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명연주의 묶음

이 사람 연주를 처음 듣는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지내다가 늘그막에 빛을 발하면서 그다지 많은 녹음을 남기지는 않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거의 절판이어서 도통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고, 다시 말하자면 사실 찾는 이도 그리 많지 않았다. 거의 주요한 그의 음반을 이렇게 모조리 16장 CD에 담아서 한 박스에 내놓았다는 것은 놀랍다고 해야 할까? 이 박스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아! 이 정도로 훌륭한 바이올린 명연주도 그냥 묻혀 버릴 정도로 바이올린 연주 참 경쟁이 대단하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미국 출신 연주자이지만 소련 출신의 스승 아래서 수학한 탓인지, 그는 정통 러시아 바이올린 계보의 마지막 주자로 이야기된다. 연주를 들으면 당장 아주 진한 러시아풍의 격정적인 스타일이 귀에 꽂힌다. 그래서 강한 감정의 표현이 여느 연주와는 다른 강력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왜 명연으로 손꼽히는지 이해가 되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재미있고, 모차르트에 대한 색다른 묘사를 해 내는 러시아풍의 모차르트도 개성이 강하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은 그의 연주 스타일과 딱 맞는 곡으로, 이 박스 안에서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묶음이다. 하지만 아마 4장의 크라이슬러 관련 음반을 가장 많이 듣게 되지 않을까? 4장 모두 유명 바이올린 소품으로 꽉꽉 채워져 있어 몇 번이고 되돌려 듣게 된다.
감각적인 러시아풍의 연주를 좋아한다면 대체 이 보석 같은 연주를 왜 여태 들어 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음반들이다. 웬만한 음반 콜렉터나 이전부터 슘스키 팬이었던 사람을 빼고는 아마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을 음반이어서 이 박스반은 오히려 소중하다. 수많은 박스 기획 음반을 들어 보고 리뷰를 했지만 이렇게 지금 현시점에서 구하기 힘든 명연을 모아서 내놓아 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70~80년대 녹음으로 녹음 상태도 매우 양호하고, 워낙 연주가 뛰어나기 때문에 녹음의 질까지 우수하게 들린다. 내가 최근 들어본 박스반 중 가장 뛰어나다고 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명연주의 묶음이다. 정말 나와 주어서 고마운 박스반이다.

<오스카 슘스키의 예술>
오스카 슘스키(바이올린)
CSM1033(16CD)
연주 ★★★★★
녹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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