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Music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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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상
  • 승인 2018.11.01 00:00
  • 2018년 11월호 (55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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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연주 실력과 작곡 능력을 모두 겸비한 바이올리니스트


 

21세기 파가니니! 뛰어난 연주 실력과 작곡 능력으로 세계 음악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로만 킴을 수식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이번에 소니에서 발매된 로만 킴의 새로운 음반 타이틀은 <Kimpossible>. 세상에 하지 못할 연주, 표현할 수 없는 테크닉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자흐스탄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4세 로만 킴은 5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서 불과 2년만인 7살에 모스크바 콩쿠르에서 우승한다. 이를 계기로 모스크바 중앙 음악 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음악 교육을 받게 되고 이후 로스트로포비치 재단의 후원을 받으면서 막심 벤게로프, 고토 미도리, 기돈 크레머, 미리암 프리드 등 대가들의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유튜브에 업로드된 그의 연주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부터다. 화제가 된 영상 중 하나는 그가 편곡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G선상의 아리아(Air) 연주 영상인데(이번 앨범의 11번 트랙에 수록), 이 영상에서 그는 화려하고 난이도 높은 왼손 피치카토와 정교한 더블 스톱 기법 등을 총동원해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여러 대의 악기가 연주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편곡 능력과 괴물 같은 연주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 연주 영상이 알려진 이후 독일 출판사 베렌라이터에서 발간한 그의 편곡 악보는 초판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로만 킴은 특히 낭만주의 시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글라주노프,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 브람스, 멘델스존이 여러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레퍼토리의 주요 작품을 연주했다. 특히 파가니니로부터 깊은 인상과 영감을 받아 그의 보잉과 핑거링 테크닉을 연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의 구성이 특이하다. 파가니니의 작품과 자신의 작곡 혹은 편곡 작품을 번갈아 배치함으로써 파가니니가 로만 킴 자신의 영감의 원천임과 동시에 자신이 결국 추구해야 하는 궁극의 목적지임을 천명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첫 곡인 ‘I Palpiti’부터 따스한 음색과 유려한 선율미를 선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화려한 기교의 잔치가 벌어진다. 그의 운지와 보잉은 정확하고 빈틈이 없어서 정신없이 빠른 패시지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처리해 곡의 난이도 따위는 잊고 그저 음악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그가 작곡한 세 곡의 로망스(2, 4, 6번 트랙)는 분명 모던하면서도 슬픈 아름다움을 간직한 애틋한 곡이지만 한편으로는 구석구석 기교적인 측면을 강조한 부분을 배치해 지나치게 감상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 10번 트랙 ‘I Brindisi’를 들어 보자. 이 곡 역시 로만 킴이 직접 편곡했으며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를 다양하게 변주한 곡인데,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음악가 파가니니에게 헌정한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이 유명하게 된 데에는 창의적인 편곡 실력이나 화려한 연주도 한몫했겠지만, 연주 후반부 폭발적인 피치카토 효과를 내기 위해 자신이 연주하던 바이올린의 현을 이로 물어뜯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행위에는 자신이 존경하는 또 다른 음악가인 지미 헨드릭스의 오마주 또는 재해석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이번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곡의 아름다움이나 연주의 테크닉, 창의적인 해석 측면에서 귀담아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 막 청년의 옷을 입은 로만 킴은 이미 니콜로 파가니니, 외젠 이자이와 함께 후대에 언급될 우리 세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여겨지고 있고, 스스로도 끊임없이 바이올린 테크닉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가 관습이나 대중적 기대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대신 자신과 청중들을 위해 낭만적인 레퍼토리의 재발견을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그는 이번 음반 녹음에서 바이올린 제작자인 알렉산더 하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직접 제작한 ‘슈피리어’를 연주했다). 글 | 이익상

 

로만 킴 <Kimpossible>
S80387C/80358118387
녹음 ★★★★★
연주 ★★★★★

556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8년 11월호 - 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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