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HPA-3000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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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HPA-3000GT
  • 김편
  • 승인 2016.03.02 00:00
  • 2016년 3월호 (52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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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헤드폰 앰프가 프리 아웃을 만났을 때

솔깃했다. 진공관 헤드폰 앰프가 프리 아웃(Pre-Output)이 된다고? 그것도 3극관 헤드폰 앰프에 이미 미국 오디오 전문지 스테레오파일에서 격찬한 올닉(Allnic)의 프리앰프 성능이 결합됐다고?
올닉 HPA-3000GT 얘기다. 필자는 급한 마음에 본격 청음에 앞서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지극히 ‘개인적인’ 계산부터 해봤다. 1. 현재 애용 중인 트랜지스터 파워 앰프 앞단에 이 HPA-3000GT를 물리면 간단히 올닉의 프리앰프 맛을 볼 수 있다. 2. 현재 쓰고 있는 헤드폰을 물리면 3극관과 니켈 트랜스, 41단 어테뉴에이터가 빚어내는 음의 세계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3. 더욱이 밸런스 출력까지 되니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입력 헤드폰도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선 외양부터 살폈다. 올닉의 자랑거리인 41단 어테뉴에이터가 전면 상단에 노출된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진공관은 복합 3극관인 6EM7을 채널당 1발씩 썼다. 올닉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폴리카보네이트 침니도 여전하다. 하지만 HPA-3000MT 버전과는 달리 정전압 진공관이 빠졌고 대신 초크 트랜스가 투입됐다. 출력 트랜스는 올닉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니켈 퍼멀로이 코어다. 전면에는 50Ω 미만과 200Ω 이상 헤드폰을 위한 단자가 2개 마련됐다. 각각 6.5mm 단자와 밸런스 출력 단자의 구성. 후면은 밸런스 입력단, 언밸런스 입력단, 프리 아웃단으로 구성됐다.
설계 디자인 분석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파워 앰프에 물려봤다. 개인적으로 프리 아웃 성능이 궁금했고, 그 소리가 몹시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음실에 마련된 것은 올닉의 파워 앰프 A-2000(25주년 버전). KT150을 채널당 2발씩 푸시풀 구동해 100W 출력을 뽑아내는 어마 무시한 파워 앰프다. 소스기는 마란츠 CD 플레이어 CD94로 HPA-3000GT와는 언밸런스 연결했다. 스피커는 로저스 LS3/5a. 일체의 선입견 없이 몇 곡을 들어봤다.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은 발음이 또박또박 들린다. 선명하다. 기타음도 분명하고 강단이 있다. 진공관 특유의 배음과 잔향도 좋다. 파워 앰프를 손쉽게 구동시키고 있다는 인상이다. 에밀 길렐스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5번 3악장에서는 피아노의 타건음이 명료하다. 대역 간 밸런스와 스피드도 탁월하다. 음 어디에도 잡티가 없다. 리카르도 샤이 지휘,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연주의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은 무엇보다 고역의 뻗음이 두드러진다. 총주에서 음들이 뭉개지는 일 따위도 없다. 선명할 때, 나긋해야 할 때, 밀어붙여야 할 때, 이 모든 것들을 다 알아챈다. 사운드 스테이지 역시 광활하다.
이제 ‘본연의 임무’라 할 헤드폰 앰프의 성능도 체크해봤다. 헤드폰은 젠하이저 HD800. 300Ω짜리 헤드폰이기 때문에 HPA-3000GT의 ‘200Ω 이상’ 헤드폰 단자에 물렸다. 이때도 파워 앰프 A-2000과는 언밸런스 케이블로 연결된 상태였는데, 파워 앰프의 전원을 끈 상태로 들었다. HPA-3000GT가 헤드폰 출력과 프리 아웃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말러 5번은 아까 스피커로 들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놀라운 정숙도가 압권이다. 압도적인 S/N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HD800의 세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진동판 자체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3극관과 니켈 트랜스를 타고 들어오는 배음과 잔향이 기막히다. 어테뉴에이터 볼륨은 10시 방향인데도 타격감이 장난이 아니다. 머리를 이리저리 관통하며 홀로그래픽 이미지가 떠오른다. 에밀 길레스 연주에서는 고 임피던스 헤드폰 특유의 섬세한 재생음의 세계가 펼쳐진다. 볼륨을 계속 높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정숙도와 스피드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캐롤 키드 곡에서는 그녀의 기척마저 느껴진다. 그녀가 내 귀에 바싹 붙어서 속삭여준다. 나만을 위한 콘서트다.
올닉의 HPA-3000GT는 어떻게 이렇게 프리앰프와 헤드폰 앰프, 2마리 토끼를 잡았을까. 설계 디자인 측면에서 꼼꼼히 짚어보고 유추해봤다.
