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p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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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8.01.02 00:00
  • 2018년 1월호 (54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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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미학의 궁극을 추구하다

개인적으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스피커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정확한 재현력을 목표로 해서, 뛰어난 과도 특성과 평탄한 주파수 대응력을 자랑한다. 음향학적으로 설계된 인클로저와 드라이버의 배치는, 첨단 공학으로 만들어진 제품처럼 다가온다. 또 하나는 음악을 재생하는 도구로서,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만든 것이다. 이 경우, 사람의 귀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을 연출할 것인가 고민해서 만든다. 모든 제조 과정은 핸드메이드를 기본으로 하며, 숙련된 장인의 손길이 곳곳에 들어간다. 이번에 소개할 디아파송(Diapason)이란 브랜드가 후자에 속한다.

사실 디아파송을 주재하는 알레산드로 스키에이비 씨로 말하면, 일찍이 오르간과 피아노를 연주했고, 레코딩 엔지니어로 한동안 일한 바 있다. 얼마나 귀에 대한 훈련을 철저하게 쌓았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그러므로 디아파송은 3개의 카테고리, 그러니까 예술, 음악, 그리고 미(Beauty)의 영역에서 스피커가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하다고 본다. 단순한 대량 생산의 공산품이 아닌, 하나의 악기로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탈리아와 유럽의 모든 부품과 재료로 채운다는 것이다. 우선 이탈리아 내에서는 캐비닛, 스피커 스탠드, 콘덴서, 인턱터, 커넥터 등을 조달하고, 드라이버만 이탈리아 밖의 다른 유럽 국가, 즉, 시어스와 스캔스픽을 채택하고 있다. 당연히 모든 설계와 생산은 브레시아에 있는 본사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바로 브레시아(Brescia)라는 도시의 특징이다. 이곳은 밀라노 부근에 있지만, 밀라노의 영향권 밖에 있다. 즉, 독자적인 예술과 산업을 발전시킨 것이다. 특히, 16세기부터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의 제조에 능해, 가스파로 다 살로라는 장인이 활약할 때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살로의 라이벌은 크레모나에 있는 아마티였는데, 실제로 살로의 작업장이나 명성이 훨씬 더 컸다고 한다. 그 전통은 지금 필리포 파서가 주재하는 워크숍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알레산드로 스키에이비 씨로 말하면, 1965년에 우디네에서 출생했지만, 이후 브레시아에 있는 음악원에서 오르간을 공부한 것을 계기로 지금은 완전한 브레시아 시민이 되었다. 원래 악기를 전공했지만, 오디오에도 관심이 많아, 15살 때부터 전자 공학을 병행해서 공부했다. 그러다 17살 무렵, 브레시아와 베르가모 시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을 참관하면서 마음이 바뀌어, 레코딩 쪽에 관심을 쏟게 된다. 이후 포네, 소니 수오노 등 이탈리아 명문 레코드사와 다양한 작업을 통해, 레코딩 엔지니어로 명성을 쌓기도 한다. 그 한편, 레코딩 장비를 새롭게 개발하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지금도 가끔 그쪽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1987년, 뮤지션의 연주를 정확히 재현할 목적으로 스피커를 만들기에 이른다. 그 처녀작이 바로 프렐류드로, 이탈리아 쪽 스튜디오에 상당히 많은 양을 납품했다. 그러다 1989년에 만든 아다만테스가 대 히트를 기록하면서, 일약 스피커 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다. 이 제품부터 지금의 디아파송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하게 인클로저를 깎은, 다면체 형상의 디자인이 시작된다. 동사는 이를 멀티-페이스티드(Multi-faceted)라고 부르는데, 다면체 정도로 번역하면 될 듯싶다.

이후 승승장구해서 94년에는 아주 작은 미크라를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는다. 작은 몸체에 어마어마한 저역 재생력을 자랑해서, 스튜디오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은 그 배후에, 스키에이비 씨와 노르웨이의 유닛 메이커 시어스의 공동 작업이 있었다. 이때 개발된 것이 다이렉트 드라이버라는 것으로, 일체 크로스오버가 없이 앰프와 유닛을 직결한다는 발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 중간에 개재하는 것이 없으므로, 앰프의 출력과 음성 신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형태가 되었다. 그러므로 구경이 작아도 어마어마한 베이스 재생력을 자랑하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1997년에 아다만테스 한정판에 도입이 되는 한편, 이듬해엔 이것보다 작은 카리스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이로써 미크라에서 아다만테스에 이르는 고급 라인, 이른바 레퍼런스 라인이 완성되었다. 이 라인은 포인트 소스에서 음이 나오고, 뛰어난 3차원적 공간 연출을 자랑하며, 무엇보다 매우 음악적이다. 지금도 동사를 대표하는 라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와 보다 저렴하면서 멀티채널까지 아우르는 엘리세 시리즈가 나오는가 하면, 점차 대형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다. 덕분에 2009년에 아스테라, 2014년에 다이나미스 등이 선을 보이게 되는데, 통상 북셀프 중심이었던 디아파송의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이런 대형기를 아우를 정도로 기술적인 면에서 성숙했다는 뜻도 된다.
얼마 전 2013년이 동사 창업 25주년이며, 이 시점을 기준으로, 레퍼런스 라인의 제품들이 하나씩 업그레이드되어 버전 3으로 진화하게 된다. 아다만테스를 필두로, 2017년 말엔 카리스 3이 나왔으며, 2018년 초엔 미크라 3도 런칭될 예정이다. 쓸데없이 모델 체인지하지 않고, 꾸준하면서 확실한 개량으로, 메이커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더 뛰어난 성능으로 애호가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악기로 스피커를 대한다면, 디아파송의 디자인과 음질은 충분히 까다로운 애호가들도 사로잡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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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1월호 -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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