴 전망이다.

우선 외관부터 남다르다. 그냥 귀에 부착하기엔 좀 큼지막하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이어폰으로는 드물게 상당한 크기의 진동판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평판형 스피커로 예를 들면, 진동판의 면적이 넓을수록 대역폭과 해상도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착안한 것이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매우 투명하고, 리스폰스가 빠르면서도, 대역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맨날 귀에 꽂는 이어폰만 듣다가 이런 제품을 들으니 세상이 달라져 보일 정도다. 단, 사이즈가 큰 만큼, 귀에 적절히 부착하기 위한 보조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이어폰과 귀 사이의 접속을 더 단단히 하려면 어쩔 수 없다. 또 쓰다 보면 점차 익숙해질 수 있다.

본 기가 오로지 타사보다 진동판이 크다는 것만 갖고 특화될 수는 없는 노릇. 이를테면 보이스 코일에도 만전을 기해, 유니포스(Uniforce)라는 독자적인 기술이 투입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자기력을 두 배까지 증가시키는 플럭서(Fluxor) 기술 또한 사용되었다. 즉, 진동판과 모터 시스템, 그리고 인클로저(어딘지 모르게 스피커를 설명하는 듯하다) 등에서 확실히 경쟁자를 압도하는 테크놀로지가 가득한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볼륨을 높여도 왜곡률(THD)이 극히 낮아, 겨우 0.1% 정도이다. 귀에 바로 대고 듣는 터라, 거의 디스토션이 없는 음을 듣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편 아이폰 사용자에게 빅 뉴스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케이블 속에 여러 기능을 함축해서 넣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사이퍼(Cipher) 케이블이라 부르는데, 이 안에 고품질의 인라인 앰프, D/A 컨버터, DSP 등을 내장하고 있다. 여기에 iOS 어플리케이션을 지원하여 24비트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출력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사용자들은, 10개 밴드의 EQ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내게 무척 부러운 대목이다. 이참에 아이폰으로 갈아타란 말인가?

첫 곡은 퍼스 앤 부츠의 ‘Leaving London’. 노라 존스를 위시한 3명의 여성이 모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단출한 악기 편성이지만, 세 명의 보컬 하모니가 정말 멋들어진 곡이다. 본 기로 들으면, 뒤통수를 중심으로 세 명의 여성이 정확하게 위치한 모습이 포착이 되고, 신선하면서 해상도가 높은 음을 만끽하게 된다. 중간에 노라가 연주하는 기타 솔로도 무척 매력적이다.
이어서 로보의 ‘I'd Love You to Want Me’. 일단 기타를 스트로크하는 느낌이 확확 다가온다. 또 다소 고혹적이라고 할까, 촉촉한 보컬이 기분 좋게 장악해온다. 잔향과 부대음이 풍부해서 마치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링한다고나 할까? 베이스 기타와 드럼의 모습도 온건해서, 저역에 관한 한 큰 부족함을 못 느꼈다. 사실 헤드폰은 톨보이, 이어폰은 북셀프다. 잘 만든 북셀프의 음을 만끽하면 이어폰은 대성공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이크 블룸필드의 ‘Hully Gully’. 가스펠풍의 작품으로, 중간에 나오는 코러스가 무척 신명난다. 어느 흑인 교회에 와서 예배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절로 발장단이 나오고,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다소 난폭하고 공격적인 기타 솔로조차 우아하게 들린다. 역시 오디지의 제품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들뜨게 한다.

 

수입원 ㈜소리샵 (02)3272-8584   가격 89만8천원   트랜스듀서 타입 플래너 마그네틱, 세미 오픈형
임피던스 24Ω   주파수 응답 10Hz-50kHz   무게 20g

536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7년 3월호 - 536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