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2번>, 윤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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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2번>, 윤홍천
  • 이익상
  • 승인 2019.03.01 00:00
  • 2019년 3월호 (56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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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5월 18일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지휘자 박영민이 이끄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의 제236회 정기 연주회가 열렸다. 레퍼토리는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ʼ로 부천시립예술단 창립 3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공연이었다. 이날의 연주가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소프라노 서선영, 알토 이아경, 합창에는 부천 시립 합창단과 수원 시립 합창단, 그리고 고양 시립 합창단이 함께했다. 이날 현장에서 연주를 듣고 보았던 관객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그날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음반 발매가 무척이나 반갑다. 부천필과 말러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천필은 그해부터 2003년까지 국내에서는 최초로 말러의 10개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올리는 ‘말러 사이클ʼ을 성공적으로 완성해 클래식 음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말러 열풍의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부천필의 말러 연주는 여타 오케스트라의 일반적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상회한다. 교향곡 2번의 가장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인 1악장 도입부의 현악 총주는 서두르거나 처지는 느낌 없이 산뜻하게 출발하면서 전체적인 곡의 빠르기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안단테 모데라토의 빠르기로 시종일관 우아하고 서정적으로 진행되는 2악장에 이어 일상의 어수선함이 펼쳐지는 스케르초 악장에서는 특히 목관 파트의 기민함과 금관의 유려함이 3악장 전반의 앙상블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4악장은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근원의 빛’에서 따온 것으로, 말러 자신이 붙인 부제 그대로 신성에 대한 원초적 갈망과 구원에 대한 기대를 엄숙하게 노래하고 있다. 다만, 알토의 음이 전반적으로 플랫된 것으로 들리는데, 짧지만 무거운 주제의 악장인 만큼 분위기도 처지는 듯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혼돈과 공포, 심판과 부활, 그리고 영생을 노래하는 5악장의 합창과 오케스트라 총주는 들을 때마다 전율하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마지막 합창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를 노래하는 부분은 5000개가 넘는 파이프로 이루어진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까지 가세, 그 폭발적 장엄함으로 인해 누구라도 절대자에 대한 숭고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 | 이익상

 

말러 <교향곡 2번>
서선영(소프라노)
이아경(알토)
박영민(지휘)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조익현(지휘)
부천 시립 합창단
수원 시립 합창단
고양 시립 합창단
S80419C/80358118419
녹음 ★★★★★
연주 ★★★★★

2012년부터 5년에 걸쳐 모차르트에 천착했던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이번에는 약간 독특한 콘셉트의 독주 앨범을 발표했다. 음반에 실린 작곡가를 보면 슈만으로 시작해 슈베르트, 리스트, 클라라 슈만을 지나 마지막으로 쳄린스키가 포함되어 있다. 모차르트 이후 슈베르트와 슈만의 음악에 관심이 생겼고, 아예 그 두 사람의 주변 인물들도 함께 묶어 보고 싶었다는 것이 윤홍천 스스로가 밝힌 이번 앨범의 구성 의도다. 정성을 들인 선곡도 재미있다. 먼저 슈만의 유모레스크를 들어 보자. 전반적으로 서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전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면 그만의 고뇌와 격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슈베르트의 감성적 왈츠 13곡(전체 34곡 중 13곡을 선별해서 들려준다)은 제목 그대로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감성 여행의 중심이라 할 만하다. 슈베르트의 또 다른 춤곡 ‘Trauerwalzer’를 듣고 나면 다시 슈베르트가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리스트가 편곡한 두 개의 가곡이다. 그중 하나인 ‘Auf dem Wasser zu singen’은 그야말로 호수 한가운데서 잔잔히 뱃전을 때리며 부서지는 물결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파장은 작지 않아서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윤홍천은 리스트가 편곡한 클라라 슈만의 곡도 앨범에 담았는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그녀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곡들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와 역시 슈베르트의 춤곡을 리스트가 편곡한 ‘비엔나의 야회(Soirees de Vienne)’를 벗어나면 후기 낭만주의의 끝자락에서 쳄린스키의 ‘Albumblatt’을 만나게 된다. 쳄린스키가 일찍이 브람스의 주목을 받았던 탓인지 곡 중간에 브람스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음반은 윤홍천 특유의 섬세하고 명징한 터치를 통해 전해지는 편안함과 큰 울림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음반이다. 아울러 다가오는 6월, 이번 음반과 거의 동일한 레퍼토리로 진행되는 리사이틀도 무척 기대된다. 글 | 이익상

윤홍천<Schumann·Schubert·Liszt>
윤홍천(피아노)
S80416C/19075860902
녹음 ★★★★★
연주 ★★★★★

56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3월호 - 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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