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A-31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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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A-311M
  • 이창근
  • 승인 2015.01.06 00:00
  • 2015년 1월호 (51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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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둥 너머 저편, Allnic A-311M과의 조우



정숙함 속에 보여지는 퍼포먼스는 그동안 전통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을 빈티지 오디오파일들에게 어떻게 어필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소위 족보 있는 트랜스를 얹고, 과거의 유산과도 같은 PCB 계열 오일 콘덴서를 달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보수적인 빈티지 오디오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우연히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올닉 오디오 신제품 파워 앰프에 대한 시청기를 쓸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고, 흔쾌히 수락하긴 했지만 사실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다. 빈티지 탄노이로 새로운 시스템을 계획하던 차에 메인 스피커가 바로 탄노이 레드라고 하니 먼 길을 마다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올닉 A-311M으로 명명된 신작 파워 앰프는 300B, PX25, AD1 출력관에 따라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고 한다. 출력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좀더 빈티지 시스템에 특화된 고전 3극관 싱글 앰프로 사용자의 기호를 적극 반영하는 한편, 전설적인 미·영·독 3국의 대형기들을 아우를 수 있는 맞춤식 설계가 돋보이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들어본 앰프는 그중 PX25 버전으로, 매칭 스피커인 탄노이 레드 오토그라프를 통해 대략적인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 오디오 멘토스 시청실에서 그 모습을 마주해 보니 사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선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는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요즘 대륙 제품들의 디자인적 약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소위 브랜드 제품의 바디라인 치곤 좀 평범하지 않은가란 것이 첫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오디오란 소리로 평가해야 할 터, 일단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중 3악장을 들어보았다. 시청실을 관통하는 연주자의 자신감 넘치는 보잉이 굵직하게, 그리고 또한 끈끈하게 자리한다. 다소 몸이 덜 풀린 급작스런 재생인지라 대역 밸런스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탄노이와 A-311M PX25의 조합에서 보여 주는 현악의 질감만큼은 역시나 납득과 수긍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첫 곡으로 구 녹음의 LP를 선택했던 건 낮은 게인에서의 한계를 어떻게 포용하는가란 관점이 크게 작용한 시도였지만, 실타래를 풀어내 듯 자연스런 기조 위에 안정된 선율을 들려주어 일단 기대한 것, 그 이상이었음을 밝혀둔다.
다음으로 요즘 대세인 음원 플레이를 통한 결과가 가장 궁금했던 바 직접 준비한 외장하드를 동사의 D-5000 DHT DAC을 통해 몇 곡 들어 보았다. 우선 아카르도가 연주한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1악장에서 총주 시의 스케일과 카덴차 파트의 기교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했다. 확실히 아날로그보다는 다이내믹 레인지가 늘어나고 훨씬 더 뒤 배경이 드러나면서 아쉬움에 따른 갈증이 가신 기분이다.
다음으로 직접 리핑한 인디언 수니의 ‘내 가슴에 달이 있다’를 듣다 보니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서주부의 휘파람 소리와 가수 특유의 체념한 듯한 보이스 컬러가 극명하게 살아나며 모골이 송연해졌기 때문이다. 몇 차례 가수와 직접 대면하며 지근거리 20cm 근방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았기에 머리로부터 느껴지는 전율은 꽤 오랜 시간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 파일이 FLAC이나 WAV도 아닌 MP3였다는 사실인데, 같이 들었던 담당자도 눈과 귀를 의심하는 눈치인 것으로 보아 필자 혼자만의 오두방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 이탈리아 아트록 그룹 포뮬라 뜨레(Formula 3)의 ‘La Ciliegia Non E' Di Plastica’. 인트로에 등장하는 다소 유머러스한 기타 피킹 때문에 자주 듣는 곡으로 어쿠스틱 기타의 리얼함이 조금도 어색하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2%만 더 거칠어지기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탄노이와 A-311M PX25라고 하는 같은 고향 성골의 향연에 비추어 본다면 무리한 주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 청음곡 중 하나랄 수 있는 치에 아야도의 ‘Tennessee Waltz’. 피아노 반주가 목질을 동반한 결코 경박하지 않은 타건감으로 울리면서 배에 힘을 주고 노래를 준비하는 치에 아야도의 호흡이 제대로 감지된다. 가수의 보이스는 약간 점잖아진 면이 있는데, 그 대신 가수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에서 느끼하게 전달될 수 있는 여지가 필터링되어 담백해진 느낌이다. 개성의 상실일 수도, 혹은 열기의 첨가일 수도 있겠으나 듣는 이에 따라선 이쪽을 선호할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이후 CD 플레이어를 통해 조르디 사발이 연주하는 비올라 다 감바의 무게감과 더불어 몇 곡의 소품곡과 보컬 음악을 들으며 공통적인 성향을 가늠해 볼 수가 있었다.



