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Eunsie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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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Eunsie Hong,
  • 장현태
  • 승인 2019.04.01 00:00
  • 2019년 4월호 (56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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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홍은지가 소니 뮤직을 통해 정식 메이저 데뷔 음반을 발표했다. 대학 시절 이미 같은 타이틀로 음반을 낸 바 있지만 이번엔 메이저 음반사를 통한 정식 데뷔여서 그 의미와 무게가 남다를 것이다. 그래서인지 초심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앨범 타이틀을 짓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이번 앨범에 ‘그리운 그 이름’, ‘친애하는 후작님’, ‘나는 알아요’ 등 대중적으로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 11곡을 담았다. 이미 많이 알려진 유명한 곡들인데다 연주자 스스로 ‘나만의 색깔과 목소리로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불렀다ʼ고 밝힌 만큼 선곡의 참신함보다는 소프라노 홍은지만의 해석이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 홍은지는 첫 곡인 ‘그리운 그 이름’에서 사랑에 눈 뜨는 동시에 그 사랑으로 인한 비극을 예언하듯 가련한 질다를 아프게 노래한다. 벨리니의 ‘내 기쁜 마음처럼 화창한 날’에서는 엘비노와의 오해를 풀고 사랑을 재확인한 아미나의 기쁜 마음을 밝고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애인이었던 마르첼로를 의식해 자신의 미모를 과시하며 부르는 푸치니의 ‘나 혼자 걸으면’(무제타의 왈츠)은 짧지만 첫 소절만 들어도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무제타를 절묘하게 대변하고 있다. 앨범 전반에 걸쳐 홍은지는 전성기 가수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맑은 음색과 에너지 넘치는 음량을 유감없이 펼치고 있다. 그런 그녀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을 꼽으라면 단연 소프라노 아리아 중 가장 아름답고 고난이도의 기교를 자랑하는 곡 중 하나인 베르디의 ‘아, 그이였던가’일 것이다. 이 곡에서 그녀는 비천한 신분의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의 사랑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애타는 심정을 기교뿐 아니라 풍부한 감정을 담아 절창하고 있다. 앨범의 마지막 곡을 나지막한 침묵의 노래로 마무리한 것도 인상적이고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스스로를 리리코 레쩨로(Lirico Leggero)라 규정하고, 특별한 범위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다양한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프라노 홍은지의 앞날이 곧고 넓게 펼쳐지기를 바란다. 글 | 이익상

<The First Eunsie Hong>
홍은지(소프라노)
크리스틴 오컬룬트(피아노)
S80432C/80358118432
녹음 ★★★★★
연주 ★★★★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현재의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레퍼토리로 꽉꽉 눌러 담아 그의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바흐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BWV 903,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 333, 그리고 슈베르트의 세 개의 피아노 모음곡 D. 946 등 지금까지 그의 음악 인생에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되는 곡들을 선곡했는데, 앨범 전반에 걸쳐 특유의 냉철함을 기본으로 한 절제미가 엿보인다. 바흐에서는 자유와 상상력을 전제한 환상곡과 엄격한 형식을 빈틈없이 진행해야 하는 푸가의 대비가 절묘하다. 특히 부드럽지만 묵직한 터치로 곡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점진적으로 힘 있게 보여 준 푸가는 차라리 숭고하다. 모차르트 소나타는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는 첫 4음의 뉘앙스를 잘 살리기 위해 스승인 비르살라제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시작되면서 자칫 가볍게 흘려 버릴 수 있는 첫 마디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세심하게 공들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아련하게 부서지는 듯 서정적인 안단테 칸타빌레도 아름답고, 3악장에선 모차르트 특유의 우아함을 곁들인 경쾌함이 듣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슈베르트 D. 946은 1악장부터 질주한다. 중간중간 느긋한 여유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곡의 빠르기와 악상 때문에 큰 산을 넘는 느낌이다. 노래하듯 아름다운 멜로디로 시작하는 2악장은 다양하게 모습을 바꿔 가며 때론 격정을 토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침잠한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수개월 전에 작곡한 이 곡을 김태형은 ‘지금의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옷 같다. 그래서 지금 꼭 녹음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밝힐 만큼 애정을 담아 연주하고 있다. 아울러 음악이 갖는 위대하고 경이로운 위로의 힘을 믿고 있는 김태형은 자신의 연주를 통해서 많은 이들이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 음반을 접하는 누구라도 즉시적이고 명백하게 그 바람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글 | 이익상

 

<The Portrait>
김태형(피아노)
S80427C/80358118427
녹음 ★★★★★
연주 ★★★★★

56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4월호 -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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