우선 클래스A로 작동되는 3극관 6EM7의 탁월한 물성 덕분으로 보여진다. 이 관은 한 알 안에 전압 증폭(초단관)과 전력 증폭(출력관)을 각각 담당하는 유닛이 2개가 들어간 복합 3극관(Dual Triode)이다. 전압 증폭과 전력 증폭을 한 진공관이 맡기 때문에 신호 증폭 경로가 짧아진다는 장점이 크다. 그만큼 음의 왜곡이 적다는 얘기다. 또한 출력관 역할을 맡은 유닛의 내부 저항이 300B와 똑같은 750Ω일 정도로 낮아 막강한 저역 재생과 평탄한 주파수 응답 특성이 가능하다. 진공관 내부 저항이 높으면 저역은 대부분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다음은 헤드폰에 따라 최적화한 임피던스 매칭 덕분이다. 아까 언급했듯 HPA-3000GT는 헤드폰 임피던스 매칭을 위해 2개의 옵션을 걸었다. 하나는 50Ω 미만, 다른 하나는 200Ω 이상이다(100Ω짜리 헤드폰의 경우는 ‘로우로 주고 하이로 받기’에 따라 ‘50Ω 미만’ 단자에 연결하면 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헤드폰 앰프가 트랜스포머 결합 방식이기 때문이다. 출력 트랜스에서 서로 다른 권선을 뽑아내 저 임피던스 헤드폰과 고 임피던스 헤드폰에 각각 ‘직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임피던스 매칭이 완벽히 이뤄지면 무엇보다 음의 에너지가 상승한다. 더욱이 올닉의 출력 트랜스는 잘 알려진 대로 재생음의 스피드와 댐핑력을 결정짓는 초 투자율(Initial Magnetic Permeability)이 아주 높은 퍼멀로이(Permalloy. 니켈과 철의 합금)를 코어로 썼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앰프 안의 전기 사정이 좋은 덕도 크게 봤을 것으로 보인다. 올닉의 전원 트랜스는 전압 변동률이 3-4%에 불과하다. 음악 신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진공관 플레이트에 걸리는 전압(B전압)의 변동률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음악 신호에 따라 B전압이 크게 출렁여서는 정확한 재생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여기에 HPA-3000GT는 채널당 1개씩의 초크 트랜스를 투입, 리플 제거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 같은 헤드폰 앰프의 우월한 성능은 그대로 프리앰프로 이어진다. 사실 헤드폰 앰프와 프리앰프는 ‘볼륨이 중요하다’,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야 한다’ 같은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올닉이 기존 HPA-3000MT나 OTL, OCL 방식의 HPA-5000과 달리 이번 HPA-3000 GT 헤드폰 앰프에 프리 아웃을 집어넣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여진다.
우선 둘 다 S/N비가 좋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노이즈가 낮아야 한다. 헤드폰 앰프는 바로 귀로 듣기 때문이고, 프리앰프는 파워 앰프 앞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 다 모두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야 한다. 물론 역시 ‘로우로 주고 하이로 받기’로 요약되는 임피던스 매칭 때문이다. 그래야 에너지를 손실 없이 뒷단에 전해줄 수 있고, 케이블도 덜 탈 수 있다. HPA-3000GT는 이 프리 아웃 출력 임피던스가 35Ω에 불과한데, 이는 거의 하이엔드 트랜지스터 프리앰프 수준이다. 게다가 프리 아웃 출력 전압이 최대 10V에 이르기 때문에 프리앰프 전기밥을 많이 먹는 파워 앰프 구동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하이엔드 프리앰프일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는 볼륨단은 올닉의 41단 어테뉴에이터 Ver.2가 전담했다. 올닉이 자체 제작하는 이 어테뉴에이터는 볼륨 접점부를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여 음의 왜곡을 획기적으로 최소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탄소 저항 볼륨과는 급이 다르다. 41단 어테뉴에이터는 올닉의 최상급 프리앰프와 인티앰프에는 다 들어가 있는데, 2016년에 더욱 개선된 Ver.2가 채용됐다.
HPA-3000GT, 한마디로 고급 헤드폰 유저나 하이엔드 프리앰프를 도입하려는 오디오파일 모두를 만족시키는 올닉의 회심작이라 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걱정이 태산 같다. 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물욕을 어찌할꼬?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380만원   사용 진공관 6EM7×2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헤드폰 출력  XLR(4핀)×2, 6.5mm×2   프리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0.3dB)  
전압 게인 +28dB   S/N비 -68dB   THD  0.03% 이하   크기(WHD) 24×17.5×33cm   무게 1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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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3월호 -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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