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evel Plan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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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evel Planets
  • 김남
  • 승인 2014.06.01 00:00
  • 2014년 6월호 (50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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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디자인과 사운드로 세상의 주목을 받다

마치 피노키오를 만든 목공소에 두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귀엽고 앙증맞으며 일종의 천재성이 보이는 제품이기도 하다.
마커스 듀에벨이란 엔지니어에 의해 창립된 독일의 이 제작사에서 이 특이한 스피커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의 오디오 전문지와 리뷰 단체들이 한 군데도 빠짐없이 동시에 평가서를 내놨는데, 그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엄청난 댓글이며 리뷰 기사가 세상에 퍼져 있기도 하다. 그 이유는 그만큼 획기적인 모습과 아이디어가 단숨에 세상의 주목을 확 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스피커의 형태는 무지향성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왕에도 mbl을 비롯해 무지향성의 스피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무지향 스피커들이 고급 하이엔드 지향이었던데 비해 듀에벨의 이 제품은 좀더 간편한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파격적인 가격대의 보급기로 무장이 되어 있다. 확실히 독일은 무지향성 스피커의 원산지인 것 같다.
당연히 mbl의 무지향성과는 설계가 다르다. mbl이 유닛 자체에 상당한 기술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스피커는 평범한 유닛 위에 금속의 볼을 배치해 이 볼의 영향으로 소리가 자유롭게 확산되는 방식이다. 트위터에는 작은 볼, 우퍼에는 커다란 볼이 배치되어 있다. 얼핏 봐서는 과연 이런 형식만으로 무방향성의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되지만, 그 효과는 기대를 뛰어넘는다. 이제 우리는 구태여 시청실의 전면 복판에 오디오 시스템을 거치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번잡스러움에서 분명히 해방될 수가 있겠다.
거치하는 것은 물론 자유스럽기 짝이 없다. 다만 로고가 있는 면을 전면으로 놔야 한다. 따라서 2개의 볼이 전면이 아닌 측면으로 보이게 된다. 그 외에는 아무 제약도 없다. 그냥 방안의 편리한 위치에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전면에서는 4각형 인클로저 어디를 봐도 덕트가 보이지 않아서 밀폐형인가 싶었는데, 케이블 연결 단자와 덕트는 하단에 있다. 통을 들어야 나타난다. 그런 관계로 카펫 같은 곳에 올려 세우는 것보다는 약간 딱딱한 바닥에 거치하는 것이 옳겠다.
스피커의 거치는 사실 어렵기 짝이 없다. 고가의 하이엔드라 할지라도 핀 포인트가 아주 협소한 제품도 많아서 전면 의자에 앉는다 해도 고개가 조금만 틀어지면 소리가 삽시간에 변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예민한 분은 트위터의 위치가 귀와 일직선을 이루어야 하며 높이가 부족할 경우 몇 개의 방석으로 맞춰라 등으로 시시콜콜 훈시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런 가르침에서 일탈한 지 오래되어 이젠 그냥 스피커 전면에 베개를 놓고 누운 채로 음악을 잘 듣기도 한다. 고역이 저만큼 위로 날아가든 말든 상관없는 무지 세대가 된 때문이다. 그러다가 가끔씩 의자 위에서 귀를 세우면 다시 그 핀 포인트라는 것이 신경을 건드리는 것에 촉각을 세우기도 한다.
어떤 스피커는 핀 포인트가 와이셔츠 주머니에 맞았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자꾸 그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리는가 싶어서 꺼내 봤지만 핸드폰이 아니라 바로 핀 포인트의 결과였던 셈이다. 이러니 스피커라는 것은 참 괴롭다. 얼핏하면 좌우의 음량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진공관 한 쪽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들여다보지만, 볼륨을 높이면 그런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 스피커는 그런 노파심이 많은 애호가들에게 일종의 복음이라 할 만하다. 아무데나 놔도 거의 같은 음량의 소리, 같은 고역과 저역의 소리들이 공평하게 들려오니 이런 평등박애주의자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초기 기독교가 삽시간에 로마를 석권한 것은 로마에 와 있는 외국 노예들, 군인들, 서민층에게 인간은 모두 평등한 것이며 우리는 모두 예수님 아래에서 형제자매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그 원동력이다. 모두 평등하다는 것 이외에 더 높은 찬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스피커는 거의 기독교적인 전도사인지도 모르겠다.
이 스피커는 아마 독일산으로서는 가장 저렴한 축에 들어간다. 아시아 쪽에서 생산하는 무늬만 독일 제품이 아니라 당당히 메이드 인 저먼의 타이틀을 걸고 전 제품 수작업이라는 것을 자랑하면서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감도가 85dB로 매우 낮다. 그러나 이 달의 레퍼런스 앰프인 유니슨 리서치의 퍼포먼스 인티에 매칭했을 때 아주 수월한 소리가 나왔다. 그보다 더 출력이 떨어지는, 50W 미만의 앰프로도 상관없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지향성이라는 것만 내세우고 소리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장난감이지 스피커가 아니다. 약간은 두렵게 그런 의혹을 가져 보게 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햅쌀로 만든 가래떡이 뽑아져 나오듯 현은 끈기와 밀도가 있으며, 금관 밴드인 그렌 밀러 악단의 연주는 각종 금관 악기들이 신선하기 짝이 없고, 소리의 윤곽도 또렷하고 투명하며, 상당히 개방적이다. 특히 보컬은 감성이 가득해 이 가격대로는 실로 최상의 제품이 출몰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이다. 마음 편하고 자연스러우며, 못 내는 소리가 없는 고급 튜너의 향취도 엿보인다. 그만큼 부담 없는 소리가 나와 주기 때문이다. 음악을 좁은 방에서도 편하게 듣는 수준에 올라간다면 그야말로 의심의 여지가 없이 선택해야 할 제품이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186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15cm, 트위터 2.5cm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5dB  파워 핸들링 50W  크기(WHD) 26×84×15.6cm  무게 11kg

503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6월호 -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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