A-311M PX25 파워 앰프를 총평해 보자면 결코 무리하지 않은 재생음으로 스피커를 지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능동적인 타협을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여자로 표현한다면 부르주아적인 귀부인 타입으로 정의해 볼 수가 있다. 절대 도발하거나 어긋날 것 같지 않는 품위와 격조를 지닌 30대 중후반의 자태랄까…. 그러나 과감성이 필요할 땐 강렬한 한방이 있어 자칫 한눈 팔 수도 있는 배우자를 제어하는 포스 또한 겸비한 모습이다. 편성이 큰 음악에서 숙명처럼 허전해질 수밖에 없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여기선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3극관 싱글로 오토그라프를 제대로 후려치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무음 시나 재생 시, 모두 필요한 정숙성이 보장된 댐핑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A-311M PX25 안에는 양과 질 모두를 해결한 사운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런 부류의 앰프들이 안고 있는 최대 난제인 험을 포함한 노이즈 대책이 완벽하게 갈무리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제작자의 의지와 노고의 산물이 아닐 수 없으며, 보급과 고급이라는 레벨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지을 수 있는 능력치이자 바로미터일 것이다.
과거 몇 가지 올닉 제품들을 쓰면서 느꼈던 진공관 앰프로서 전혀 왜곡 없이 광대역함을 유지하면서 스피커의 개성과 조화를 이루는 실력이 정말 범상치 않다. 빈티지 스피커를 다루려면 특유의 착색감이나 대역폭의 한계를 억지로 가려서도 그렇다고 당연히 부각시켜서도 안 되는데, 이 부분을 해결해 내는 조율감에서 A-311M의 퀄러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두들기되 장악해선 안 되고, 존재하되 돌출해선 안 되는 파워 앰프의 미덕이 실로 잘 녹아 있음을 발견케 된다. 역시 자작류 앰프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지가 이런 부분 아니겠는가?
정숙함 속에 보여지는 퍼포먼스는 그동안 전통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을 빈티지 오디오파일들에게 어떻게 어필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소위 족보 있는 트랜스를 얹고, 과거의 유산과도 같은 PCB 계열 오일 콘덴서를 달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보수적인 빈티지 오디오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파워 앰프의 역량도 대단했지만, 올닉의 D-5000DHT는 실로 물건이었음을 고백해 본다. 가격을 생각한다면 숨고르기가 한 번 필요하겠지만 PC 음원이 주요 소스로 자리 잡고 있는 현재를 생각해 보았을 때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DAC로, 그중 일감이라 자평해본다.



▶▶시청 시스템
스피커 Tannoy Autograph(Monitor Red)   프리앰프 Allnic L-5000 DHT
파워 앰프 Allnic A-311M(PX25 Version)   블루레이 플레이어 Oppo BDP-105D
DAC Allnic D-5000 DHT   턴테이블 Technics SP-10 MK3   카트리지 Allnic Puritas Ultra
포노EQ Allnic H-5000 DHT   헤드앰프 Allnic HA-3000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790만원   실효 출력 4W(8Ω)   사용 진공관 AD1×2, 5654×2, E182CC×2 
주파수 응답 20Hz-20kHz    디스토션 0.1% 이하   크기(WHD) 38×19×28cm

가격 790만원   실효 출력 6W(8Ω)   사용 진공관 PX25×2, 5654×2, E182CC×2 
주파수 응답 20Hz-20kHz   디스토션 0.1% 이하   크기(WHD) 38×19×28cm

가격 750만원   실효 출력 10W(8Ω)   사용 진공관 300B×2, 5654×2, E182CC×2 
주파수 응답 20Hz-20kHz   디스토션 0.1% 이하   크기(WHD) 38×19×28cm

51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1월호 -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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